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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르는돌 Dec 24. 2018

창업하기 전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1

스타트업 준비생들을 위해.

창업을 하기 전 당혹스러웠던 것은, 뭘 모르는지조차도 모르는 진성 입문자를 위한 창업 정보들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경영이나, 마케팅론에 대한 책은 많았지만 스타트업이고 창업이고 생각도 해본 적 없던 무지상태였던 나에게는 거리가 먼 얘기였다.


이 글은,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내가 2번의 퇴사를 거쳐 얼떨결 창업을 하게 되면서 맨몸으로 겪으며 깨달았던 현장의 경험이고, 그 과정에서 여러 선배 창업가들이 조언해줬던 내용들이다. 사업을 성공으로 향하게 할 키는 아니지만 창업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 할지에 있어서는 도움이 될 것이다.



1. 마인드셋 - 당신은 실패한다.

창업가 지원 과정 초반, 여러 선배 창업가들의 강연을 듣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매일같이 걸어 들어오는 사람들은 똑같은 얘기를 했다. "당신은 실패할 것입니다."  쓴소리도 수십 번 듣다 보니 마지막엔 이게 지원 과정인지 저주 과정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 얘기를 왜 이토록 강조하지 못해 안달인 걸까?


우선 실제로 스타트업이 생존할 확률이 3%도 안되기에 확률적 통계를 바탕으로 예방접종을 맞을 필요가 있다. 예견되는 미래에 덜 아프기 위함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명제를 통해 스타트업의 생리를 이해하고 시작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이지기 때문이다. 실패할 걸 알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다.


스타트업은 '가설', 즉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고객의 반응을 일으킬지 지속적으로 테스트해야 하는 조직이다.  돈과 인력이 한정적인 스타트업은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 일반 기업처럼 가설을 쉽게 검증해내고 걸러낼 수가 없기에 '될 것 같은' 아이템에만 올인하는 기업 메커니즘이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생각한 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템을 '성공시켜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 것이 아니라, '그래! 이 아이템이 시장에서 먹힐지 테스트해본다. 안되면 다른 방식으로 다른 아이템도 시도해본다.'라는 유연함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가설 테스트가 '실패'할 것임을 반드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고객을 만나고 시장을 겪으면서 길을 찾아나가야 한다. 이 것이 스타트업의 생리가 일반 기업과 다름을 이해하는 첫 단추이고, 우리가 창업 초반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다.



2. 어떤 아이템이 좋을까?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나를 포함한 수많은 예비 창업자들이 거쳤던 생각은 정말이지 한결같았다. 이 시장에 없는 것을 찾고 싶어 한다. 새로운 것, 투자자를 놀라게 할 것, 혁신적인 것이 창업자가 으레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역량과 너무 먼 목표를 세워선 안된다. 과연 제프 베조스처럼 갑자기 전 세계에 수십만 개의 드론으로 제품을 배송하겠다고 계획할 순 없는 노릇이다 첫 창업,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떠올려야 좋을까.


- 이미 있는 서비스지만, 차이를 만들어낼 자신이 있는 아이템을 선정해볼 수 있다.

반찬을 온라인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 '더 반찬'은 2008년 시작해 2016년 300억 원에 동원에 매각됐다. 놀랍게도, 말라있는 스타트업 M&A 시장에 기록을 남긴 이 주인공은 30살의 고졸 창업자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먹고살기 위해 작은 아이디어로 작은 가게에서 시작했던 창업이, 창업자의 끈기와 믿음으로 경쟁사와의 차별을 만들어나가며 매년 눈덩이처럼 커져 업계 1위가 된 케이스였다. 그리고 수많은 한식당 사이에서도 농촌 산지 직송 재료로 신선한 메뉴를 내놓는 차별점을 가진 '소녀방앗간'은 농산물 유통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좋은 소셜벤처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 비슷한 서비스는 있지만, 묘하게 시장에 빈틈이 있는 서비스를 생각해보자.

에어컨 설치 견적 서비스로 시작한 '슬로그업'몇 개의 앱 서비스가 실패하고 회의 과정 중 나온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했던 테스트 앱이었다. 이후 신선한 마케팅을 발판으로 도어록, 보일러, 방충망 등의 여러 설치 서비스들로 시장을 넓혀나가고 있는 중이며 투자 없이도 성공적으로 자체 수익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전에도 다양한 견적 서비스, 중개서비스는 있었지만 빈틈을 잘 공략한 케이스이다. 또한 다른 예로는 창작자들이 소소하게 DIY 키트를 파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를 큐레이션 해서 매달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생각한 '하비인더박스'가 있다.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는 있지만 일일이 찾아보기 힘든 빈틈을 공략해 성공했다.


- 블루오션보다는 레드오션이 낫다.

블루오션은 아직 선점자가 없어 들어가기만 하면 경쟁 없이 쉽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환상을 준다. 내가 그랬다. 하지만 도저히 소비자를 찾지 못해 결국 망했다. 반대의 경우를 보자. 예컨대 푸드 배송 시장은 10년 전부터 끊임없이 생겨 나왔다. 앞서 얘기한 '더반찬'을 비롯해, 2012년 시작한 푸드 온라인 배송 서비스 '헬로네이처'도 sk플래닛에 매각된 성공적 엑시트 케이스고, 2015년 창업한 '마켓컬리'도 3년 만에 월 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여전히 끊임없이 시장은 커져간다. 한국야구르트, 돌코리아, cj도 2017년부터 푸드 배송 시장에 뛰어들었다. 포화시장인 것 같아도 성공 케이스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시장 파이가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소비자를 찾기 힘든 블루오션은 스타트업에게 외로운 사막과 같고, 우리는 그곳을 개척할 돈과 힘이 부족하다. 경쟁자가 있다는 것에 근심하기보다는 시장이 형성되어있다는 좋은 사인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괜찮다.


-트렌드가 아니라 진심을 쫒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오래 붙들고 있을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 마음이 어려운 시절 받았던 손편지 한 통의 힘을 발견하고 손편지로 대인관계 변화, 정서 회복을 목표로 하는 '손편지 제작소'를 창업한 대표의 이야기가 있다. 수익모델이 약하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컨설팅, 기업고객관리 등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가며 사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누가 뭐래도 사업에 대한 '강한 믿음'이 포기하지 않고 길을 찾게 하는 핵심이다.  



3. 창업을 지원해주는 곳이 많이 있다.

사업을 진행하면서 내가 가장 통탄스러웠던 점은, 누구의 조언도 얻지 않고 시작했던 점과 검증되지 않은 가설에 나와 동료의 Too-much 자본금을 100% 투입해 진행했던 점이다. 게다가 서비스가 구체화되기도 전 무작정 사무실을 구했었다. 어리석기로는 3종 챔피언이었다.


-정부 지원 사업에 도전해보자.

케이스타트업(https://www.k-startup.go.kr/ )은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는 스타트업 포털이다.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사업 지원 공고가 올라오고 연간 지원 사업 계획도 미리 올라오니 시기를 맞춰 준비해볼 수 있다. 대부분은 연초 1~3월에 공고가 나니, 작년 지원서 포맷을 보고 지원서를 미리 작성해보는 것도 좋다.


수많은 지원 과정 중 처음 사업에 뛰어드는 예비창업자에게 눈여겨보라 추천하고 싶은 과정은 (1) 창업선도대학 과정과 (2)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이다. 두 지원사업 모두 규모가 큰 편이고, 기술이나 R&D 창업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지 않다. 창업선도대학은 학생이나 (예비)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선정된 40여 개의 대학을 거점으로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각 대학마다 지원 분야가 조금씩 다르니 전형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사회적적기업가 육성사업은 내가 받았던 지원 사업인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예비) 창업자들에게 1~5천만원의 금액을 지원한다. 창업선도대학이 아이템이나 시장성을 많이 본다면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은 '소셜미션'이 무엇인지에 좀 더 초첨이 맞춰져 있다고 느꼈다.


이 지원 사업들이 좋은 이유는, 단순히 지원금을 받기 때문이 아니라, 지원금을 주는 과정에서 다양한 멘토링 서비스나 공간 지원, 네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다. 창업 세계에서는 외딴섬에 큰 왕국을 짓기 어렵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도움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절대, 사무실을 먼저 구하지 말자.

3년 전에 나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이다. 독립이 너무 설레서, 내 사무실을 갖는 게 꿈같아서 셀프 인테리어에 대한 환상을 표출하느라 일단 사무실을 구했다. 사무실 집기 비용과 셀프 인테리어 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매달 나간가는 월세가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카페에서 회의만 해도 좋고, 각 지역마다 공간만 지원해주는 센터들, 시간을 예약하면 회의실만 대여해주는 곳들도 정말 많이 있다. 무료 공간을 찾자. 스타트업 캠퍼스, 소셜캠퍼스 온, 마루 180, 오픈챌린지 랩, 디캡프, 랩스스퀘어 등 검색을 하면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일단 구하고 본 사무실. 유령처럼 따라다닐 월세의 공포를 그땐 알지 못했다.




다음 글에서는, 1. 팀빌딩의 중요성, 2. 시작 전 가설을 테스트해보는 방법, 3.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대해 이야기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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