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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경퀸 Aug 02. 2023

즉흥적인 J에 대해 아시나요?

즉흥적인 J를 보며 쟤..J아닌 것 같아 라고 생각하는 당신을 위한 지침

MBTI가 이렇게나 오래 유행을 할 줄은 몰랐는데, 아직까지도 첫만남에 '당신의 MBTI는 무엇이죠?'라는 말이어색하지 않다. 우리는 MBTI의 세상에 살고있다고 해도 무방한 느낌인데. J인생 3N년차로서 즉흥적인 생활을 하는 J들을 어색해하는 P를 위해, 우리들의 입장을 대변해볼까 한다.

대표적인 여름 꽃 수국, 예상되지 않게 받게 되었지만 요즘 우리집의 화사함을 담당하고 있다.


모든 J가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일정을 잡고, 앞으로의 일을 결정할 때에 고심하고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어 두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데에 꽤나 큰 기쁨이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만치 계획을 세우는 행위 자체에서 기분좋은 에너지를 얻는 것은 일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떤 상황, 어떤 것을 위해서 세우느냐에 따라서 계획이 필요할 때가 있고 없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것은 극한 J성향인 본인한테 질려서 나태한 J로써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번쯤 겪은 일이기도 하다.

태양열을 가득 품은 공기 속을 달리는 7호선, 한강도 메말라 보였다.

사진이나 저장된 매체가 없지만 스무살 초반 때에 친구들과 함께 해외 여행을 처음으로 간 적이 있다. 계획 담당은 나였고 내가 짠 여행 일정표를 본 친구들의 낯빛이 좋지 못했다. 1분 단위(ex, 13분에 기차타기, 6분뒤 도착 등)로 짠 계획표는 지금 봐도 숨이 막혔을 것 같다. 그 계획대로 여행을 가긴 했지만, 계획대로 됐냐고? 계획이 없는게 계획이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일정 여러개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날씨의 영향, 우리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그것은 쉼 없는, 아니 숨 쉬는 시간도 계획에 할애해야 하는 계획이었다. 약 20대 중후반까지 여행에서 계획이 어그러지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던 필자는 깨닫고 만다. 


'나는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를 받는구나.'


(내 오늘/지금/그때 일정이 틀어지지 않는 전제 하에)즉흥적인 J들
계획없이 놀러온 롯데월드. 5시간정도는 기다리는데에 할애한 것 같은데 뭘 해도 다 즐거웠다. 하늘도, 더위도, 푹푹찌는 공기도.

당신 친구들 중에 극J, 그러니까 항상 기록이 일상이고. 일정을 다 정해 놓고, 한달 전에 나 그날 볼래라고 말을 안 하면 만나기 어려운 친구들을 생각해 보면 어떨까. 간혹 번개와도 같은 만남이 이루어질 때가 있지만 대체로는 거절을 당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그런데 또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런 경우가 있지 않은가.


- 너 지금 뭐해, 나올래?

- 오늘 ㅇㅇㅇ가볼래?

- 두시간 내에 올 수 있는 사람 손 (단톡)


갑작스럽게 이런 말을 유독 많이 하는 J가 있다면, 그들은 오늘 내가 말하고자 하는 즉흥적인 J들 중 한 명일 것이다. J들이 기본적으로 깔고 있는것. 그들이 계획 세우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알려져 있는 것은, 계획이 틀어지는 것을 싫어함에서 나온 반증이다. 대충의 흐름정도는 파악을 해 둬야 본인이 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남들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좋아하지 않지만, 본인의 하루 일정/계획이 빠그라지지 않을 정도의 갑작스러운 제안은 의외로 응하는 빈도가 높다. 대체로 할 일이 진짜 없거나, 오늘 하지 않아도 될 일들. 내일로 미뤄둘까 했던 일들이 존재했던 시간대를 오늘 당신의 제안과 바꿔서 사용하겠다는 말이다. 아마 모든 J가 그러하지는 않겠지만 대체로 J들은 시간이 붕 뜨거나 비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P의 남은 시간동안 일정이 숨쉬기라면, J의 남은 시간 동안 일정은 기깔나고 멋있고 도움되게 숨쉬기로 바뀌는 것처럼.

오전 수업 끝나고 폰으로 온 INFJ의 연락, 결국 우린 밤 열시까지 함께 했다.
엉경퀸의 원래 일정
- 오전 수업 (10-13)
- 대략적인 할일들 하기(블로그, 브런치, 유튜브 녹음, 청소 등)
친구에게 연락와서 바뀌게 된 일정 
- 오전 수업 (10-13)
- 건대에서 점심식사
- 롯데월드 저녁권(16-22)
- 자정 전에 집가기


(의외로) 영향을 끼친 것: 

- 급하지 않은 일들로만 구성된 오후 시간
: 블로그(마감임박X), 브런치(마감X), 유튜브 녹음(업로드 다음주), 청소(어제 치워둠)

- 당장 내일 할 수 있는 여유 시간 확보 확인
: 수목금 모두 다른 일정이 없기에 언제든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환경


만약 내가 저녁에 꼭 해야지, 또는 오늘 이것을 하지 않아 이번주 뒷요일들이 괴로워지는 일정들이 있었다면 친구의 롯데월드 제안을 생각도 하지 않고 거절했을 것이다. 


삶의 치유는 무계획 속에서 나온다


아주 젊은 나이가 아니라면 그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여행을 계획해서 가장 맛있는 집을 골라서 간 것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아무데나 가자 해서 간 곳에서의 추억이 빛나는 경험. 갑작스러운 기상 악화로 인해 벌어졌던 해프닝 등. 계획속에서만 빠져 살다보면 그러한 서툰 경험들을 하지 못할 것이다. 계획이 어그러지는 경험들을 몇 번이나 반복하다보면 무계획이 주는 강점을 무시할 수가 없다. 본주사를 맞기 전에 볼기를 몇 대 맞는 것처럼 무계획이라는 덫에 빠지는 것도 좋은 일이다. 나이가 어리다면 어릴 수록. '계획적인 나'에 심취해 있거나 '완벽주의자 나'에 빠져 있다면 한번쯤 바깥으로 나가 무계획의 어퍼컷을 쎄게 맞아 보자. 갑작스러운 통증도 있겠지만, 내 몸의 회복력이 얼마나 좋은지, 아플 땐 어떤것을 먹거나 발라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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