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도 나간 사람들,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낸다
걔는 요가철학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몸만 쓰는 주제에 뭘 안다고 나불거려?
회원들과 식사 후, 누군가에게 내 뒷담을 시작했다.
걔 집근처 요가원 포스팅 했더라? 참나 우리는 안해주면서?
원장이 내게 요청한 적이 없었다.
실장, 센터를 그만 둔 강사가 오픈한 요가원에서 셋이 찍은 사진을 올렸다.
다른 센터에서 블로그 요청을 해서 올렸다. 여기는 경기도, 올린 센터는 서울이었다.
당일 해고통보를 당한 강사와 밥을 먹고 요가하는 사진을 올렸다.
원장의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회원들이 내 특강도 토요일에 열어달라 요청을 올해 초부터 했다.
원장은 듣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원장 방문에 놀라서 인사를 했다.
쟤는 왜 인사를 저렇게 해? 쟤 자르고 내가 수업할까?
원장은 수업을 놓은지 몇 년이 넘었다, 내가 센터를 먼저 그만둔다 했을때 원장은 세 시간 넘게 날 설득했다. 종국에는 힘없이 강사 구해질 거예요. 라고 말하는 내게
30대 중반의 젊은 원장이 수업을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원래가 내향적인 사람인데다가 수업을 놓은지 한참 되었다는게 그 이유였다. 올해 들어 딱 한번 수업 했을 때에도 청심환을 먹고 바들거리는 손을 연신 쓸어내리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를 반복했다.
아직 센터를 다니고 있는 데다가, 회원들에게 선물도 꽤나 많이 받는 나를 갑자기 내치지는 않겠지 싶었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계속해서 쟤 자를까 말까를 고민했다고 했다. 원래도 원장의 인스타를 보지는 않는데, 내게 본인 인스타 스토리 제한을 걸었다. 부러 찾아 보지 않는 스토리 제한이라. 중고딩도 아니고 왜이렇게 유치하게 굴까. 알고 있는 것들이 많다 보니 그 사람이 왜 저럴까에 대해 조금 분석해 보기로 했다.
사회생활을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배우 지망을 하다 요가로 넘어오게 되었다고. 하지만 난 그 사람이 수련을 하거나, 워크샵을 열거나. 또 다니거나 하는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억지로 누군가에 밑에서 일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관계를 끊어내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 이러다가 진짜 혼자 될 것 같아.
라는 말에 주변에서 심리상담을 받아보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을 해 주어도 자신은 환자가 아니라며 듣지 않았다. 그녀는 항상 옳았고, 옳아야만 했다. 몇 년을 알았던, 얼마나 친분이 있던. 자신에게 뭔가 거슬리는게 생기면 이십대 초반의 연애처럼 불같이 화를 냈다. 어떻게 나한테. 나한테 네가 그럴 수 있어? 라면서 끊어내기 바쁜 채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아닐까.
원장은 이름을 네 번이나 개명했다.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이 센 사람. 매출이 급하게 떨어지자 오후 실장에게 복귀 문자를 보냈을 때. 오후 실장은 처음 보는 이름이라 누군지 몰라 당황했다고 했다.(이전에도 다른 센터 매니저들에게 시켜서 그만둔 오후 실장을 떠봤는데 통하지 않으니 본인이 직접 나선 것 같았다.) 살면서 사람이 이름을 단 한번 개명할 일도 거진 없는데 네 번이나 개명했다게 내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대단하다라고 느껴질 뿐. 원장이 실장에게 보낸 첫 마디는 '언제까지 집에서 놀거예요?' 였다.
사이가 꽤 좋다 생각했던 오전 인포는 내 뒷말을 원장에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카톡을 내가 우연히 보게 되면서 사단이 났다.
한창 원장의 그 예민함에 나까지 예민해지고 있을 때였다. 화목에 새로 들어온 남자 강사가 수업을 꽤 잘한다면서 오전 월수금도 그 남자 강사가 하고. 막이래. 라며 웃으며 먼저 운을 틔운 인포의 말. 오전 인포는 원장의 CCTV역할을 하는데 이야기를 와전시켜 전하는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기구가 조금 아쉽긴 해요(필라테스 기구가 몇개 없기도 했고, 값싼 브랜드인 것은 회원들도 아는 일이었다.) 라고 강사들끼리 이야기한걸 원장한테 XX쌤이 필라테스 기구가 구닥다리래요ㅠㅠ 라고 전한 일이 있었다. 결국 3자대면을 하고 나서야 오해가 풀렸었다.
바꾸세요.
네?
오너가 원하면 바꿔야죠.
인포는 그즉시 원장에게 말을 전했다. 그 강사님 미워하고 싶지 않은데 말을 진짜 밉상으로 하네요ㅠㅠ 왜저러는지 모르겠다 하면서. 바로 위에 내 이름이 있었고, 나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인포에게 했다. 인포는 카톡창을 다 내리더니 왜 함부로 PC를 봤냐며 오히려 기분나쁘다며 역정을 내며 말을 돌렸다. 바로 카톡 보여주시던가요. 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개싸움이 될게 뻔했다.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인포는 돌아온 월요일에 바로 내 페이를 기본 페이로 바꾸는게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알지만 괜찮다고 했다. 센터 사정이 안 좋으면 어쩔 수 없죠. 그들은 가해자가 되는 것을 항상 싫어했다. 페이 조정에 반대한 강사가 스스로 나가는 예쁜 그림을 그렸을텐데. 그게 통하지 않으니 인포는 퇴근하려는 내 팔을 다급하게 잡았다. 그러면, 이번달까지 일하는건요 선생님? 그래요 그게 본론이잖아요.
오후 남자 선생님 있잖아요.
네?
그 사람 다른 센터에 월요일 오전강사 지원 했더라구요. 근데 월수금 오전 자리를 구해서 면접 보러 안온대요.
...
플라잉도 못하고, 경력도 짧고, 지방에서 올라와 연고도 없다는 사람이 오전 월수금 자리를 어떻게 구했을까요. 되게 신기하지 않아요?
내가 보기엔 지금 그 사람 내자리로 올리려고 하는 것 같은데.
맞아요? 라는 물음에 인포는 눈을 피하며 모르쇠로 답했다. 그런 것까지는 저도 몰라요. 그 뒤는 빠르게 진행됐다. 그날부터 나는 수업 전에 '센터 사정으로 저는 이번달까지만 일하게 되었습니다.'라고 공지를 띄우며 수업을 시작했다. 처음 말 했을 때부터 눈물을 보이는 회원도 있었고, 오후수업만 듣다가 오랜만에 오전수업을 와서 알게 된 회원도 있었다.
넌지시 원장에게 왜 내가 그만두냐고 물어본 회원에게 강사들 원래 잘 옮겨다녀요. 바로 도끼눈을 뜨며 두분이 친하지 않아요? 라고 되물었다는 말을 듣자. 그 사람의 인성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왜 회원하고까지 기싸움을 하려는건지. 지금 나를 이렇게 내보내려는 사람이 올해 초에 세 시간 넘게 나가지 말라고. 모닝도 뽑아주고 페이도 올려준다고 징징거렸던 그 사람이 맞나 싶었다.
나와 수련한지 3개월 쯤 된 회원은 저도 너무 아쉬운데, 기존 회원님들이 불만이 많으신 것 같아요. 강사분들 너무 자주 바뀐다고. 라며 상태를 알려주기도 했고. 마지막날에 알게 된 회원은 본인 핸드폰으로 스벅 커피 결제를 해서 사진 찍어가시라며 하기도 했다. 항상 같은 시간에 나오던 모녀중, 어머니 분이 인포에 앉아 있는 내게 선생님 다른 센터 어디 다니냐며 서울쪽으로 다니면 난 옮길거라고 연락처를 남기고 가시기도 하고. 손수 구워오신 수제 과자와 기초 제품을 주신 분도 있다. 반년 정도는 스벅커피를 쿠폰으로 먹을 만큼 받았다.
한 회원이 나가며 인포에 싸늘하게 말했다.
저 선생님 내보내는건 센터측 손해일텐데요.
한달 전에 겪은 일을 글로써 옮겨 담다 보니 기억에서 잊혀진 감정도, 들었던 이야기도 많다. 제목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을 오래 했는데. 그만둔 선생님들과 회원, 실장들과 이야기 할 때에 항상 나왔던 말을 그대로 적기로 했다. 원장은 사춘기야. 근데 끝나지 않아 묵은 사춘기야.
아, 예측대로 내가 나가던 자리는 남자 C의 필라테스 센터를 열심히 염탐하고 있다는 것은 원장 뿐만이 아니라 인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C가 센터 기구를 바꾸자, 곧바로 따라서 바꿨다. 똑같은 것으로 갑작스럽게. C는 그걸 보더니 인포와 원장을 모두 차단했다.
해당 원장은 지금껏 쫓아낸 강사를 괴롭히기 위해 월급을 일부러 늦게 줬던 전적이 꽤 있는지라 그 전까지는 인스타를 그대로 뒀다가, 월급을 받은 뒤로 차단했다. 내 스토리를 열심히들 보시는데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