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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휴자 Sep 19. 2024

순애의 농담

#8 어딘가에는 써먹겠지

순애는 가끔 농담을 한다. 아니 진담인가? 아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여하튼 순애는 농담을 가끔 하는데, 이게 농담인 듯 아닌 듯 그렇다. 뭔 말이냐면, 

뜻을 살펴보면 분명 농담인데 표정이나 말투에 장난이 없어서 헷갈린다고 할까. 

긴가민가. 기연미연. 믿거나 말거나 뭐 그런.

하루는 본가에 갔더니 마침 밥때였다. 순애는 갈비탕을 식탁에 올렸다. 갈비와 당면, 기름이 스며든 고기 국물이 먹음직스러웠다. 후추를 후추후추 쳤다. 뼈를 잡고 발라먹는데 놓쳤다. 뼈는 식탁을 툭 치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텅터덩터덩.

밥 먹다 말고 식탁 밑에 쭈그려서 뼈를 주웠다. 뼈가 텅터덩 치고 간 바닥을 물티슈로 닦았다. 밥 먹다 말고 식탁 위아래를 뻘뻘 땀 흘리며 오가니 순애가 물었다. 뭐 하냐고. 뼈가 떨어졌다고 하자,


뼈라는 존재가 분풀이하는 거야.

뼈는 뼈밖에 안 남았으니까 그걸로 분풀이하는 거야.


뼈가 분풀이한다니, 너무 아무렇지 않게 말해서 농담이겠지? 하고 속에서 나를 이해시켰다.

… 농담 맞지?


별안간 웃을 수밖에. 웃으며 분풀이라는 단어를 작게 읊조렸다.

그러고 보니 뼈는 갈빗살을 두르고 있을 때보다 뼈밖에 남지 않았을 때 더 큰 소리를 낸다. 악 밖에 남지 않았다는 표현과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순애의 농담 덕분에. 나 참.


순애는 농담뿐만 아니라 가끔 모사를 하기도 한다. 성대모사와 행동모사. 그 중간쯤.

비둘기가 화제에 올랐던 적에 나는 순애의 모사를 생애 최초로 들었다.

김밥 아주머니 주변을 비둘기가 포위했다는 얘기였는데, 듣기만 해도 소름 오진다.


‘구구구구’ 하며, 김밥 아주머니를 비둘기들이 포위했었다고. 비둘기 한두 마리가 삽시간에 열몇 마리가 되었다고. 포위당한 김밥 아주머니의 모습을 상상하자니, 안쓰럽다.

순애는 그런 얘기를 하며 비둘기의 고갯짓과 ‘구구구구’ 소리를 흉내 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구구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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