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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Jul 12. 2022

KAIST 엔지니어가 5년 차 유부녀가 되면 생기는 일

내돈내산 구매에서 자사 제품 개발까지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어릴 때 비염으로 고생했어요. 신랑도 기관지가 예민한 편. 미국 여름휴가 중에 동부에서는 괜찮다가 건조한 서부에서 코피가 났어요. 물리 화학 생물 열역학 유체역학 열심히 공부했는데 삶의 질을 바꾸는 습도, 놓칠 수 없어요.


1년 차 - 수건 말리기

소위 1.5룸이라고 하는 쪼꼬미 신혼집에서 소꿉장난 같은 살림을 시작했어요. 안방에 작은 건조대를 두고 저녁에 쓴 수건을 말렸어요. 한겨울에는 물을 조금 더 적시면 그럭저럭 지낼 만했어요.


2년 차 - UV 초음파가습기

좀 더 큰 집으로 이사했어요. 방이 넓어진 건 좋은데 난방을 틀면 금세 건조해졌어요. 다이슨 초음파 가습기에 UV 살균 램프 내장되어 있고 습도 값을 설정할 수 있어요. 중고나라에서 구매. 하얀 석회질이 생기는데 염기성이니까 구연산으로 중화해서 세척했어요. 수조 용량이 3L 밖에 안 되어서 거의 매일 물 보충.


3년 차 - UV 초음파가습기 + 증류 필터

미세먼지가 많아서 가습기랑 공기청정기를 같이 켰더니 새빨간 불이 들어왔어요. 처음에는 물방울 때문에 빛의 산란이 생겨서 그러나 했는데 아니었어요. 수돗물에 있는 미네랄 성분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거였어요. 물방울을 때려서 공기 중으로 분사하는 초음파 방식의 한계. 순수한 물인 증류수를 구매해서 사용하거나 별도 필터로 정수하는 방법이 있었어요. 귀찮지만 미네랄 가루를 마시는 게 찝찝해서 필터로 정수하고 전도도센서(TDS)로 농도를 잰 뒤 물을 채웠어요. 하얀 스케일도 줄고 미세먼지도 정상. 계절이 지나 보관할 때만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통세척했어요.


4년 차 - 자연기화 에어워셔

공부해보니 정답은 자연기화식. 다이슨은 이사하면서 당근으로 정리했어요. 가습기 계의 BMW라 불리우는 벤타 에어워셔를 장만했어요. 물이 10L 씩 들어가고 물 보충은 이틀에 한 번. 습도 세팅이 안 되는 기본 모델을 구매한 대신 IoT 스마트 플러그로 연결해서 센서와 스마트싱스로 조건문을 달아서 자동화. 용량이 커서 온 집안 공기가 촉촉+깨끗해졌어요. 물로 씻는 방식이라서 먼지도 많이 잡아줬어요. 디스크는 빼서 식기세척기에 돌리고 통은 솔로 문질문질. 여전히 고되지만, 소모품 필터가 없어져서 시간과 비용, 쓰레기가 줄었어요.


5년 차 - 직수 자연기화 에어워셔

근데 왜 이걸 손으로 하지? 자율주행도 되고 드론도 날아다니는데 에어워셔는 35주년이 되도록 같은 방식이에요. 국내외를 샅샅이 뒤져서 대나무 숲 속 직수 에어워셔를 찾아냈어요. 고객으로 만나서 유통 파트너가 되었다가 지금은 후속 제품을 같이 개발하고 있어요. 월패드에도 연동하고 IoT 센서랑 에어컨이랑 다 연동되면 좋겠어용. 올해부터는 물 긷는 노동에서 해방이에요.


machina liberabit nos 기계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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