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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46 증명하는 자의 실버라인

창작자와 (혼자) 교감하고 신이 난 기록

by 소피

28번째 자막 작업.

한 사람이 30분 동안 말하는

2000개의 단어를 들여다 보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지막으로 제목 초안을 잡아본다.

현장에서 그 사람을 느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초안이라 부담 없이 던져본다.


음악가인 이번 주인공에게서는

두 가지 키워드가 떠올랐다.

증명하는 사람. Prover.

사실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이다.

창작과 창업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자의로 시작한 뒤에 데스밸리(death valley)를 지나야

생존할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자기 안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태어나 버린 탓일까

스스로와 다른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

자신을 증명해 나가는 길을 걸어온 여정에서

고독이 느껴졌다.

말로 싸우지 않고 (싸우셨으려나?ㅋㅋ)

결과로 증명했다는 것이 멋졌다.


다른 하나는 실버라이닝. Silver-lining.

자신의 콤플렉스를 인지하고

스스로를 넘어서려는 투쟁.

어둠이 짙을수록 빛이 더 밝아 보인다.

혼자만 빛나는 게 아니고 다른 사람들도

비춰주고 싶은 따스함이 느껴졌다.

작품 제목이니 시적허용을 넣어서

silver-liner를 초안으로 잡았다.


최종 제목은 Prover로 당첨!


편집을 마치고 최근의 앨범의 타이틀 곡인

POVIDONE을 들어보는데

silver lining이라는 가사가 쏙 박힌다.

구름 너머로 비치는 햇살 가닥.

내 머릿속에 떠올랐던 이미지인데

같은 심상을 가지고 계셨다니!

너무 신기하고 짜릿하다!


실은 나는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은 아니다.

아주 가끔 라흐마니노프를 들으러 공연장을 찾고

최애의 직캠을 돌려보는 정도.

세상 사람들이 나같이 엥겔지수가 높다면

음악가들은 진작 다 멸종했을지 몰라.

실물 앨범이 있다면 기념으로 구매하고 싶은데

공연티켓만 판매된 모양이다.


포비돈이나 후시딘은

2차 감염을 막는 첫번째 소독약이다.

새살이 솔솔 돋는 마데카솔 같은

다음 노래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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