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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81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잠시 잊고 있지만 사실 다 지나가는 것

by 소피

76번째 영상의 자막 작업.

주말에 일정이 많은 나와 주중에 바쁘신 클로이. 호흡이 다르지만 슬슬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시작은 설레었고

중간은 버거웠고

마지막은 시원섭섭하다.


본업 때문에 시간을 쓰는 비중은 줄었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이야기를 이렇게 끈덕지게 듣는다는 게 일종의 인격수양처럼 느껴졌다.


해본 적은 없지만 108배를 하는 마음이 비슷할까.

100명을 만나서 100개의 그림을 다 그려낸 뒤

릭의 소감이 너무 궁금하다.


나는 100편을 다 작업하지는 않았다.

헤아려보니 73편.

그래도 꽤 많이 했네.

지금껏 60편을 했고 이제 13편이 남았다.


처음의 기대처럼 인류애가 샘솟거나 하지는 않지만

차분하게 꾸준하게 어떤 일을 해나간다는 성취감이 쌓였다.


그리고 말을 할 때 한 단어 한 단어 좀 더 신중하게 고르고 가능하면 완결된 문장을 구사하게 되었다.

아무 단어나 조급하게 뱉으면서 중언부언하지 않고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듣기를 열심히 했더니 말하기가 좋아졌다.


물론 듣는 방식도 꽤 바뀌었다.

판단보다는 수용,

내 주관적인 가치 판단을 제어하면서

그 사람의 시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연습.

아주 조금 더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쁘다.


73시간.

꼬박 3일을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본 시간.


끝나가는 게 벌써 아쉽다.

다시 처음부터 하라고 하면 글쎄.

잘 몰라서 용감하게 시작해 본 것 같기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다시 할 엄두는 아직 안 난다.


모쪼록 다 같이 건강히,

무사히 마무리 짓기를!


+) 클로이가 공유해주신 가을 사진!

잊지 못할 2025 가을이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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