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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5 맞잡은 백지장

셈법이 바뀌어야 하는 시점

by 소피

얼마 전 D+70 성과를 중간점검했다.

인터뷰가 진도가 잘 나가고 있었고,

영상편집도 평소와 비슷한 페이스..

라고 생각을 했는데!


헤아리는 방법을 바꾸니 생각보다 남은 시간이 빡빡했다.

30일 동안 43편의 영상을 편집하고 자막까지.

D-30!이라고 뒤집어서 보는 순간 마음이 급해졌다.


좋은 팀과 호흡을 맞추면 함께 일할 때

와 정말 ㅇㅇㅇ가 없었으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금의 클로이가 딱 그렇다.


클로이가 자막 작업을 절반 맡아주시고 인스타 업로드도 챙겨주시니

나도 먹고사는 일에 이사 준비까지 정신이 없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영상편집을 두 편 도울 수 있었다.


영상은 용량도 크고 렌더링에도 시간이 오래 걸려서

생각보다 인내심과 기다림이 필요했다.

나는 내가 속도를 조절해서 손으로 탁탁 쳐내고 빠르게 성과를 볼 수 있는

자막 편집 쪽이 훨씬 더 성향에 잘 맞는 일이라는 것도 발견했다.ㅋㅋ


이걸 꾸준하고 꼼꼼하게 잘해주고 계신 해이든께 깊은 감사를.

그 와중에 인터뷰이 정보 확인과 추후 전시를 위한 30초 짧은 영상 추출,

카톡방도 챙겨주고 계신다.


릭의 리소스가 좀 더 있다면 더 하고 싶은 것도 많은 프로젝트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 퀄리티의 영상이 계속 만들어진다는 건

대단히 생산성이 높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오리지널 콘텐츠들이 쌓여간다는 것이 기쁘다.

사람의 doing이 아니라 being에 집중하는 온전함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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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건국대학교에서 항심님의 기록을 만들었다.

사실 최근 몇 년 동안은 되는 대로 흘러가며

눈앞에 닥친 일을 빠르게 쳐내는 모드로 살아왔다.

오래간만에 나도 미리 준비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정성스럽게 '준비된' 상태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큰 틀에서는 사전토크에서 이야기 나는 대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잘 담아냈지만

또 현장에서만 생길 수 있는 재밌고 우연적인 요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카메라의 존재감을 이겨내고

대화에 갈수록 집중할 수 있었던 30분이었다.

몰입의 즐거움은 다른 것과 비할 수 없지.


지난주에 항심님과 차를 마시며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항심님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따뜻함을

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는데


평소에 내가 알던 모습과 많이 다르지 않게 자연스러우면서도

선명한 메시지들이 잘 아카이브 되어서 기쁘다.


가능한 매사를 이렇게 꼼꼼하게, 성실하게 잘 준비하고

또 기회가 있을 때 멋지게 해내는 게

이 분이 가진 본연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답게 준비된 상태에서 자기 다운 편안한 모습을 같이 담을 수 있어서

기쁘다.


앞으로 남겨질 영상에 내 목소리도 남는다.

기꺼이 인터뷰의 기회를 주신 릭에게도 감사를.

서당개가 풍월을 읊듯이 50여 편의 인터뷰를 화면 너머로 함께한 나도

더 잘 듣고 더 잘 묻는 사람이 된 것 같아

성장이 느껴져서 기뻤다.


되는 대로 툭툭 던지던 말하기에서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서 듣다 보니

나의 말하기의 첫 번째 청자인 나 자신에게도 좀 더 친절해졌다.

덕분에 더 정확하고 명료한 생활 언어를 구사하는 습관을 들인 것이 큰 발전이다.


진짜 끝이 보인다.

섭외는 97번까지 완료.

프로젝트 종료가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 릭을 11일 만에 만났는데 꽤 오랜만에 만난 느낌이 들었다.ㅋㅋ

2-3주 전의 빡빡하고 여유 없던 시기를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라

이겨내신 것 같아서 멋지다고 생각이 들었다.

중반의 압박을 잘 극복했고

웃으면서 잘 마무리가 될 것 같다.


30분짜리 예고편 100편을 만드는 중.

이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낼 다음 페이지가 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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