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S에 중간 투입된 클로이의 소회
Day 0. 여럿이 모여 하나가 되는 점묘
소풍커넥트 북클럽에서 만난 릭님에게 들은 재밌어보이는 프로젝트
2025년의 서울을 100명의 인물로 담는 페이스드로잉프로젝트라고.
서울하면 떠오르는 남산타워나 케이팝 아이돌이 주인공이 아니라, 다양한 인물 100명이 모여 그것이 자연스럽게 서울이 되는거라고.
사람이나 이야기에 늘 관심이 많은 나는 단번에 반했다. 이 프로젝트에.
Day 1. 삐비빅, 스타트업 인간 미지의 땅에 발을 들이다.
사실 수익화 구조는 뭔지, 정말 흥미로운데 왜 많이 알리지 않는 거지?하는 의문이 머리를 스쳤다.
어떤 프로젝트들은 매출이나 수익화가 목적이 아니고, 의미와 실행에 가치를 둔다던데 이번 프로젝트가 그런 걸까. 매일이 생존이고 증명이던 초기 스타트업들을 지나온 나는, 어쩐지 새로운 땅에 초대된 기분이 들었다.그러나 앞서 만들어진 콘텐츠들을 보면서 알았다. 이 프로젝트는 단기적 매출이나 성과를 보는 게 아니라 100인이 가진 무한한 확장성의 시작을 틔우는 하나의 스타트 포인트임을.
Day 2. 달에 발자국을 새기듯 의미가 남는다면
스톡옵션이 있는 것도 아니고 페이가 없는 프로젝트라니?! (조인하고서야 알았다ㅎㅎ)
정말 너무 재밌겠지만 회고하고 내년을 계획하기에 마음이 왠지 바쁜 연말에, 그것도 이미 반 바퀴를 훌쩍 날아온 이 프로젝트에 내가 조인하는 게 맞을까 여러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해보고 싶다, 이 프로젝트의 일부를 내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이겼다. 달에 발자국을 새기듯, 의미가 남는 일이 2025년을 특별하게 마무리하게 해줄거란 믿음이 생겨서.
(그나저나 소피와 해이든의 동기는 어디서 오는 걸까? 무엇이 그들을 본업 후 이 일에 매진하게 만들까? 오프라인으로 만나면 물어봐야지. 내가 매력을 느낀 지점과 다른 지점들을 또 발견하게 될지 모르니까.)
Day 3. 사람은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이 되어 죽는다.
그래서 내가 합류한 이유가 뭔지 적어보자면 이렇다. 알고리즘은 나를 학습한다. 그리고 내가 선호하는 혹은 관심있는 얼굴들과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이들을 노출한다. 최적화란 이름의 이 학습은 그러나 내 생각과 세계를 좁히고 옳고 그름과 상관없이 강화한다. 그래서 염증을 느끼던 터다. 내 알고리즘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 전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가지며 2025 서울을 걸어가는 이들을 보고 싶다. 내가 이것만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길이나 방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걸어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얼마전 방황하는 마음을 붙들며 읽은 내인생 구하기라는 책에서 하이데거의 명언을 만났다. "사람은 많은 사람으로 태어나 한 사람이 되어 죽는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태어나 하나의 사람으로 좁혀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알고리즘은 그 속도를 너무나 가속화했고 그 믿음을 강화했다. 알고리즘에서 탈출하자. 우리에겐 여전히 여러 사람으로 살 가능성과 권리가 열려있다.
"클로이, 너의 좁은 세상이 말하는 그 생각만이, 그 길만이 꼭 정답이나 성공이 아니야.
저 다양한 길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봐. 쫄지말고 너도 너만의 길을 걸어. 그리고 이 글을 보는 당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