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개인정보 사태로 본 '플랫폼'
지난해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활용이 큰 문제가 됐다. 특히 정치 성향을 수집해 선거에 이용했다는 점이 비난을 받았다. 우리나라보단 해외에서 문제가 크게 불거졌다. 이런 논란은 꽤 새삼스럽다. 물론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여 유출하는 것은 큰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인터넷이 발달하며 달려온 그 오랜 세월 동안 이런 위험에는 눈감지 않았던가?
페이스북 등 SNS뿐만 아니라 각종 웹사이트, 어플리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이용할 때 개인정보를 요구한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도 있는데 무엇을 믿고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단 말인가.
하지만 사람들이 개인정보를 맡긴 것은 내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사고 팔라는 뜻까진 아니었을 것이다. 어렴풋이 그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사고 팔고 지지고 볶고 있을 것이란 심증은 있었겠지만 그래도 전적으로 허락한 것은 아니었을 거다. 그러나 기업들은 서비스 약관에 은근슬쩍 개인정보를 사고 팔아도 된다는 동의를 유도해냈다.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사태가 새삼스럽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우리가 플랫폼에 대해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플랫폼은 논란에서 빗겨나 있었다. 논란은 생산자의 몫이었고, 피해는 소비자의 몫이었다. 플랫폼은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아무 것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난해 댓글의 매크로논란에 대해 네이버가 자신들은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플랫폼에게 관대했다. 그러나 이제 플랫폼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것만으로도 페이스북 사태는 큰 의미를 갖는다.
플랫폼은 무죄가 아니다. 어떤 콘텐츠가 크게 잘못됐다고 하자. 1차적으로 생산자에게 잘못이 있다. 그러나 이것을 메인에 내걸고, 사람들에게 쉽게 노출되도록 배치한 플랫폼은? 알고리즘한 일이기 때문에 플랫폼에게 잘못이 없을까? 왜 이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알고리즘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수정하고 고쳐나갈 의지도 없는 플랫폼이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플랫폼에겐 동반 책임이 있다. 아니면 최소한 현재의 문제를 고쳐나가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이제 인터넷이 이끌던 3차산업의 시대가 4차산업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Contents-Platform-Network-Device. 일명 CPND 모델에서 지금 가장 큰 파워를 갖고 있는 자는 플랫폼이다. 특히나 콘텐츠는 플랫폼에 심각할 정도로 종속되어 있다. 이제는 플랫폼의 하청처럼 전락한 언론사들, 플랫폼과 매번 불공정한 계약을 맺고 있는 웹툰 작가들, 플랫폼에게 대부분의 수익을 뺏기는 외주제작사들까지 이루 말할 수 없다.
플랫폼은 공짜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네이버를, 다음과 카카오를, 페이스북 그리고 트위터를 간단한데다가 무료이기까지 한 '혜자' 서비스처럼 누려왔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지불은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옛말에 공짜 좋아하다 대머리된다는 말이 있다. 대가 없는 공짜는 없고, 공짜를 너무 즐기면 언젠가 자신에게 그 몫이 돌아온다는 경고차원의 말일 것이다. 그리고 언제나 옛말은 틀린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