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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Ed Mar 20. 2019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

42연패 팀의 감동스토리

스포츠, 게임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누가 우승하느냐다. 우승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강팀에게 이목이 쏠린다. 그러나 게임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이하 '오버워치 리그')에선 리그 우승자보다 더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슈가 있었으니, 바로 최약팀 '상하이 드래곤즈'가 과연 언제쯤 1승을 할 것인가다.


상하이 드래곤즈는 지난해 리그에서 유일한 중국 연고지 팀이자, 선수 전원 중국인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계속된 연패에 한국인 선수를 일부 영입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버워치 프로 선수이자, 리그의 유일한 여성 선수 게구리(Geguri) 선수가 이 때 상하이 드래곤즈에 입단했다. 그럼에도 상하이 드래곤즈는 2018 오버워치 리그에서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하며, 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해가 바뀌고 2019 오버워치 리그가 시작됐다. 선수들도 전원 한국인으로 교체됐다. 그러나 여전히 상하이 드래곤즈는 연패를 거듭했다. 그렇게 패한 경기가 42경기. 즉, 42연패였다. 42패를 지나온 동안 많은 사람들이 상하이 드래곤즈를 조롱했다. 39-0, 40-0, 41-0 ... 드래곤즈가 경기를 치룰 때마다 채팅창은 이런 비웃음으로 가득하곤 했다. 또 져서, 0승일 거란 뜻이다.


그런 상하이 드래곤즈가 드디어 1승을 했다. 42연패만이었다. 선수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 했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간판이자, 나의 최애 선수 게구리도 이제야 웃을 수 있었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팬들도 눈물을 멈추지 못 했다. 드래곤즈의 팬 뿐만이 아니다. 다른 팀의 팬들, 오버워치 리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 상하이 드래곤즈를 조롱하던 사람들까지 모두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을 기뻐하고 환호했다. 이 1승이 얼마나 값진지, 얼마나 기다린 것인지 잘 알기 때문이다.


상하이 드래곤즈가 1승을 확정하는 순간 환호하는 오버워치 리그 관중들 캡처. 1080p임에도 왜인지 저화질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꼴등의 한 걸음을 다 함께 응원해주고 기뻐해주는 (물론 그동안 많은 조롱을 받았지만)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1년 내내 지고, 42연패를 기록하는 동안 선수들의 마음이 얼마나 찢어졌을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더 이상 이길 것이란 기대도 옅어지고, 체념과 자책이 가득했을 것이다. 상하이 드래곤즈는 여전히 약팀이지만 이제 '무(無)승'은 아니다. 꼴등도 아니다. 함께 웃어주는 많은 팬들도 있다.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을 보며, 나의 1승도 생각했다. 상하이 드래곤즈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의 연패와 그 동안 반복된 수많은 실망과 낙담. 하지만 내가 1승을 이룬다면 상하이 드래곤즈의 1승처럼 소중하고 의미있는 1승이 아닐까. 잘 된 사람만 기억하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나도 한 번 그렇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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