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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Ed May 18. 2019

싫으면 싫다고...

제일 싫어하는 접속어2

난 '혐오' 그 자체보다 '가증스러움'이 더 싫다. 인간이 인간으로 살면서 싫어하고 혐오하는 감정을 어떻게 틀어막을 수 있겠나. (물론 싫어하는 감정과 싫다고 해서 말로 내뱉고, 행동까지 하는 것은 별개이자, 큰 문제다.) 솔직히 속으론 조금 경멸스러워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다.


내가 정말 역겨운것은 'OO혐오자'이면서 아닌척, 착한척하는 사람들이다. 혐오는 쏟아붓고 싶고, 나쁜 사람은 되기 싫고? 그래서 이들은 자꾸 이유를 가져다 붙인다. 아래는 내가 싫어하는 표현들을 일부 정리해본 목록이다.


1. 역접사용자 : "~도 중요하지. 하지만~", "~도 잘못했지. 하지만~"

2. 자유주의자 : "그건 개인의 자유가 아닐까?", "이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지"

3. 체념론자 : "세상이 원래 그래", "너가 그런다고 안 바뀌어"

4. 양비론자 : "둘다 잘못했어", "난 둘다 싫어"

5. 진위감별사 : "진짜 ㅇㅇ맞아?", "상대방 말도 들어봐야지."



이들은 이런 말로 대화와 토론 자체를 막아버린다. 더 깊게 생각하긴 싫지만 나쁜 사람도 되기 싫거나, 더 얘기하다간 자신이 논리에 밀릴 것 같거나, 분위기 자체가 험악해지는 것이 싫거나, 정말 자신이 혐오자인지 인지를 못 하거나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이란 단어를 쓰기 전에 밑밥을 깔고, '개인의 자유'라는 만능키를 들고나오면 상대방이 할 말이 없어지니까. 그렇게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리면서 승리감에 도취되거나, 역시 내 말이 맞았다며 더 깊은 믿음을 가지게 된다. 행여나 'OO혐오자'아니냐고 하면 길길이 날뛴다.


난 그냥 이들이 'OO혐오자'임을 인정했으면 좋겠다. 혐오자까진 아니어도 솔직히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하고, 솔직하게 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음 좋겠다. 싫은 감정을 어떻게 막겠는가, 나도 물론 싫은 부류들이 있다. (싫다는 이유로 못된 행동을 지지하진 않지만) 이들이 최소한 자신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착각하진 말았으면 좋겠다. 이들이 자신의 말과 행동을 정당화할 때마다 들어줘야 하는 일이 몹시 괴롭다.


(그래서 나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 저 위의 5가지 스킬을 종종 사용한다^^.... 세상은 내가 하면 로맨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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