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헨리포터 Feb 24. 2021

브런치 독자와 브런치 작가 사이

무언가 재미난 글에 이끌려 독자로서 브런치를 시작한 지도 거의 반년이 지났다. 물론 그 시작은 온전히 읽기만 하던 독자였으나 하다 보니 읽다 보니 그리고 어쩌다 보니 하나둘 쓰고 있다. 이곳은 생각을 여과 없이 드러내되 (당장은)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에 일상을 하나둘 쓰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것은 온전히 필명을 사용하면서 가능해졌는데 내가 왜 처음에 이 필명을 선택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른다(ㅎ). 비슷한 이유에서 실제로 브런치에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작가가 꽤나 많은데 예전 어느 글에서 어떤 작가가 말하길 주변에 굳이 본인을 드러낸 일을 두고 후회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나를 숨길 필요는 없지만 드러낼 이유가 더 없다는 생각에는 나도 격하게 공감했는데 필명이 아니면 쉽게 꺼내놓지 못할 말들을 적고 있으니 아마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지금껏 다른 방향으로 인생을 살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 복면을 쓰고 나타나 시원한 고음과 함께 한곡조씩 뽑아내며 가수 데뷔를 하던 그 교양 프로그램(?)처럼 우리도 마찬가지로 필명을 스스로 부여한 덕에 활동이 조금은 더 수월해졌고 조금은 더 편하게 쓸 수 있다. 예전에 우리가 커오던 그 시절이라면 책을 는 사람이나 글을 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조앤 롤링'정도는 되어야 하고 본인과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 생각하며 애당초 '독자'로만 그 삶을 한정해온 탓에 '작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그 대단한 생각을 일찌감치 포기한 채로 각기 다른 길을 살아온 것은 아닐까. 뿐만 아니라 그런 대단한 일을 하려면 십수 년에 걸친 도제식 수련을 거치고, 혹시 모를 불합리함도 이해해야 하고, 일부분 도용당하거나 뺏기고 또는 차례가 뒤바뀌어도 그저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데뷔를 준비해야 하는 줄로만 알았기에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생각조차 안 해봤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변하고 나의 생각이 변하고 문턱의 높이도 변했기에 이제는 대단하지 않더라도 이곳에서 주제 불문 그리고 이유 불문하며 무언가를 특정한 양식 없이 그리고 고민 없이 써나갈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떤 이유에서였는지는 몰라도 그동안 활발하게 글을 쓰던 이들이 브런치를 향해 작별을 고하고 다른 곳을 향해 떠나가는 모습을 제법 보게 되었. 사연은 제각각이었으니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이 기회 과연 나는 어떤 목적에서 그리고 어떤 꿈을 가지고 브런치를 하고 앉았나(?) 생각해볼 기회를 가져본다.


여기서는 우리 모두가 글을 쓰고 있는데 작가가 많기 때문에 다양한 상황의 재미난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에는 꽤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으니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덤이다. 허나 일반작가의 경우에서 브런치는 신규 독자의 유입이 적은 편이므로 맥이 빠질 때도 있다. 어느 날은 거의 없다. 물론 어떤 경우에 우리의 (반응이 안 좋던) 글은 발견되지 못하고 빛을 발휘하지 못한 채 사라져 가는 경우가 많지만 어차피 이러한 개념은 세상사 어디에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으로 큰 아쉬움이 뒤 따르지는 않는다. 어쩌겠는가. 그래도 문턱을 낮춰준 브런치 덕에 나는 이곳에서 '작가'가 되지 않았던가. 실명으로 등단은 하지 않았으되 브런치에서 필명(물론 공익 제보할 정도의 대단한 목적의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필명이란 참으로 여러모로 쓸모 있는 개념이다)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며 많은 노트(?)를 남기는 것으로도 어쩌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우리의 마음 한 편에는 마치 전성기의 '히동구'감독처럼 여전히 승리에 목이 마르고 골이 고픈 감정이 남아있다. 그 이유라면 아마도 작가에도 여러 종류가 있기에 그런 것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작가가 되었는데 여전히 작가를 꿈꾸고 있는 나 자신이 딱 지금의 브런치를 대하는 자세가 될 것이고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탓에 브런치에서 오래도록 활동하는 작가는 갈수록 찾기가 힘들다. 무슨 말인고 하니 작가라는 그 분야도 세분화를 한다면 방구석 작가와 브런치 작가나 생업(?) 작가 그리고 출간 작가와 더 나아가서는 베스트셀러 작가까지도 나누어진다. 물론 이미 얼굴과 이름을 알린 분들이 홍보 차원에서 브런치를 계속 병행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그만의 이유와 목적이 명확한 경우이므로 논외로 한다.


다시 말하면 습작을 포함한 실전 글쓰기 정도로 활용하는 목적이나 소재를 찾 정도로서 딱 좋은 플랫폼이라는 말이고 그 말은 결 브런치 작가를 넘어서 다른 작가로 발전해 나가려 한다면 이제는 오히려 습작보다는 홍보나 다른 목적에 적합한 랫폼으로 옮겨가는 수순이 오히려 바람직할 수도 있기 문이다. 물론 나는 (아직) 생각의 깊이나 목표의 크기 그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으니 별다른 생각은 없지만 떠나는 자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브런치에 글하나 올리는 것도 이토록 심혈을 기울여서 써야 하는데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이후에 이곳에 정신을 '전과 ' 상태로 온전히 집중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이 곳에서 내가 롱런을 꿈꾸는 사람은 아닐지라도 브런치는 계속 써야 할 이유가 있어 보이는데 바로 하루에 몇 명 찾아오지 않는 이 시스템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시답잖은 생각이라도 세상을 향해 무언가를 즉시 고할 수 있지 않나(일기장에 쓰는 것보단 여러모로 그리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역사로 사라진 프로그램이 되었지만 과거의 개그콘서트를 보면 전파를 타는 그 개그가 사실은 이미 대학로에서 한바탕 공연을 마친 것이고 그중에서 반응이 좋은 개그를 선별하여 활용한 것들이 많았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브런치란 그들의 대학로 공연장인 셈이고 개그콘서트라면 우리가 필명(혹은 본명)으로 바깥에서 작가 노릇을 하는 무대가 공중파 방송인 개그콘서트와 같을 수도 있. 그렇기에 오히려 별 부담 없이 계속 써나가기에 참으로 좋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큰 재미라면 쓸 때보다 오히려 읽을 때 얻는 재미가 크다. 독자로서 다양한 작가의 입장을 날것의 글로서 접하는 맛이 바로 이곳에 있다. 훗날 가다듬어 그 글이 어떤 출판물에 다시 포함될지는 모를 일이나 서로의 글감을 공유하고 다시 누군가가 새로운 시각을 입혀 재탄생시키는 이 공간은 어쩌면 도움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더 큰 성공을 기원하여 떠나보내길 반복하는 그런 모임과도 같아 보인다.


그렇게 생각이 드는 건 명백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독자로서 무한정 그 재미만 즐기다 보면 떠나간 그들의 빈자리만 바라보다 내게 남은 건 그저 허무함과 상실감만 더 커지는 점을 잘 알기에 우리는 독자이길 즐기지만 그럼에도 계속 더 큰 물에서 작가가 되려 노력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굳이 서두르거나 체할 것을 알면서도 일부러 급하게 려 애쓸 필요는 없다. 독자가 원하는 것들은 계속 변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쓸 새로운 필명의 저자들은 계속 요구되며 출판의 방법은 계속 늘어나는 이 시대는 바야흐로  춘추"작가"시대 아니던가.


여하튼 새로운 도전과 성공을 쫓아 떠난 그들은 응원받고 축하받아야 마땅하. 우리도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어 뒤따르게 될지 모를 그 길이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개'조심과 '외세'조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