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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혁진 Dec 20. 2022

오쓰카 에이지의 억압, 데즈카 오사무의 복귀



* 이 글은  (재)한국만화영상진흥원, (사)한국만화가협회에서 주관하는 〈2022 만화포 럼〉 개인 연구 지원을 받았습니다



  데즈카 오사무를 논의할 때 경유해야 할 어떤 지점이 있다. 만화 원작작이자 서브컬처 평론가인 ‘오쓰카 에이지(大塚英志)’가 주창한 아톰의 명제. 그러면 아톰의 명제는 무엇인가. 아톰은 로봇이면서도 성장하길 바라지만 또한 로봇이기에 성장을 할 수 없는 모순적 존재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오쓰카 에이지는 아톰의 존재론을 기호론적(구체적 세계를 추상적 기호로 재현)으로 재구성하여 치바 테쯔야, 하기오 모토, 아즈마 히데오 등을 관통하고 이어 단숨에 일본 전후사(12세 소년으로서의 미성숙한 일본)에 접속해 버린다. 기호, 재현, 형식, 역사를 아우르는 아톰의 명제는 무척이나 매혹적인데 이러한 이유로 아즈마 히로키, 우노 치네히로, 후쿠시마 료타와 같은 평론가들이 아톰의 명제로부터 각기 게임적 리얼리즘과 모성의 디스토피아와 부흥문화론을 전개한다.


 이처럼 아톰의 명제는 데즈카 오사무론(論)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후의 주장부터다. 오쓰카 에이지는 일본 만화의 기원을 다이쇼 아방가르드로 규정한 후 전전(戰前) 만화와 전후(戰後) 만화를 연결하여 일본 만화의 고유한 형식을 기호적 영화-몽타주 만화로 정의 한다. ‘만화기호설’과 ‘영화-몽타주 만화’를 축으로 하는 일본 현대만화의 기원으로, 오쓰카 에이지는 유감스럽게도 여기서 길을 잃고 만다. 오쓰카 에이지의 만화사는 엄밀히 말해 실제로 진행된 역사가 아니다. 그것은 자의적으로 구성된 일종의 ‘내러티브’다. 이때의 내러티브란 모더니즘의 “위대한 네러티브 구성자” 클레먼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를 참조한 것으로, 클레먼트 그린버그는 모더니즘의 본질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생각하기에 모더니즘적이 않은 회화를 역사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버린다. 오쓰카 에이지가 행한 작업도 정확히 이와 같다. 오쓰카 에이지는 다이쇼 아방가르드 더 정확하게는 ‘러시아 아방가르드’를 현대 일본만화의 기원이라 주장한다. 의아한 것은 오쓰카 에이지에 따르면 러시아 아방가르드의 계승자여야 할 데즈카 오사무가 정작 이에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도리어 초기작 『로스트 월드』(1948)의 군중신에서는 오쓰카 에이지가 간과했던 아니 어쩌면 부정하고자 했던 미국만화의 흔적(지그와 맥기,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뽀빠이, 베티붑)이 선명하게 각인돼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데즈카 오사무와 함께 만화를 그리며 누더기 표주박을 창안한 여동생 ‘데즈카 미나코’의 인터뷰를 보자. “그때 『아사히 그래프』라는 잡지의 첫 페이지에는 미국 만화 『지그와 매기』라는 작품이 실려 있었다. 미국의 상류 사회의 생활상을 묘사한 이 작품을 통해 오빠는 일본에 아직 들어와 있지 않은 미국의 풍습과 의상, 생활 습관 등을 익혔다. 마천루의 묘사라든가 『메트로폴리스』에 등장하는 검은 제복 역시 『지그와 매기』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만화를 보지 않고는 절대로 그릴 수 없는 것이었다. ··· 오빠의 만화는 사실 『지그와 매기』를 참고하기 시작하면서 예전의 스타일에서 많이 벗어나게 됐다.” 러시아 아방가르드 외에도 미국 만화에 커다란 영향을 받았음을 추정해볼 수 있는데,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데즈카 오사무의 인터뷰를 가져와보자. 어린 시절 데즈카 아버지의 책장에는 미국 만화를 연재한 잡지 『신세이넨』(新靑年), 『아사히 그래프』(アサヒグラフ) 등으로 가득했다. 데즈카 오사무는 이에 관련하여 “아버지는 뭐랄까, 모던한 것들을 좋아하셨던 분이었어요. 프랑스제 가정용 영사기를 구입하셔서 초창기의 만화영화 필름을 구해와 이를 감상하곤 하셨죠. 그리고 만화책도 자주 사오셨죠.”라고 회상한다. 그런데 여기서 모던한 것과 미국 만화는 도대체 무슨 관계인 걸까. 인터뷰에서 데즈카 오사무는 뜻밖에도 일본만화 기원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 실제로 1920~30년 대량으로 유입된 미국 만화는 기존의 일본만화와 다른 모던한 새로운 매체로 인식돼 왔다. 동시대 근대적 발명품(축음기, 사진기, 영화)과 음성(talking), 운동(moving)의 속성을 공유한 미국 만화는 그림이야기(picture story) 기반의 일본만화와는 다른 오디오비주얼적(audiovisual) 만화였던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지그와 매기』는 모던한 미국만화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는데, 전전 시기 최장기간 연재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일본만화가 새로운 형식인 오디오비주얼 만화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만화의 기원에 관한 오쓰카 에이지의 주장은 실패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도 진실은 존재한다. 하지만 동시에 자의적으로 선택되고 비약적으로 구성된 주장이기에, 만화기호설과 영화-몽타주 만화는 엄밀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지금의 이 글은 오쓰카 에이지에 관한 비판적 검토가 될 것이며 여기에다 추가적으로 논의를 확장하자면 만화기호설과 영화-몽타주 만화를 보다 복잡하게 만들어 또 다른 데즈카 오사무론을 개진해보겠다.     




이 후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주십시오 :)


https://www.cartoon.or.kr/data/?pIdx=data&B_Name=center&b_dir=bbs&category=b_data&search=&searchstring=&b_url=contents&list_no=2407&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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