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기가 없었던 연수원 동기는 행정고시 3차 면접을 앞두고 스피치 학원에 다녔습니다. 스피치 학원에 가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볍게 주먹을 쥐고 가슴을 두 번 친 후 양팔을 위로 뻗으며 “나는 배짱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3번을 반복하며 자신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나 자신입니다. 내가 하는 말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공부할 때도 내가 하는 말에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제가 공부하면서 정말 방해가 되었던 말 10가지를 떠올려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내가 그렇지 뭐...
공부하다 보면 집중이 되지 않는 날도 있고, 노력했지만 예상보다 좋은 않은 결과를 얻는 날도 있습니다. 이런 날은 나에게 있어 그저 그런 하루입니다.
섭섭한 마음에 한마디 던집니다. “내가 그렇지 뭐...”
예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 ‘원래 나는 그랬다’는 식으로 푸념하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말로 “왜 항상 나는 이럴까...”가 있습니다.
사실 공부를 하다 보면 예상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기대보다 실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내가 그렇지 뭐”라는 말은 ‘그저 그런 오늘’을 ‘내 인생 전체’로 확대하는 말입니다. 이 말로 미래에 올 좋은 날의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버립니다.
오늘 예상했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받았다고 생각해봅시다. ‘원래 나는 그렇지 않은데 어쩌다 운이 좋았네. 미래에는 또 안 좋을 거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결과가 실망스러운 날에는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내일은 의외로 괜찮은 것 아냐?”라고 말해봅시다. 더 좋은 가능성이 생길 것입니다.
2. 지금 바꾸는 것은 무리야.
저의 지인들에게 공부방법을 조언하다 보면 많이 나오는 말 중 하나가 “지금 그것을 바꿀 수 없어요.”입니다. 유사한 말로 “혹시 모르니까 OO은 버릴 수 없어.”, “그렇게 해봐야 어차피 안 돼.”가 있습니다.
물론 제가 제안한 방법이 정답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에게 공부방법에 대한 고민 상담을 한 것인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 바꾸는 것은 무리다.’라는 말로 현재의 방법을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현재 상황에서 문제점이 있어도 어쩔 수 없어. 내가 하는 방법이 최선이야.’라고 생각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합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겠다.”라고 말해야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납니다. ‘어차피 안 된다.’는 생각에 갇히면 더 좋은 방법은 생각나지 않습니다.
3. 네가 뭘 알아?
공부를 하다 보면 정말 외로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주말에 혼자 밥을 먹으며 책을 보고, 밤늦게 불 꺼진 집에 들어올 때면 외로움에 서럽기까지 합니다. 친한 친구에게 연락을 합니다.
친구 : 공부 잘되어 가니?
나 : 아니 재미없어. 공부하려니 힘드네.
친구 :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기분전환이라도 하면 어때?
나 : 돈도 없고 시간도 없어.
친구 : 주말에는 시간 있을 거 아냐.
나 : 시간 없다니까. 내 상황도 모르면서 이래라저래라 하지 마.
“네가 뭘 알아?”와 같은 말로 스스로를 더 외롭게 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네가 뭔데 참견이야?”, “내가 이렇게 하는 것에 보태준 것 있어?”가 있습니다.
물론 친구가 나의 상황을 제대로 알 리가 없습니다. 친구의 상황을 고려하며 대답했어야 합니다. “그래 고마워.”, “너의 의견도 도움이 될 것 같아.”, “말만 들어도 좋네.”와 같은 표현을 하면 친구와 교감을 할 수 있고 외로움도 줄어듭니다. 만약 친구가 정말 도움이 되지 않는 말만 한다면 차라리 자주 연락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4. 내일부터 하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살짝 깨서 시간을 보니 7시입니다. ‘아 10분만 더 자자’라고 생각하며 잠깐 눈을 붙였다 일어나니 10시가 되었습니다.
“아 오늘은 망했네. 내일부터 하자.”라고 말하며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계획이 틀어졌다는 생각에 ‘공부할 맛’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해도 된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합니다. 10시도 이른 시간입니다. 공부하기에 충분히 많은 시간이 남았습니다. 잠을 충분히 잤으므로 더 집중력 있게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내일부터 하자”라는 말보다 ‘일단’이라는 말이 필요합니다. 당초 계획과 멀어졌더라도 “일단 일어나자.”, “일단 해보자.”라고 말하며 행동으로 옮겨야 합니다.
5. OO이 잘못되었어.
시험 결과가 좋지 않으면 “시험문제 이상하네.”, “시험문제가 잘못되었어.”, “학원강사가 제대로 안 가르쳐줘서...”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내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어 심리적 부담감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유를 생각하지 않고 다른 외부의 것으로 책임을 돌리면 발전할 수 없습니다.
다른 쪽으로 책임을 돌리는 말을 함으로써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하지 않고 개선하려고 하는 의지도 사라집니다. 그러다가 또 결과가 좋지 않으면 “내가 그렇지 뭐”라고 말하며 푸념하게 됩니다.
잘못을 객관적으로 인지해보려는 말이 필요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결과가 좋은 사람과 나의 차이가 뭘까?”라고 말해야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6. 완전 최악이야!
“지금 제대로 못하고 있어.”, “완전 최악이야.”라고 신세한탄을 하며 공부합니다. 아마 내가 힘들다는 것을 주변에 호소하며 다른 사람에게 격려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말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잘 될 거야.”라는 말이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의 현재 상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하는 격려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최악이라는 말을 함으로써 ‘진짜 최악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이 스트레스를 만들고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을 정당화하게 합니다. ‘나는 힘드니까 술을 마셔야 해. 놀아야 해.’라고 생각하며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위로받고자 합니다.
상황이 어렵더라도 가급적이면 최악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지양합시다. 반대로 지금이 최악이면 앞으로 좋아질 일만 남은 것입니다. “올라갈 일만 남았다.”라고 말하면 같은 상황에서도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됩니다.
7. OO만 했더라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때 게임에 빠지지 않았다면 이미 합격했을 텐데...”와 같은 말을 하며 과거에 했던 일을 후회합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정말 다 잡은 기회를 행동하나 잘못해서 놓친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지금의 현실이 원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나간 일 어차피 돌릴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서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라고 말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이런 말을 하기보다 “앞으로 OO하지 말자.”라고 스스로에게 말합시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이 무엇인지 심리적으로 선을 긋는 효과가 있습니다.
8. 뭐 어떻게 되지 않을까?
이렇게 공부해도 되는지에 대한 확신은 없지만, 방법을 바꾸기도 귀찮고 어떻게 바꾸어야 할지도 모를 때 “아이 뭐 어떻게 해결되지 않겠어?”라고 말합니다.
이 말로 당장 위로를 받을 수는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점점 불안감이 증폭됩니다. 저도 공부하면서 부족한 부분들은 실제 시험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만회할 수 있으리라 막연한 기대를 하며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내가 직접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지 않으면 결국 결과도 부족하게 나옵니다.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말 뒤에 숨어있으면 문제점을 현재는 덮어둘 수 있을 수 있어도 불안감은 더 커지고 문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차분하게 생각해보자.”, “계획을 다시 세워봐야지.”라고 말하면 현재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고민해볼 수 있습니다.
9. OO 하면 어쩌지?
“이번에 떨어지면 어쩌지?”, “내가 안 본 곳에서 시험에 나오면 어쩌지”라고 말하며 최악의 경우만 생각합니다. “OO 하면 어쩌지?”라는 말은 여러 상황을 준비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지?"라고 말하면 너무 큰 불안감을 만들어 새로운 행동을 하는 것을 주저하게 합니다.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자.”, “생각했던 대로 해보자”와 같은 말을 하면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를 하면서도 보다 발전적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10. 아직 이만큼이나 남았네...
오늘 목표한 공부를 끝낸 후 앞으로 공부해야 할 부분을 펴보며 “아직 이만큼이나 남았네”라고 말을 하면 힘이 빠집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직 이만큼만 보았다니 내가 끝까지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같은 상황에서 “오늘도 계획대로 해냈다.”, “공부해보니 잘 되네!”라고 말하면 내일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같은 상황인데도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입니다.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리고 생각의 시작점은 나의 말입니다.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생각이 발현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더 좋아질 거야”라고 말하면 ‘잘 될 것을 기대’하며 공부를 시작하게 되고, “안 될 거야”라고 ‘말하면 안 될 것이지만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