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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Apr 20. 2022

달리면 똑똑해진다고?

feat. 운동화 신은 뇌

출근길, 현관문을 나서 지하철 역까지 뛴다. 5분 정도 달리니 숨이 찬다.
회사에 도착해 18층 사무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간다. 심박수가 180까지 치솟는다.


'운동화 신은 뇌'를 읽고 나서 달라진 출근길 모습이다. 유산소 운동이 심폐능력을 향상시키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효과는 바로 '뇌를 똑똑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뇌 해마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재생되는데 운동을 하면 해마에서 줄기세포 생성이 촉진되고, 신경세포가 결합하기에 적당한 환경이 조성된다고 한다. 특히 강도 높은 운동 직후에는 각성도와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해서 날카로운 사고와 복잡한 분석을 요구하는 일을 하는데 가장 좋다고 한다.


저자는 다양한 과학적 증거와 실험을 통해 유산소 운동이 우리 뇌에 얼마나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지 설명한다. 학습능력 향상뿐만 아니라 불안감, 우울증, 중독, 스트레스 등 많은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이 '달리기(유산소 운동)'라는 것이다.


뜀박질로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땀이 범벅이 된 후 바로 책상에 앉아서 공부를 하면 똑똑해진다고?


당장 해보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30분간 유산소 운동 하고 샤워를 마친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어보았다. 운동  피로감에 졸음이 쏟아질  알았는데,  집중력이 느껴지고 몰입감 들었다.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자마 느껴졌던 약간의 피로감은 숨이 차고 땀을 흘리는 동안 사라졌다.


며칠 동안 유산소 운동을 하고 집중이 안되면 하기 힘든 '글'을 써보았다. 피아노 곡의 '어려운 부분'을 연습해보기도 했다. 그전 보다 이해력과 기억력, 집중력이 정말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효과를 하루 일과 전체로 확대해 보기로 했다. '숨찬 운동'과 고도로 집중력이 필요한 활동을 조합해서 배치했다. 먼저 출근길에 뛰었다. 지하철역까지 10분 정도 가능한 한 빠른 속도로 숨이 찰만큼 뛰었다. 지하철에 타서 자리에 앉았는데도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그 상태로 책을 펴 들었다.


평소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피곤해서 경제방송이나 음악을 들으며 잤다. 그런데 출근길에 뛰면 독서에 집중이 얼마나 될까? 책을 펴 든 지 얼마 안 되어 진정되는 심장소리와 함께 책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30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회사 건물에 도착해서, 이번엔 18층 사무실까지 걸어 올라갔다. 5층 정도 올라가지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점점 숨이 가빠지더니 심장박동수가 180이 넘었다. 사무실 계단 문을 열고 헐떡거리는 나를 동료들이 놀란 듯 쳐다보았다.


자리에 앉아 땀을 식히며 하루 해야 할 일 목록을 점검하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부터 시작해 나갔다. 땀이 식고 숨이 진정되가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몰입감이 들었다. 오전 업무 수행 능력도 향상된 것 같았다.


그동안 운동을 하면 피로감이 몰려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반대'였다. 책에서 읽은 것처럼 '숨찬 운동'을 하고 난 직후에 오히려 집중력이 높아졌다.


점심을 먹고 나서 사무실로 돌아올 때 다시 계단으로 18층을 걸어 올라왔다. 밥을 먹은 직후라 천천히 올랐지만 그래도 숨은 상당히 찼다. 직원 휴게실로 가서 또 책을 펼쳐 들었다. 노트를 옆에 두고 좋은 문장이 나오면 필사도 해보았다. 이번에도 점심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게 즐거운 몰입감이 들었다.


나는 흥분됐다. 집중이 시작되고 몰입의 단계로 들어서면 슈퍼맨이 된 것 같았다. 책 속의 내용이 쑥 빨려 들어오고 막혔던 생각이 서로 연결되면서 창의적으로 재구성되었다. 깊은 생각의 심연으로 빠져들면서 주변의 소음들, 걱정들, 불안한 마음이 사라졌다.


이후로 이러한 패턴을 한 달째 유지하고 있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내려도 책을 들고 회사까지 걸어가면서 읽는다. 즐거운 몰입감을 좀 더 느끼고 싶어서이다. 사무실까지 계단 오르기도 출근, 점심, 오후 두 번으로 하루에 4번으로 늘렸다. 5~6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면 이후 2시간 정도 집중력이 좋아진다. 운동은 덤이다.


나의 시간 활용도 크게 여유로워 졌다. 추가로 독서, 운동할 시간을 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하루에 거의 3시간 정도 없던 시간이 생겨났다. 


오늘도 아침 운동으로 심박수가 170까지 올라갔다. 이제 10분 후면 출근길에 나서야 한다. 가방에 책 두 권을 넣고 지하철 역까지 뛰어갈 것이다. 회사에 도착해서 계단을 올라 숨을 가쁘게 몰아쉴 것이다. 숨이 차오르면 나는 슈퍼맨이 된다. 불안감과 두려움을 사라지고 무기력감과 우울감도 없어진다.


그리고 가뿐 숨을 고르며 머릿속 잠겨진 문을 열고 내가 꿈꾸는 세상으로 한 걸음 다가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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