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아주 작은 습관은 힘
목표는 '책을 익는 것'이 아니라 '독서가'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습관은 근본적으로 뭔가를 얻어내는 일이 아니다. 습관은 어떤 사람이 '되는' 일이다.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읽어 내려가며 눈을 뗄 수 없는 부분을 만났다. 책을 덮고 떠오른 생각에 잠시 머물러 보았다.
나는 항상 뭔가를 시도하면, 어떤 미래 시점에 내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해 있는 멋진 모습을 떠올리며 더 열심히 성실하게 노력하려고 했다.
피아노를 칠 때는 '인생 목표 곡을 완벽히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글을 쓸 때는 '책을 출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자전거를 탈 때는 '전국 국토 종주길을 완주'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여행을 할 때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유롭게 떠나는' 모습을 상상했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지치고 힘들면 내가 원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참아내려고 했다. 언젠가 목표 지점에 '도달만'하면 지금의 힘든 노력에 대해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를 북돋았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방식은 목표에 도달한 상태를 '만족스럽고', '완전한' 모습으로 전제하고,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현재'를 빨리 벗어나야 하는 '불편하고', '불완전한 상태'로 인식하게 한다.
지금껏 그래 왔다.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나는 항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불행한 상태로 남아있다. 목표에 언제 도달할지 확실하지 않았고, 목표에 도달하더라도 상상한 대로 삶이 펼쳐질지 확신이 서지 않아 불안했다.
생각이 여기에 다다르자 "목표는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달리기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깊은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맞다! 목표는 '베토벤 월광 3악장'을 멋있게 연주하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를 즐기는 연주가'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책을 출간'하는 것이 아니다. '글을 쓰는 작가'가 되는 것이다. 목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희열을 느끼는 '여행가'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 언제 달성할지도, 어떤 만족을 줄지도 모르는 상상 속 미래 모습에 매달리지 말고 지금 현실에서 되고 싶은 사람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 정체성에 따른 삶을 살아보며, 그것이 삶에 어떤 만족을 주는지 느껴보는 것이다.
결과 중심의 습관은 내가 얻고자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정체성 중심의 습관은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가에 초점을 맞춘다. '습관'은 '정체성'의 표현이며, '습관'은 '정체성'을 만든다.
"매일 반복하는 행위가 나의 정체성의 증거가 되며 그 증거가 쌓일수록 나는 점차 '되고 싶은' 사람으로 변해간다"는 저자의 말에서 더 이상 '상상 속의 미래 모습'을 위해 오늘을 참아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로써 나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불확실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두려움을 털어버릴 수 있었다. 목표를 향해 스스로 채찍질하며 빨리 벗어나야 했던 '현재'가 다양한 정체성을 실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호기심 가득한 삶'으로 바뀌었다.
이제야 나는 "건강함을 갖추고, 지식을 탐구하며, 세상으로 나가 직접 경험하며, 세상과 나에 대해 이해하고, 경험한 것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여 사람들과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체성과 마주쳤다. 그것은 '작가'의 모습으로, '여행가'의 모습으로, '연주가'의 모습으로, 'PD'의 모습으로 떠올랐다.
정말 그와 같은 정체성으로 살아 볼까? 조금씩, 한 걸음씩 내디뎌 볼까. 작은 증거부터 쌓아볼까. 그러다 보면 어느새 지금의 정체성을 넘어서는 날이 오지 않을까? 첫눈에 반하는 운명 같은 사랑보다는 천천히 알게 되면서 조금씩 빠져드는 그런 사랑이 아닐까?
오늘 나는 작가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길에 책을 읽으며 떠오른 새로운 생각을 노트에 적었다. 작은 생각의 변화가 점점 번지더니 새로운 관점으로 불어났다. 어느새 어제까지 봐왔던 세상이 오늘 갑자기 새롭게 느껴진다. 그저 감탄하고 있기가 아쉬워 재빨리 볼펜을 들어 노트에 '생각'을 써 내려간다.
책을 출간한 유명인도 아니고 알아주는 사람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 작가의 삶을 조금씩 살아보는 중이다. 그 끝이 어디에 다다를지 모르지만 '생각'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에 끌린다. 생소한 끌림에 나를 조금씩 밀어 넣어 본다.
삶의 큰 변화를 이뤄낸 사람, 누구든지 새로운 정체성과 처음 마주한 때가 있었을 것이다. 익숙하지 않지만 성공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지만, 왠지 모를 호기심과 끌림에 삶의 조그만 부분을 내주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게 나도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을 믿고 흥미롭고 두근거리는 새로운 정체성으로의 삶을 시작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