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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less Jan 30. 2018

한 팀장의 [브랜드리스] 개발일지 01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을까?

2010.1.5

#1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을까?



미팅주제는 ‘단가 인하’

우리 회사는 유명 브랜드에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전문적으로 제조 공급하는 매트리스 공장이다. 오늘은 우리 회사의 중요한 OEM 발주처인 브랜드 회사의 구매팀과 미팅이 있는 날.

미팅주제는‘단가 인하.’



사실 잘 되지 않았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납품공장으로서는 미팅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2시간에 가까운 긴 회의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는 길, 사장님께 전화가 왔다. ‘한팀장. 수고했네. 이야기는 잘 되었나?’ 대답이 선뜻 안 나왔다. ‘회사 복귀해서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실 잘 되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발주처 구매팀에서 요구하는 단가인하를 맞추거나, 우리가 아닌 다른 납품처로 넘어가거나. 단가 인하가 어려운 각종 데이터들(강선 가격 인상, TDI 원료 인상, 최저임금 상승 등)을 잔뜩 준비해갔지만 소용이 없었다.



OEM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4%도 되지 않는다.


올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면 물량이 늘테니 가격인하를 하지 않으면 계속 거래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사장님께 보고했다. 사장님도 고뇌에 잠기셨다. 믿기 어렵겠지만, OEM 납품업체의 이익률은 4%도 되지 않는다. 우리 내부적으로는 3% 마진으로만 납품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하고 2%만 되도 선방했다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마진구조가 박한지는 이야기가 길어지니 나중에 따로 이야기하겠다.)



‘그럼 안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발주처에서 요구한 단가 인하를 적용하면 정말 납품하면서 적자를 보는 상황을 고민하는 수준이 된다. 사람들은 ‘그럼 안하면 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당장 생산라인을 접어야되는데, 직원들을 내보내야 되고 투자한 설비는 무용지물이 된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공장 규모가 계속 작아지면 나중에 대량납품 기회가 왔을 때 잡지 못하고, 점점 회사가 쪼그라들게 된다.



그럼 우리가 직접 팔 수 있지 않을까?


사장님이 고민 끝에 입을 여셨다.

사장님 : 한 팀장. 쿠쿠 라고 알지? 전기밥솥 회사.

엥? 갑자기 쌩뚱맞게 왜 밥솥회사 타령이시지? 속으로 생각하며 답했다.

나 : 네. 제일 유명한 밥솥회사 잖아요.

사장님 : 그 회사 원래 LG전자에 납품하던 OEM 공장이였던 거 아나?

나 : 그랬어요? 처음 듣는데요.

사장님 : 우리는 그렇게 될 수 없을까?

나 : 연구해보겠습니다.

대답은 했지만 솔직히 안될 것 같았다. 대한민국에 우리 같은 납품 제조업체가 한둘인가? 쿠쿠처럼 되는게 쉬웠으면 다 잘 됐겠지. B2C는 B2B랑 아예 다른 영역이니까... 의구심이 들었다.

사장님이 미션을 주셨다.

우리회사가 브랜드 회사에 납품하고 있는 고품질 프리미엄 매트리스를 고객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봐라. 그럼 고객도 훨씬 저렴하게 사서 좋고, 우리도 고객에게 직접 판매하니 좋은것 아니냐.

우리는 마케팅이나 쇼룸에 투자할 여유자금이 없으니 우리 현실에 맞는 방법을 찾아라. 사장님의 의중은 파악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지 연구하는 것이 나의 몫으로 남겨졌다.

"우리공장에서 어떻게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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