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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썬 Nov 20. 2020

감정을 내보내는 연습

우리 세대에는 자신을 드러낼 만한 사이버 공간이 아주 많았다. 내가 스무살이 된 던해를 기점으로 채팅, 메일, 메신저 등등 많은 것들이 생겨났고, 아무런 여과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였다. 아이러브 스쿨을 통해서 국민학교 친구들이 잘 컸는지 더 이상해졌는지 알수 있었고, 싸이월드에서 나의 생각과 감성을 모두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프사 라는 것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으며 내가 요즘 하는 생각, 좋아하는 글귀를 프사 옆에 적어둘 수있다.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영상을 동반한 컨텐츠를 포스트 할 수 있으며 여기에 글을 같이 적어두는데, 여기에서 사람들의 재치레벨이 여실히 드러난다.


나는 이런 소셜 플랫폼을 꽤 많이 이용하는 인간 중에 하나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나의 남편이라는 사람을 기준으로 본다면) 소셜 플랫폼의 일종의 나의 기록이며 관심사를 모아놓은 공간이기도 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인스타그램에 부정적인 자신의 감정을 올리거나 프사의 사진을 너무 자주 바꾸는 사람이 미성숙한 인간으로 보였다. 나는 좀 더 정제된 나를 보여주기를 원하는 사람이었고 내 세세한 감정까지 인스타그램의 팔로어들에게까지 보여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걸 너무 자주 드러내는 사람이 좀 얕보였다.


그러던 내가 지금은 그들의 용기가 조금 부럽기도 하다. 너무 과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의 감정을 드러내는 용기 그것이 없는 나는 감정을 흘려 보낼 길이 없기에 내 안에 쌓아 두고 폭발을 시키기도 하며 혹은 폭발하지 않고 쌓아 두기만 하여 남이 알 수 없는 체념을 하고 그 사람을 내 마음에서 일방적으로 밀어 내버린다. 회피일수도 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는 이 행동은 성숙한 것에 반도 못 미치는 미성숙함의 절정이며 아직도 나는 감정을 어떻게 흘려 보내야하는지 잘 모른다. 이것이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큰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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