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부터 노인이 되는가
그토록 바라던 시간의 여유가 잉여가 된다면.
아버님의 80번째 생신.
보통때라면 팔순 잔치를 했겠지만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로선 3시간 반을 내달려 아버님을 뵈러 가는 것이 최선의 효도인 시기이다.
도착한 시간 밤 12시 반.
토요일에 출발해도 됬지만, 재택 근무로 퇴근 시간이 사라진 요즘이기도 하고, 아이가 자면서 갈 수 있는 밤시간을 택해 출발 했다.
도착해서 집 현관을 열려고 하는데 꽁꽁 잠겨있다. 너무나 당연히 어머니에게 전화를 하려는 그 때, 문이 열린다.
아버님이다.
잠에 취한 아이를 방에 눕히고 토닥토닥 다시 잠들도록 품에 안았다. 그리고 문득 우리를 이 시간까지 기다린, 기척 소리에 귀 기울였을 여든의 삶을 사신 시 부모님의 하루는 어떨까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온통 휘어 잡는다.
이 시간에 작은 기척에 문을 여신 것을 보면 작은 아들이 9시쯤 출발해 잘 오고 있을지, 누워 있어도 자는게 아니었을테고 또 그 전에는 아들들 손주들 온다고 밭에서 좋은 농산물들을 거두셨으리라.
문득 노인의 삶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든다.
우리는 언제부터 노인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언제 내가 노인이다 라고 인정할 수 있는 걸까.
아침에 일어나면 눈을 뜬 것에 감사하게 될까
돌봐야 할 대상이 없어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없는 노인이 된다면 하루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게 될까
지금은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혼자만의 시간이 매일 매일 너무 많아 아 누구랑 좀 같이 있고싶다 하는 하루가 나의 일상이 된다면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보내게 될까
지금처럼 허리가 아파 할머니가 되어서도 허리때문에 고생한다면 얼마나 삶이 괴로울까. 적다보니 하루빨리 허리가 튼튼해질 운동을 찾아야겠다.
나는 그다지 미래적 인간이 아니어서 현재 나의 모습으로 1년 후는, 5년 후는 그리고 10년 후를 전혀 유추하지 못한다. 아니 유추나 전망할 만큼 현재의 순간 순간에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 않다.
소셜 플랫폼 속의 나의 기록은 그때 그때의 감정의 기록이지 훗날 내 인생의 아카이빙은 아니었다.
이런 내가 노인의 삶을 상상해보게 되는 일이라니. 물론 최근의 이런 생각도 한몫을 한다. 마음은 20대인 나에게 40대의 타이틀이 주어지게 된 알수 없는 세월의 속도 랄까.
여든의 노인이 된다면 난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삶의 희망을 가지고 살게될까. 지나온 삶의 경험을 발판 삼아 '그래도 인생은 살아볼만한' 느낌일지, 아니면 '남은 삶도 살아내야한다' 일지 그도 아니면 그저 나이와 비례한다는 삶의 속도로 그럴 새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은 참을 수 없는 어떤 일들이 그때에는 '그럴 수도 있지' 하게 될지, 무려 40년을 더 살아야 그 답을 알 수 있다는 사실이 역시나 너무 알고 싶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