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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썬 Nov 13. 2020

퇴사 후 할 일, 피부양자 정리

엄마의 가족관계 증명서

퇴사 후 해야하는 일, 내 건강보험에 피 부양자로 있던 부모님 보험 옮기기.

엄마의 샤워호스를 갈아주기로 했다.

점심 함께할 겸 엄마집으로 나섰다. 아무래도 집안을 수리하는 일에는 아직 연륜과 요령이 부족해서 꼭 해주고 싶었는데 내 손으로 해결을 못했다. 간만에 엄마와 단둘이 좀 여유로운 식사를 하러 밖에 나온 김에 엄마 서류를 떼러 주민센터에 갔다. 회사를 그만 두고 난 후 부모님의 건강보험을 언니에게 옮겨주어야 했다.

그 동안 내 가족 관계 증명서를 떼면 내 부모님, 남편 그리고 아이 이름이 나온다. 처음으로 엄마 기준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그리운 우리 외할머니 성함. 김 진 심. 예전에 알고 있었는데, 잠시 잊었던 이름. 다시보니 우리 외할머니 이름 진짜 예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 ‘진심’ 그리고 나와 같은 이니셜
 
“엄마, 외할머니 이름 진짜 예쁘다” 하니, “외할아버지 이름도 좋지 않아?” 한다.  ‘신 창 윤’ 사실 외할아버지는 엄마 어릴적에 돌아가시기도 했고 할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어 이름도 처음 본다. 두분 이름 모두 옛날 이름 같지 않게 멋이 있는 이름이다.
 
외할머니는 내가 스무살 갓 넘은 해즘에 돌아가셨다. 연세가 아흔 여섯 정도로 장수하셨다. 할머니는 가끔 한동안 우리집에 머무르고 가셨는데, 집에 계실때면 한참 굽은 등에 뒷짐을 진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시장에 가곤했다. 집에서 20분쯤 가야하는 시장이었는데, 나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셨다. 할머니는 무료한 시간을 혼자 화투를 치며 지냈고, 나는 아무리 그 그림을 봐도 알수가 없었다. 나는 물어보지도 않고 할머니가 내리는 화투 하나하나를 보았다. 규칙이라고 찾고 싶은 양. 그러나 나는 찾아내지도, 묻지도 않았다. 할머니가 와 계실 때면 내가 할머니와 무슨 얘기를 했었는지 그런 것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엄마는 할머니 마흔 넷에 늦둥이로 태어났다. 엄마는 오빠, 언니가 있는 세남매 중 막내였는데, 외삼촌과는 무려 열 여섯살 차이가 난다. 엄마는 어린시절 이야기를 할때면 외할머니가 외삼촌만 끔찍하게 챙겼다고 했다. 그리고 더 공부하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했다. 이게 내가 알고있는 외할머니와 엄마의 관계이다. 엄마는 아무래도 남아 선호 사상의 희생양 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엄마는 할머니에게 그래도 모녀간의 정은 있었는지 가끔 외갓집에도 데려가고 우리집에도 모시고 오고 했다.
 
내 생각에 나는 가장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낸 손녀였다. 그래서인지 할머니는 임종이 가까워 졌을 때 병문안을 가면 나를 무척 반가워했고 누워있는 할머니가 안쓰러웠다. 이 안쓰러운 감정이 다였을까 싶지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어린 나에게는 마음이 아린 느낌이 생각나는 걸 보면 곧 할머니를 못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꿈이 너무나 생생한 날이 있었다. 입고있던 옷의 팔 한쪽이 뜯어졌다. 동네에 내가 자주 가던 옷 수선집에 가져다 줄까 말까 하다가, 에이 뭘 그냥 두자 했던 그런 꿈이었다. 그날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꿈이 너무 생생하기에 찾아보니, 옷이 찢어지면 누가 죽는 꿈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를 잊지 못한다. 내가 그 옷을 수선을 좀 맡길걸.. 그럼 우리 할머니 하늘나라 안가셨을까.
 
가족관계 증명서에 할머니 사망 신고일이 있었다. 언제였더라..
그리고 외할아버지 성함 옆에는 어떠한 날짜도 없었다. 출생일도, 사망일도. 이 지점에서 난 슬펐다. 이름 석자 외에는 알 수 있는 것이 없다니. 그리고 오늘은 아빠의 가족 관계 증명서도 보았다.
이번엔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아무 날짜도 적혀있지 않다. 할머니는 아빠 중학생때 돌아가셨고 할아버지는 내가 다섯살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내가 다섯살엔 아빠는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땐데.. 엄마아빠는 부모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사무치게 그리울까. 외할머니가 무척 보고싶은 날이다. 외할머니 기일 기억해두었다가, 외할머니 생각해야지. 할머니 그동안 잊고지내서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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