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y Area K Group Designer event
올 초 2월 17일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디자이너 소셜 이벤트 'Navigating The Unknown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에 참여한 개인적이고 캐주얼한 후기 글입니다. 내부에서 공유된 연사님들의 구체적인 말씀은 이 글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좋은 자리를 만들어주신 Bay Area K Group 운영진분들께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게 회사에서 링크딘 피드를 내리던 중, 'Navigating the unknown'이라는 주제로 한국인 디자이너들을 위한 소셜 이벤트를 한다는 글을 보고, 오 너무 좋은 기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마운틴뷰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센프란까지 칼트레인을 타고 왕복해야 했지만, 미국에서 처음 참여하는 디자이너 소셜 모임이기에 어떤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유퀴즈에 출연하신 구글 수석 디자이너님을 만나 뵐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 $25불에 early bird 티켓을 구매했다.
이벤트는 Lyft 본사에서 진행되었고, 연사님들은 총 네 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designer, Psychiatrist, advisor/mentor 등 다양한 분들의 4인 4색 경험담과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김은주 연사님의(UX Design Lead, Google) 이야기는 커리어적으로 내가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앞으로 내 진로를 잘 찾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좋은 리소스가 되었고
이유진 연사님의(Psychiatrist, M.D) 슬라이드는 당시 불확실한 미래를 대처하는 방법이나,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위로를 건네는 게 좋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action item이 담겨있어서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 가까이서 1:1로 대화를 가진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씀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위로가 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작년에 구직을 하며 겪은 고통이 좀 어루만져지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 기간은 어떻게든 지나갔고 다음에 비슷한 일이 있을 때 더 잘 대처하고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기용 연사님의 (Advisor, Educator, and Mentor) 커리어 관련된 글을 링크딘에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번 기회로 실제로 뵐 수 있게 되어 영광이었다. 특히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말은 연초에 작성했던 2023년을 어떻게 살까 라는 글을 작성하는데 시작점이 되었다.
David Lee 연사님의 (Designer Founder, Ceeya, Ex-Designer, Google) 프레젠테이션은 기획력과 신박함이 충격적이었다. 살면서 봤던 프레젠테이션 중에 가장 인상 깊었고, 자기의 생각을 이렇게 쉽게 남들에게 전달하고 공감을 이끌어 올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놀라웠다. 나 또한 과거에 '미래의 나는 테크기업에서 비즈니스 트립으로 미국을 여행하며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멋진 디자인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구체적인 상상을 하며 미래에 대한 동기부여를 다지곤 했는데, 이런 나의 성격이 그간 나를 이끌어준 강점이자 긍정의 힘이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유머러스하지만 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들으면서 나 또한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말씀을 듣는 내내 과거에 불안했던 나와, 그런 과정을 겪어 지금 내가 만들진 거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연사님들의 강연 전후로는 네트워킹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I (내향인, introvert)인 나로서는 처음에는 어떻게 대화를 이어가야 할까 고민했지만, 이내 베이에 이렇게 한국인 디자이너분들이 많다니 반갑기도 했고, 학생 디자이너 분들도 계셨어서 점점 대화가 편해져 갔다. 내 포트폴리오를 봐서 나를 알고 있다는 분도 있었고, 내가 팔로우하고 있던 브런치 작가님도 볼 수 있었다. 거기서 만난 몇몇 분이랑은 아직도 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세계를 배워가고 연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기회가 있다는 점이 소중했다. (또한 사회 초년생으로서 베이에 더 오래 있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베이에 지낼 수 있었다면 더 네트워킹 기회가 많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그중 김은주 디자이너와 1:1로 잠깐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티비에 나오는 연예인분을 뵙는 것 같아서 처음엔 매우 떨려하며 쭈뼛쭈뼛 다가갔다. 어느 분이 김은주 님의 "생각이 너무 많은 서른 살에게" 책을 가져와서 싸인을 받는 모습을 부러워하며 지켜보며, "아.. 저는 읽었는데 e-book이었어서.. 혹시 사진 찍을 수 있을까요?"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다. (필자 특징: 사회성이 많이 필요한 자리에서 종종 고장 난다. 그래도 함께 찍은 사진을 주변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당시 고민하고 있던 질문을 했다:
목표 지향적인 삶을 살다 보니 어떤 목표를 이뤘을 때 꽃길만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물론 목표를 이룰 때마다 느끼는 행복감이 있지만, 목표와 별개로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별개인 것 같아요. 오히려 행복하다는 state를 유지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고도 느껴질 때가 있어요.
"대학만 가면" "취업만 하면" 행복할 것이다라는 가정을 했지만, 그것을 이룬다고 해도 즐거움은 잠깐이고 금방 익숙함에 젖었던 것 같아요. 목표를 이뤘는데도 새로운 문제들과 기존에 있던 문제들이 고스란히 남겨진 걸 보며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연사님은 평소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시나요?
그러자 연사님은 웃으시며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해요, 그냥 하는 거죠'라고 하시더니 '당연한 말이지만 한 가지 결과를 이뤘다고 다른 모든 문제들이 없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일상에서 행복을 찾는 게 중요하죠.'라는 말씀을 하셨다.
이 고민을 친구와도 나눴는데, 친구가 예일에서 한 연구 중에 후천적 장애를 겪은 사람들의 심리 상태에 대한 리서치에 대해 공유해 줬다. 보통 후천적으로 신체적 장애를 겪은 사람은 불행한 state가 유지될 것이라 예상하지만 (물론 절망과 불행을 겪는 시기를 거치지만) 결국엔 그 state가 normal state가 되어 익숙해지고, 현실에서의 새로운 행복을 찾는다는 리서치였다. 결국 불행도, 행복도, 익숙해지기에 내 주변 사람들과 내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목표를 이뤄가는 혹은 설립하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알아채고 느끼는 것도 필요하며, 평소에도 꾸준히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 관찰하고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무튼 결론적으로 내 첫 네트워킹 이벤트였지만 매우 유익하고 재밌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참석할 생각이다. 디자이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글을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