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왜 재무제표는 불친절할까?

재무제표 User Manual

코로나 이후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나 또한 묵혀놓았던 주식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뜨거운 건 아닌지 또는 이러다 거품처럼 사그라들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 출판업계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 '주식 관련 책'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더불어 회계 관련 책도 '재무제표'와 관련된 책 위주로 판매가 된다며 

한번 재무제표 관련 책을 기획해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제안을 받으면서 갑자기 드는 생각이 

'왜 재무제표를 보기 위해 책까지 사야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재무제표는 

1) 기업의 성과를 일목 요약하게 볼 수 있도록 작성하라고 규정되어 있고

2) 대부분은 만국 공통어인 숫자로 기록되어 있고 중요 사항은 우리말로 적혀 있으며,

3) 인터넷에서 누구라도 볼 수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재무제표는 친절하지 않다. 

재무제표의 탄생 배경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충분히 유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회사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의무가 없다.

이는 우리가 가계부를 쓰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쓴 가계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하지만, 회사가 재무제표를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야 할 때가 있는데, 

외부로부터 자금을 투자받거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때이다. 

이때야 비로소 회사는 회사는 자신의 가치가 얼마인지를 주장하기 위해

투자자 등의 입맛에 맞는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투자자 등에게 제공하게 되는데, 

투자자 또한 회사가 자의적으로 작성한 재무제표는 믿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작성된 재무제표를 요구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구에 따라 탄생한 것이 '기업회계기준'이다.

회사는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재무수치를 작성하여야 하며

자의적으로 재무제표 상 수치를 수정 - 이를 은어로 표현하면 '마사지하다'라고 한다 - 수 없다.

그리고 투자자 또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객관화된 재무제표를 통해 

다른 회사 등과 비교하여 투자하려는 회사가 좋은 회사인지를 판가름할 수 있게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업회계기준' 또한 다른 법률처럼 전문가적인 용어가 난무한다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


문제는 투자자의 입맛에 맞도록 재무제표를 작성하려면 표현에 제약이 있다는 데 있다.

가령 우리에게 좋은 사람이 생겼다고 해보자.

좋은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 사람에게는 자신의 좋은 면만 보여주려고 하고 나쁜 면은 감추려고 하지 않을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금이 필요해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투자자에게 좋은 면만 보여야 한다.

따라서 좋은 면은 가능한 부각하고 나쁜 면은 가능한 안보이려고 하지 않을까?

다행히, '기업회계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나쁜 면을 감추거나 왜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나쁜 면은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두리뭉실하게 기술할 수는 있다. 

그리고ㅠ 나쁜 면뿐만 아니라 필요 이상의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


재무제표가 불친절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년 공모 주식이 핫하던 때에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였다. 

개인적으로 BTS에 관심이 있던 나는 BTS의 전속계약금이 얼마인지 궁금해서 재무제표를 찾아보았다.

소속 기획사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무형자산으로 기록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TS의 전속계약금은 감사보고서 상 재무제표를 통해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입장에서는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은 무형자산으로 기록해야 할 의무사항이지만,

모든 소속 연예인의 전속계약금을 개별적으로 재무제표에 표시할 의무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BTS의 전속계약금액은 신문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또 다른 예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 말 1조 5천억 원이 넘는 금액을 '손상차손'이라는 영업 외항 목으로 기록하였다. 

그리고 감사보고서에는 아래와 같이 언급되었다, 전문용어와 함께...

"연결실체는 독립된 현금창출 단위인 Display(AD PO) 현금창출 단위와 조명 현금창출 단위에서 손상의 징후가 파악되어 손상 검사를 수행하였으며, 미래 경제적 효익의 창출에 기여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의 장부가액 131,628백만 원(Display(AD PO) 현금창출 단위 26,284백만 원, 조명 현금창출 단위 105,344백만 원)을 '기타 영업외 비용'으로 인식하였습니다. 해당 손상 금액은 영업권, 고객관계 등에 배분되었습니다."

하지만, 회계사인 나에게 조차 조금은 버거운 문장이었다.

이 문장을 해석하기 위해서 2020년 1월 신문을 검색해보니 LCD 패널의 수익성 악화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회사의 재무정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뿐만 아니라 신문기사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많은 주식 전문가들이 경제신문을 읽으라고 권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가지 고백을 하자면

'월간 조세'라는 경제지에 '재무제표 읽는 법'이라는 주제로

매월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문득 칼럼을 기고하는 중에 '왜 재무제표를 읽는 법이 필요할까?'라는 자가의문이 생겨서

독자들도 동일한 의문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잠시 끄적여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가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