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 대한 단상
시인은 종종 '시마'리고 부르는, 시의 마귀에게 홀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밥도 먹지 않고 끊임없는 신열 속에서 진리와 아름다움의 추구와 함께 말라 죽는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이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도 슬펐다. 그런 고통을 감내할 만큼, 꿈은 강력한 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미쳤던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서양의 뮤즈가 즐거운 영감을 주는 여신이라면 시마는 진리와 아름다움의 추구 외에도 열등감이나 경쟁심, 호승심과 특권의식 같은 마이너스적인 감정까지 자극해서 무언가를 추구하게 만드는 것 같다. 때로는 우리의 가장 큰 동기는 부정적 감정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입맛이 쓰기도 하다.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씨의 노래 '증오는 나의 힘'에서는 증오가 삶과 창작의 강력한 원동력이 됨을 노래했다.
창작자로서 주변과 비교하고 처지를 비관하면서 쥐어짜 내듯 무언가를 써 내린 것이 다른 사람에게 가 닿았을 때 아름다움과 위안이 된다면,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전에 시마에 너무 사로잡힌다면 결실을 맺기도 전에 결핍과 괴로움으로 자신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문예창작학과 재학시절 해이수 작가님의 강의를 들었다. 예술가는 자신의 주변에 '떼루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길 하셨는데, 떼루아는 프랑스에서 와인으로 쓸 포도가 자라기 가장 좋은 환경이 조성된 땅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말씀하시길, 자기가 아는 롱런하는 작가들은 다 '잘 먹는 사람'들이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종종 갈증과 결핍이 나를 사로잡더라도 좋은 환경에서 잘 먹고 잘 쓰는 것이 작가 된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