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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검은 수녀들 리뷰, 묘한 당혹감

by 허블

� 검은 수녀들 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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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에 씌인 어린 소년 희준을 구하기 위해 구마 의식을 요청하는 유니아 수녀. 그러나 교단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외면한다. 희준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움직이던 유니아는 부마 현상을 부정하는 미카엘라 수녀에게 도움을 청한다.


과학과 신앙, 믿음과 의심 속에서 두 수녀는 각자의 방식으로 희준을 구하려 한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하게 될 존재는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악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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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정보


제목: '검은 수녀들' 장재현 감독 영화 <검은 사제들> 스핀오프

감독: 권혁재

제작: 영화사 집

배급: NEW

장르: 미스터리, 드라마

관람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 시간: 114분

극장 개봉: 2025년 1월 24일


� 출연진


송혜교 - 유니아 수녀 역

전여빈 - 미카엘라 수녀 역

이진욱 - 바오로 신부 역

문우진 - 희준 역

김국희 - 효원 역

신재휘 - 애동 역

허준호 - 안드레아 신부 역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이 영화를 꽤 재밌게 봤다.


하지만 이건 내 호불호의 영역에 있어서 '호'에 가깝기 때문이지(특히 장르적 미장셴이), 영화 자체가 치밀하게 잘 짜여 있어서 소름 끼치는 완성도를 보였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요즘 한국 영화계에서는 오컬트를 소재로 좋은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 편이다. 티어표를 만들자면 사바하, 곡성, 파묘, 잠, 그리고 이 영화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검은 사제들까지 꽤 잘 만든 영화이고 재밌게 봤다. 곧 애니메이션으로 개봉할 '퇴마록'은 매우 매우 기대가 된다.


개인적으로 별로라고 생각하는 오컬트 영화로는 사자, 장산범 정도가 있다. 코미디를 가미한 대무가나 핸섬가이즈 같은 경우도 재미는 있지만, 별도로 분류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모쪼록 반만년 도도한 역사를 이어온 우리 민족에게 샤먼, 오컬트는 뿌리 깊은 영감의 원천이 된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장르에 속한 오컬트가 이 정도로 창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또 소비될리 없다.


좋은 영화와 안 좋은 영화를 섞어서 반으로 나눈 것 같은 영화


요즘 suno ai라는 ai 음악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많이 만들고 있다.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가사를 직접 쓸 필요도 없이 딸깍 한 번으로 만들 수 있는데 그 퀄리티가 꽤 높다.


영화 '검은 수녀들'을 ai 음악으로 만든다고 하면 가사는 직접 쓰지 않고, 음악 스타일에 '모던 CCM, 한국 전통악기가 추가된, 우울하면서도 강렬한 여성 보컬, 이국적인 주변 비트' 같은 단어들을 나열한 뒤 크리에이트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음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흥미를 줄만한 요소들이 다 들어가긴 했는데, 결과물을 보면 뭔가 얕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전작 검은 사제들에서도 무속이 들어가긴 하지만 이 정도로 핵심이 비어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이걸 곰곰이 돌이켜 생각해 봤는데, 좋은 사례의 경우 하나의 오컬트적 요소를 심도 있게 파거나(곡성), 여러 컬트적 요소가 등장하더라도 각각의 차이를 명징하게 보여주며 전개하는 경우(사바하)에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반면, 오컬트, 종교가 가진 독특한 이미지만 과하게 사용하려 했을 때 묘한 가벼움을 느끼게 되었던 듯하다.


특히나 '검은 수녀들'에서는 이 미장센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화두로 올라올 수 있는 좋은 쟁점들이 다 아래로 가라앉아버린다.


신앙과 이성으로 대립되는 유니아와 바오로의 대립은 접시를 핥듯이 지나가고, 무속의 퇴마와 천주교의 구마에 분명한 의식적, 철학적 차이게 있을 텐데도 마치 1+1은 2라 더 강함 정도의 단순성을 보인다. 포스터에도 활용할 정도면 그 장면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은데 아쉬운 부분이다. 좋은 예로 사바하에서는 악에 대한 박목사와 해안스님의 명확한 관점 차가 존재하고 그게 설득력이 상당히 강하다.


강렬한 당혹스러움


이 영화를 살리는 건 배우와 연출, 그리고 장르 그 자체이다. 그 외에는 당혹스러움이 있다. 이 당혹스러움은 인물의 대사나 상황에서도 드러난다. 주인공 희준도 퇴마 당하는 동안 '불러다 놓고 도대체 뭐 하는 거야'라는 대사로 당혹스러움을 토로한다. 12형상 중 하나라는 강력한 악마가 쏟아내는 저주도 강렬하다기 보다 어쩐지 좀 불쾌하고 유치한 구석이 있다. 솔직히 당혹스럽다. 수녀에게 임신 출산 같은 여성성을 공격해서 어쩌라는 건지..


영상을 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꼭 보여주고 싶은 강렬한 '한 장면'을 위해 무언가를 만들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런 면에서 검은 수녀들은 분명 장점이 있다. 하나하나 이미지를 캡처하면 인상적인 장면이 꽤 많다. 특히 마지막 장면을 염두에 두고 전반적인 작업을 거꾸로 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구성의 의도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건 영화이지 않은가? 좋은 요소를 배치하고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부분, 새로운 것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을 나는 게으름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를 하나 떠올려 보면 예전에 유니버셜스튜디오에서 오컬트에 기반한 다크유니버스를 만든다고 미이라, 드라큘라: 전설의 시작까지 빌드업 했다가 무산되어버린 경우가 있다.(사실 유니아 수녀는 오컬트 영화의 주인공이라기 보다 히어로 무비의 주인공 같은 느낌이 더 강하다.)


검은 사제들을 있는 영화로 마지막에 아가토 신부역까지 특별출연하면서 전체적인 세계관에 공을 들인 모양새인데, 다음 작품에서는 스토리에 좀 더 치열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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