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큐레 Jun 28. 2024

살인청부업자 위기일발, 그리고 중경삼림



やめてこんな駆け引き

그만둬 이런 밀당

賢しらな偽装は無意味(ナンセンス)

똑똑한 척하는 위장은 무의미(넌센스)

洒落て共謀したいのに

우아하게 공모하고 싶은데

相手は危険でHな玄人

상대는 위험하고 에로한 전문가

裏切りが媚薬なの

배신이 묘약이야

たちまち皆殺し!

금세 모두 죽어!

つれなくされる程

냉정하게 대할수록

-XTC-(エクスタシー)

-XTC-(엑스터시)

決め手欠いた取り引き

결정타가 없는 거래

お返しに非情の免許証(ライセンス)

보답으로 비정한 면허증(라이선스)

駄目ね突張(つっぱっ)てたいのに

안돼, 버티고 싶은데

吐息は死線の摂氏40°

숨결은 사선의 섭씨 40°

噂どおりの甘い罠

소문대로의 달콤한 함정

まるきり生殺し!

완전히 생지옥!

懐こくされるのは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은

-致命傷-

-치명상-

女はいつだって間(あいだ)が無いわ

여자는 언제나 여유가 없어요

愛さないのならば殺すまで

사랑하지 않는다면 죽일 때까지

男は不自由から脱するため

남자는 부자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女の自由を食べるのね‥

여자의 자유를 먹는군요…

互いの虚しさをついばむ度

서로의 허무함을 쪼아먹을 때마다

相殺し得ない闇に飲まれる

상쇄할 수 없는 어둠에 삼켜져

憎しみより有毒な拘りが苦いのよ

미움보다 독한 집착이 쓰디써

これでちょうど引分(ドロー)ね

이걸로 딱 무승부(드로)네

深入りはご免よ無意味(ナンセンス)

깊이 관여하는 건 사양할게 무의미(넌센스)

敵か味方かなんてまあ

적인지 아군인지는

尤も時と場合に依るわ

정말로 시간과 경우에 따라 달라져



왕가위 감독 영화의 여주인공이 생각나는 가사와 복장이다. 


중경삼림에서 백인 남자의 애인인 여자는 마약을 안에 꿰매놓은 옷을 지어 인도인들에게 입힌 후 밀입국 시키려 하지만, 일을 사주한 백인 남자의 배반으로 일이 꼬이고 하루 종일 불량배들에게 쫓겨 다닌다. 그러다 그녀는 형사 역의 금성무와 만나 하루를 보내면서 어찌어찌 심신을 회복하고 이내 배신한 그 백인 남자를 찾아 쏘아 죽이고 만다. 


시이나 링고의 '살인청부업자의  위기일발'에서 '서로의 허무함을 쪼아먹는다'라는 가사가 눈에 들어온다. 백인 남자는 여자를 배반하고 다른 동양인 여자에게 금발의 가발을 씌우고 함께 춤춘다. 그런 걸 보면 허무와 빈자리를 제대로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자는 허무의 빈자리에서 뛰쳐나가 달린다. 결핍에 가득 차 자기를 이용했던 백인 남자에서, 펍에서 만난 파인애플로 결핍을 우겨가며 채우는 젊은 경찰 금성무에게서, 그리고 마침내 대체물로 자기 자신을 채우고 있는 백인 남자에게 찾아가 총을 겨눈다. '남자는 부자유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자의 자유를 먹는군요' 이 애매한 가사가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다.


영화에서 뭔가를 먹는 장면은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연인과 헤어진 금성무는 영화 안에서 계속 뭘 먹는다. 허무를 달래기 위해 폭식하는 것이다. '미움보다 독한 집착'은 모호한 감정을 남긴다. 미움으로도 사랑으로도 그리움으로도 온전히 표현할 수 없는 자취가 남는다. 금성무는 허무함에 경찰 신분으로 살인청부업자와 다를 바 없는 여자를 유혹하지만(영화 안에서는 서로의 정체를 모른다) 여자는 금세 금성무가 가진 허무와 결핍을 본다. 그래서 경찰과 범인으로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로 서로를 벗어난다. 여자를 보내고 파인애플 통조림을 다 까먹은 금성무는 운동장에서 하염없이 달리기 시작한다. 그날은 그의 생일이다. 여자가 달림으로써 획득했던 자유와 겹쳐 보인다. 


달리기에 대해 생각한다. 달리기를 하면 잡념이 없어지는데, 야생에서 달리는 순간은 항상 급박함을 동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언가에게서 도망친다거나, 무언가를 쫓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목적만 남는다. 헤어진 연인들이 각자의 일에 집중한다거나, 자기개발에 몰두하는 것은 저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그런 시간을 거친 사람이라고 해도 반드시 단단한 건 아니다. 시간과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고, 본질적으로 우아하게 공모하기 어렵다. 이를테면, 살인청부만큼 어렵다.

매거진의 이전글 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모양 / 기예르모델토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