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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09. 2018

없음, 그 끝나지 않을 메리트

양반김의 <삽질의 무게> 평론 




 두 작가는 어김없이 작업이 진행될 때에는 끊임없이 노동할 것이다. 이 노동은 돈도, 지위도,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한 것도 아닌 그저 유쾌한 시간들을 위한 예술을 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관점에 따라 그들의 행동 모두가 ‘삽질’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예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삽질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이들 삽질의 무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위로 떠오를 수 있을 만큼 가벼우니 말이다. 실로 없으니, 메리트다!



양반김, 삽질의무게, 계량저울, 밥그릇, 밥, 파란비닐봉지, 밥상, 가변설치, 2017





없음, 그 끝나지 않을 메리트







“없는게 메리트라네 난, 있는게 젊음이라네 난”    

 

 2011년에 발매된 옥상달빛의 노래 <없는게 메리트>에서 두 명의 싱어송 라이터는 갖고 있는 유일한 젊음으로 희망을 노래한다. 허나 젊음이 가장 값싼 이 시대에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우는’ 이른바 캔디형 인물은 촌스러운 인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단 한번뿐인 인생을 탕진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두고 살아가는 욜로(YOLO)족의 등장과 허무주의의 만연은 이 탕진된 젊음의 가치 앞에 당연한 수순이다. 작고 조잡한 것을 의미하던 키치(Kitsch)마저 있는 자의 부의 상징이 되어 거래되고 거대한 덩치로 위협을 가하는 시대다. 한 치도 예측할 수 없는 이 가치의 롤러코스터에서 종이배를 타고 거짓의 바다를 헤엄치는 이들이 있다. 같은 학교를 나와 2013년부터 함께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김동희와 양진영은 이미 넘쳐나는 이미지에 어떤 텍스트를 덧붙이거나 해석을 가하여 성찰을 건네는 것 보다 날것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통해 아티스트 그룹 양반김으로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양반김, 노동의 균형, 뻥튀기, 파란비닐봉지에 신문지 종이배, 삽, 가변설치, 2017

 

이 두 작가의 작업의 소재는 매우 간단하다. 신문지, 상자, 비닐봉투, 뻥튀기. 작은 입김에라도 저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가벼운 소재들은 쉽게 그 덩치를 키운다. 부피와 질량은 비례하지 않지만, 응당 커다란 부피에 기대하는 묵직한 무게감을 거부한 채 자기만의 방을 가득 메운 이 전시의 제목은 《삽질의 무게》이다. 삽질이란, 속히 쓸데없는 일에 공을 들이는 것을 뜻한다. 그렇다면 이 ‘쓸데없는’일이란 무엇인가. 세상의 가치에서는 어떤 생산적인 활동을 의미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생산적 활동이란, 경제적인 대가를 얻을 수 있는 일들로도 대체된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노동하는 존재가 아니다. 보라! 이미 숱한 책에서 인간의 노동을 ‘고발’하는 내용이 넘쳐나고 있으며 때로는 멈추면 비로소 보인다는 이유로 현대의 노동을 비꼬고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인간의 본성에 위반되는 활동이 삶의 필수요소가 된 지금,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이미 사치다. 최근 개봉한 김용화 감독의 영화 <신과 함께>의 소재였던 불교의 7개 지옥에는 나태지옥이 있다. 그 많고 많은 죄악 중에 하필 나태함을 큰 죄로 여긴다는 것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왜 나태한 것은 죄악인가. 혹 나태하지 않아야만 도태되지 않는다고 답한다면, 이미 많은 청년들은 노동과 지위를 거부하고 기꺼이 가장 사치스럽게 젊음을 소비하고 있는 지금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단, 이때 소비란 낭비라 할 수 없다. 실로 없는 것이 ‘메리트’이기 때문이다.


 이 글의 주인공인 양진영. 김동희는 자신들의 이름 대신에 양씨, 김씨가 되어 아티스트 그룹을 이뤘다. 얼핏 아티스트 그룹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면 먹는 김 ‘양반김’을 떠올리거나, 세 글자의 이름을 갖고 태어나는 한국인 아무개의 재미있는 필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후자의 경우 재미있게도 쌍둥이처럼 똑 닮은 두 작가의 작업을 예측하기 좋다. 2014년, 성복동 살구에서 진행했던 양반김의 퍼포먼스 설치 작업인 <노란국물>에서 두 작가는 “어제 잠을 잘못 잤더니 목이 돌아가 버렸어요”라는 슬로건답게 노란 가발로 얼굴을 가리고 같은 의상을 입어 누가 ‘김’인지 ‘양’인지 구별이 어렵다. 그러나 그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들의 정체성은 일상적 소재와 풍자를 통해 재미있는 해학과 유희를 제공함과 동시에 자전적인 이야기를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철저히 외적인 코드에 기대어 가장 흔하고 편하게 소비되는 이미지로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혹여나 누군가 오해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이들은 그저 허공을 담는 파란 봉투로 파도를 만들고 거짓처럼 ‘뻥’하고 터져 부피를 키운 뻥튀기들을 모아 가치의 바다를 헤엄친다. 이때 이 두 작가들은 양반김이 되어야만 했던 이유를 떠올리며 예술적 행동을 반복한다.


양반김 ,<노란국물_ 어제 잠을 잘못자서 목이 돌아갔어요>퍼포먼스 ,성복동 살구,2014


 2013년 아티스트런스페이스 413에서 진행한 작업 <BOXXBOX>에서는 전시장 전체를 뒤덮을 때 까지 상자를 붙이고 또 붙였으며, 다시 이 공들여 붙인 작업들은 떼어내고 해체하는 퍼포먼스를 기록하는 영상을 만듦으로서 이들 작가는 고단한 예술가의 행동을 반복한다. 전시장의 크기가 커질수록 이들의 작업 시간은 길어지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면 2014년에 진행된 <옥상의 정치>처럼 버려진 현수막을 모으고 널고 끊임없이 이 행위를 반복할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 이들 작가들의 예술적 행동을 편히 부르는 말이 있을 것이다. 어떤 목적성을 띄고 있으며 계속해서 반복되는 행위를 일컫는 말, ‘예술 노동’. 흔히 노동은 대가 또는 목적 있는 행동을 일컬으나, 이들에게 예술만이 진정 목적이라면 이야말로 노동이 아니겠는가?


양반김,노 저어라,디지털 프린트,21×29cm,2017
양반김, 물 들어올때 노 저어라, 디지털 프린트, 21×29cm, 2017


 이번 전시 《삽질의 무게》도 마찬가지다. 어쩌다보니 2016년 한 해 동안 작업 활동을 하지 못한 두 작가는 그 공백의 시간동안 ‘일’을 했다. 예술이 아닌 다른 일들을 통해 그들은 소위 말하는 ‘밥값’을 벌었던 것이다. 그 시간동안 양반김은 많은 이들이 질문하는 ‘예술, 그게 밥이 돼?’냐는 질문을 끊임없이 떠올렸다고 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질문이지 않은가. 밥을 싸먹기 위한 반찬인 ‘양반김’을 이름으로 둔 두 아티스트에게 밥을 묻다니! 그렇다면 이 두 작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그들은 이 공허한 질문으로 가득 찬 파도위에 예술의 무게를 재기위해 밥을 가득 담은 공기 하나를 올릴 저울을 설치했다. 그리고 그 ‘밥값’의 무게를 쟀다! 당연히도 그 무게는 1kg은커녕 저울의 눈금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이는 수준이었다. 이 미세한 움직임을 위해 많은 이들이 멈춰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포기하며 살고 있다. 돈의 가치에 대한 심판을 끊임없이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진지하고 깊은 철학적 사유 이전에 성급히 결론을 내리고 싶다. 적어도 ‘밥’만을 위해서 사는 것은 아니라고. 


양반김, 삽질의무게, 계량저울, 밥그릇, 밥, 파란비닐봉지, 밥상, 가변설치, 2017

 


두 작가는 어김없이 작업이 진행될 때에는 끊임없이 노동할 것이다. 이 노동은 돈도, 지위도,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한 것도 아닌 그저 유쾌한 시간들을 위한 예술을 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삽질’을 계속할 것이다. 관점에 따라 그들의 행동 모두가 ‘삽질’로 보일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는 예술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삽질의 무게를 짊어지고 가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이들 삽질의 무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위로 떠오를 수 있을 만큼 가벼우니 말이다. 실로 없으니, 메리트다!



양반김, 삽질의무게 영상 큐알, 단채널 영상_00:00:46, 2017








아티스트 그룹 '양반김(Yangban Kim)'


개인전
2017 삽질의 무게(물 들어올때 노 저어라),대안공간 눈, 수원
2015.07 문래 파라다이스 , 서울 (후원: 문래예술공장, meet 지원사업 선정작)
2015.3. 삼정동 르뽀,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부천
2014.11 [사연]은 이러하다, 문래동 (후원: 문래예술공장)
2014.09 !놓치지마세요 양반김 프리미엄 마감임박 , 팔레드서울 
2013.10 CGV상영회, 서교예술실험센터, 서울
2013.08 BOXXBOX, artist run space 413, 서울

기타 그룹전 
2015.01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캠프 시즌9 : 동네한바퀴, 인천아트플랫폼
2014.12 시비시비전, 삼정동 소각장 (주관: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2014.08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캠프. 강원도 횡성 숲체원 (주관:한국문화예술진흥원)
2014.07 노란국물 퍼포먼스 , 문화예술공간 살구, 서울 
2014.05 마감임박!양반김프리미엄현수막,문화역서울284,(세계문화예술교육주간 예술체험 박람회)
2014.03 옥상의정치_지역연계프로젝트(서울)<옥상민국>,대안예술공간 이포,서울
2013.12 피드마이피나 퍼포먼스 공연, 문화역서울 284 오픈스테이지, 서울
2013.11 피드마이피나 퍼포먼스 공연, 살롱 바다비, 서울
2013.07 살롱바다비 일요시극장 퍼포먼스, 서교예술실험센터 
2013.06 'Play : Free expression', 경희대학교, 대학원 수업 퍼포먼스초청작가 
2013.06 퍼포먼스 아카데미 초청퍼포먼스, 갤러리 골목 
2013.05 피나안인서울, 국립극장 달오름, 서울
2013.04 몸SNS를 위한 前無後無, 서울 신청사 다목적홀, 서울
2013.03 p2 ‘케이크 뒤집기’, 팔레드서울 , 서울

레지던시
2014.10 ~ 2015.04 대안공간 아트포럼리 사슴사냥 3기 입주작가 
2012-2013 문래동artistrunspace413 도미토리스페이스 1년과정
2010-2011 중국베이징환티에예술구 북경스튜디오 레지던시1년과정

■지원금 및 수상
2015 문래예술공장 MEET 프로젝트 선정
2014 문래예술공장 MEET 프로젝트 선정
2013 서교예술실험센터 예술지원사업 ‘소액多컴’ 선정
2013.12 부산국제 비디오아트 페스티발 국내 경쟁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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