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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선 Oct 16. 2021

첫번째 중국 여행 5일/9일 (청두)

* 작성일 : 2017년 6월 1일 


 청두에서 시작하는 첫번째 하루! :)


 깔끔하고 삼삼한 조식. 아침밥은 꼭 먹어야한다는 말을 주문처럼 외는 Q 덕분에 중국 여행 내내 한국에서도 안 챙기는 삼시세끼를 꼭 꼭 챙겨먹었다.



 잠깐 우산 사느라 들렀던 편의점에서 죽을 파는 모습이 신기해서. 


 박물관은 우리가 익히 아는 중국 황하 문명이 아닌, 쓰촨에서 발달했던 진샤 문명의 유적과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곳 청두는 강우량이 풍부하고 기온이 높아 단박에 꽤 풍요한 문명이 발달했었겠구나 짐작할 수 있지만, 정교한 사치품들과 마차를 보면서 그 부유함에 놀랐다!




 미세하게 새겨져 잘 보이지 않는 문양은 이렇게 아크릴 받침대 그림을 통해 제대로 볼 수 있다. 새의 발가락이며 물고기 꼬리며... 너무 아기자기하고 예쁜 문양이라 나중에 이걸 도안으로 해서 수라도 놓아볼까 하고 크게 사진을 찍어왔다. 



 이 문양도 마음에 들어서.


 박물관이 굉장히 커서 다 둘러보는 데만 꽤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박물관을 둘러보고 나오면서 중국의 전통 문화에 대해 Q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 즈음 복싱 선수와의 대결에서 10초 만에 쓰러진 태극권 고수의 뉴스가 있었다. 나도 한국 사이트에서 그 뉴스를 봤지만, 대수롭지 않은 해프닝으로 여겼었기 때문에 Q가 지금 중국 전체에서 이 일이 가장 뜨거운 화제라고 했을 때 좀 놀랐다.

 Q의 말에 따르면, 그 태극권 고수는 중국에서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고 공영방송인 CCTV에도 여러번 고수로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큰 규모의 태극권 사업을 갖고 있고, 학생도 무척 많았다고. 특히 태극권은 '기'로 대변되는 동양 무술의 신비로움 그 자체인데 이토록 무기력하게 패배하다니 모두들 속았다며 분통 터져 한다고 했다. 아니, 왜? 질 수도 있지. 태권도 선수가 복싱 선수랑 싸워서 진다고 해도 난 태권도에 대해 별달리 실망할 것 같지 않은데. 그럼 지금까지 중국인들은 그 마법 같은, 하앗-! 하니까 내상을 입고, 헛-! 하니까 자리에서 픽 주저앉는 것들을 다 믿었던 말이야? 물론 안 믿지만, 믿는 사람도 있었고, 무엇보다 이다지도 거짓 투성이였던가 확인 사살 당했다는 사실이 망신스럽다고 했다. 중국에 와서 중국은 더 이상 옛날의 그 중국이 아니란 걸 절감하게 되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순진한 중국인들의 모습에서 '옛날의 그 중국' 느낌이 났다.  

 개방 이후, 한의학이나 무술과 같은 전통 문화가 갖는 유용성과 효과성에 대한 중국인들의 의구심은 이미 차근차근 커져가고 있는 터였다. 10초 만에 고꾸라지는 무술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Q는 전세계에 널리 퍼져있는, 중국 무술을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들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뭐, 이번 일만을 계기로 그 오랜 세월 쌓여온 중국 전통 무술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쉽사리 깨지진 않겠지만, Q가 보여준, 분노한 중국인들의 댓글은 무시무시할 지경이었다. 자살하라는 댓글을 보고 내가 그 태극권 고수를 걱정하자 Q는 그의 인터뷰도 보여주었는데, '내가 전력을 다해 싸웠다면 그는 이미 죽어있을 것이다'라는 투의 허풍으로 가득한 글을 읽고 보니 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듯 했다... 



 택시에 탔는데, 이 돌돌이... 오랜만이야... 




 쨍쨍한 청두 날씨. 마지막날 상하이 미세먼지만 빼면 난 이번 여행 내내 정말 날씨 운이 좋았다. :) 



 청두 제7 인민 병원. 허름하고 낙후된 시설. 무료냐고 물었더니 무료 아니라고.  


 여기에서 L이 오길 기다렸다. L을 만나 이번에는 정갈한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이거



 전부



 내가 (소 혀)



 먹은 (토끼 고기)



 요리



 사진들이다... (이 요리가 가장 무난했다.)


 아무리 셋이서 먹는다지만 이렇게나 많이 주문하다니ㅡ사진 못 찍은 요리도 두 가지나 있었다ㅡ... 나 이것 저것 먹어보라고 주문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다행히 이것 저것 잘 먹었고 탈도 안 났다. 밥을 시켰는데 공기밥이 아니라 밥솥 같은 데 한꺼번에 담겨나오고 직접 주걱으로 퍼먹는 모습이 신기했다. 물어보니 공기밥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식당마다 다른 듯.  


 다음엔 팬더 만나러! 셔틀 버스 티켓을 파는 직원 역시 내 현금을 무시하고 즈푸바오로만 결제를 받았다. 다음 중국에 와서는 나도 즈푸바오 만들거야... 꼭 만들거야... :'( 



 하하, 너도 팬더니? 귀가 앙증맞다. 눈에서 나오는 불빛은 밤에 보면 조금 무서울 지도!



 날씨가 어찌나 무덥던지!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팬더를 볼 수 있는 지점 지점마다의 간격이 엄청 넓어서 기진맥진한 채 우와 팬더다... 다시 또 숨을 헥헥 거리며 우와 팬더다...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그래도 눈 앞에서 뒹굴거리며 바보같이 움직이는 모습이 귀여웠다. 또 이 곳 조경이나 풍광이 너무 좋았다.





자니...?






대나무도 꼭 꼭 씹어먹는 게 아니라 질겅질겅...



이건 보정이 살짝 들어간 사진인데 그래도 실제로 봤을 때의 아름다움만 못하다. 자연이 빚어낸 아름다운 데칼코마니 -



 저녁은 뷔페에 갔는데 맛이 그다지였다. Q는 맛없다고 꽤나 투덜거렸다. 그래도 얻은 게 있었다면 뷔페 역시 自助 라고 한다는 걸 배운 것과 韩式炒菜 라는 이름으로 내어진 김치를 본 것!  


 저녁을 먹곤 청두 야시장에 구경을 갔는데 갖가지 음식들과 구경 거리가 많았다. 그런데 딱히 살 만한 게 없어서 아쉬웠다. 한국에서도 팔 법한 팬더 볼펜 몇 자루랑 엽서랑 노트를 샀다. 그리고나선 야시장을 벗어나 거리 위 사람들을 스쳐지나가며 정처 없이 걸었는데 그 시간이 참 좋았다. 만약 패키지 여행을 했다면 이런 평범한 일상 속에 녹아들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나 혼자였다면 위험하고 무서워서 모르는 길을 다니진 못했을 것이다. Q에게 그런 점을 이야기하며 고맙다고 했더니, Q가 자기가 생각해도 천사가 따로 없다며 되레 너스레를 떨었다. 누가 나한테 호의를 베풀면 어떻게 갚아야할까부터 떠올리며 좀 부담스러워하고 몸 둘 바를 모르는 성격인데, Q가 아무렇지 않게 내게 주는 이 특별한 친절은 이상하게도 마음이 가볍고 편안하게, 그냥 진심으로 고마워할 수 있었다. 谢谢你!



 너무 피곤해서 일기도 못 쓰고 잠든 날. 상하이에서는 1위안이 모조리 다 동전이었는데 이 곳에서는 1위안 짜리 지폐를 흔히 볼 수 있었다. Q는 여기가 시골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나란히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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