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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영선 Oct 16. 2021

첫번째 중국 여행 8일/9일 (다시 상하이)

* 작성일 : 2017년 6월 24일 



 청두 공항으로. 택시를 불러 짐을 싣는데 여자 기사님이셨다. 디엔신을 보시더니 맛있는 데서 잘 샀네~했는데, 그 스스럼 없는 태도가 내 기분을 순식간에 따뜻하고 신나게 만들었다. 택시 안에서도 곧장 한국 사람이죠? 하시더니 한국/쓰촨 요리의 매운 맛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 한국 드라마 중국어 더빙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등등에 관해서 나와 신나게 수다를 떨어주셨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Q에게 방금 뭐라고 하신 거냐고 물어보면서 재미있게 대화를 이어갔다. 아직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많이 부족하다고 했더니, 자기처럼 말 빠른 사람이랑도 이야기할 수 있으면 부족한 게 아니라고 응원해주기도 했다.


 공항에 도착해서 짐짓, 벌써 도착했어요? 기사님 덕분에 시간이 엄청 빨리 갔네요! 했더니 다음에 또 쓰촨에 놀러오라며 再见짜이찌엔!이라고 하셨다. 방금 처음 만난 사람한테, 다음에 또 만나자고 말해주다니 - 쓰촨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에게 감동만 주는구나! 


 ㅡ나중에 Q에게서 짜이찌엔의 어감에 대해 제대로 배웠다. 하지만 이 때는 모르는대로 행복했다. 하하.ㅡ






 디엔신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서피스, 미러리스 카메라가 든 내 에코백보다도 훨씬! 






 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 






 네, 서두를게요 -






 새파란 하늘. 여행 첫날 상하이에서부터 8일째 청두에서까지 날씨가 이렇게나 좋았다. 특히 청두는 내가 오기 직전까지 죽 비가 내렸었다고 하던데 어찌나 운이 좋았는지. : )





 피자헛에서도 어김없이 따뜻한 물을 낸다. 찬물 달라고 하면 없다고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럴 땐 얼음을 달라고 하면 해결됨! 아예 뜨거운 차를 후후 불어가며 호로록 마시는 건 좋은데 뜨뜨 미적지근한 물을 다른 음식이랑 같이 먹는 건 개인적으로 별로였다.




 비행기 안에서는 곯아떨어짐... 





 그리고 이게, 상하이의 하늘. 위 청두 사진과 같은 날이라는 게 안 믿길만큼 뿌옇다. 도착하고 이 하늘빛을 맞닥뜨리기 전까지만 해도 중국 뽕(?)에 흠뻑 취해있었는데, 한 번 숨을 쉬어보곤 차차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X( 




 도착해고 나는 호텔로, Q는 집으로 갔다가 다시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어제 내가 예약한 레스토랑이 저녁 시간보다 좀 늦은 시간에야 예약이 가능할 것 같다고 연락을 보내왔고, 나는 Q에게 이야기했다. 분명 중국어로, 한국어로 두 번! 


 호텔에 와 짐을 풀고 나갈 준비를 마치고 메신저로 연락을 하는데, Q는 갑자기 그 시간에 밥을 먹는다니 말도 안 된다며 화를 냈다. 자긴 배가 너무 고프다고. 그래서 아까 이야기한 내용 아니냐며, 정 배가 고프면 미리 뭘 좀 먹어두든가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또다른 레스토랑을 바삐 찾아 링크를 보냈더니 여긴 분위기가 이상하다며 또 짜증을... 배가 고파 아플 지경이라며, 이제 자긴 아무것도 못 먹겠으니 그런 줄 알라고. 그동안 우리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대화할 수 있었던 건, 서로를 신경쓰고 배려했기 때문이었단 걸 알 수 있었다. 기분 상한 두 외국인끼리는 쉬운 단어들로도 어쩐지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아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기만 했다.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났는데, Q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좋은 저녁 시간을 선물하고 싶은 내 의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Q는 나에게 왜 그 레스토랑에 집착하냐고 했고, 나는 어디든 상관없다고 그냥 너한테 괜찮은 저녁을 사고 싶었을 뿐이라고, 네가 늦어진 예약 시간에 동의한 줄 알았다고 했다. Q 덕분에 반짝거리는 추억들로만 가득했던 이번 중국 여행의 끝매듭이 이런 식으로 지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고, 울고 싶은 기분이 되었다. 


 Q는 나한테 싼즐쏭슈 피칸ㅡ내가 제일 좋아하는 중국 과자, 타오바오에서 주문해놨던ㅡ 갖다주러 갈테니 로비로 나오라고 했다. 로비로 내려갔는데 또 네 잘못이 어쩌고 저쩌고... 좀 지쳐서 그래 다 내 탓이다 하고, 올라가버리기 전에 어젯밤에 썼던 편지를 줬다. Q는 빼곡한 글자들을 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내가 다 잘못했어요."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여기서부터 환장 파티 (...) 가 펼쳐지는데 그 말 듣는 순간 서러운 마음이 폭발해서 울어버렸다 ㅠㅠ 그리고 Q는 당황한 나머지 나를 외면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다가 일단 나가자고... 난 밥 안 먹어도 너는 먹어야 하니까 식당에 같이 가주겠다고... 아니 내가 먹고 싶겠냐고 ㅠㅠ 그래서 싫어 안 먹어 하면서 계속 울었다 ㅠㅠ 나는 너한테 너무 고마워서 예쁜 데서 맛있는 거 사주려고 했던 건데 너는 내 맘도 몰라주고 ㅠㅠ 늦게 먹는 거 싫다고 불평하고 내가 잘못했다고 계속 화만 냈다고 ㅠㅠ Q는 그냥 다 자기 잘못이라고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여행 재밌게 잘 하고 마지막에 왜 이래..." "길에서 우는 거 창피해..." 이런 말이나 하고 ㅠㅠ ㅋㅋㅋㅋ 계속 식당에 가자고 하는데 이대로 안 먹고 강짜 부리다 내일 중국을 그냥 떠나버리면 후회할 것 같아서 결국은 택시를 탔다. 그런데 얘가 자기도 같이 먹겠다는 거다? 아니 그럼 왜 배고프다 못해 아파서 밥 못 먹게 됐다며 화를 냈던 거냐고... 하아... 할 말은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자...


 택시 타서도 계속 훌쩍거리고 있는데 Q가 편지 지금 읽어봐도 되냐고 물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런데 그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얘가 얼마나 빵빵 터지는지... 날 보고 한심스런 표정으로 "야 이거 뭐야... 한자로는 써 있는데 중국어가 아니야." "하... 글자도 틀렸어..." 한바탕 웃어대면서 자기 지금 기분 완전히 좋아졌다고, 우울하고 슬플 때마다 이 편지 보면서 웃으면 될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마지막 再见(짜이찌엔)을 읽고는 "왜 마지막에 슬프게 짜이찌엔이야?" 하길래 다시 꼭 만나자는 뜻 아니냐니까 さようなら(사요나라) 뉘앙스라고 했다. 아, 그럼 아침에 택시 기사님께 받았던 감동은... 공연한 것이었구나. 하하하. :'D 


 정말 고맙다고 했다. 자기한테도 이번 여행은 정말 특별한 추억이 될 거라고. 그리고 이런 손편지 받아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고. 




 저녁은 한국 음식 먹기로. 본가였다.





 


 그리고 와이탄을 좀 걸었다.







 그리고 이 와이탄에서 마치 나를 위해 연출된 듯한 충격적인 장면도 목격하게 되었다. 어린 남자 아이 둘이 뛰어가다가 좀 더 작은 애 하나가 넘어졌는데, 큰 애가 你没事吧?(괜찮아?)할 줄 알았더니 주먹을 불끈 쥐고는 靠自己呀!(자기는 스스로 구하는거야!)라고 외쳤고, 넘어진 애가 일어서면서 对的!(맞아!)하고는 다시 달려나갔다. 내가 놀라서 제 자리에 우뚝 서니까 Q가 거봐, 하면서 웃었다. 


 아름다운 야경과 함께, Q와 인생 이야기를 하면서 이번 여행을 차분히 마무리했다. 














 아름다운 내 마지막 호텔. 와이탄을 걸으면, 강 건너 편 여러 광고 전광판이 보이는데, 이런 문구가 흘렀다.


你在这里, 我在这里, 这里是上海, 为梦想而努力!

넌 여기에 있어, 나도 여기에 있어, 여기는 상하이야, 꿈을 위해 노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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