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이 우리애만 콕 찍어서 미워하니까 애가 더 난리치지!
민찬이의 아버지가 한 말은, 그렇기 때문에 정말 사실이 아니다.
누군가를 콕 찍는 방식은 내가 내 직업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지도방식과 너무나도 먼 거리에 있다.
새학년 첫째주, 아이 스스로 작성하여 담임선생님에게 제출하는 자기소개서에 민찬이는 이렇게 적었다.
제가 좀 나댑니다. 나대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요 당돌한 녀석봐라?'
하고 생각했던 민찬이는 과연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였다.
복도에서 피구를 하다가 지나가는 친구를 다치게 하고, 수업시간에 친구의 물건을 빼앗아 던지고, 여자친구들의 외모를 비하하며 놀리고, 말이 조금 어눌한 친구의 말투를 흉내내며 놀림거리로 만들었다.
복도는 공용공간이야. 거기서 피구를 하면 당연히 지나가는 친구가 맞게 돼. 우리 그 정도는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나이야, 그렇지? 앞으로 복도에서 공놀이 하는 건 참아줘.
수업시간에 집중해야지. 친구가 사용하는 학용품을 뺏어서 곤란하게 하면 안돼. 특히 가위를 던지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앞으로는 절대 하지 않도록 해.
여자친구들은 지금 한창 외모에 민감할 시기야. 오랑우탄이라고 부르면서 흉내내는 건 정말 큰 실례야. 친구 울음 그치면 데려올테니까 제대로 사과해야해, 알겠지?
우리 모두 조금씩 단점이 있어. 그 단점을 부각시켜서 친구를 놀리면 안돼. 특히 말을 더듬는 것처럼 쉽게 고칠 수 없는 단점은 우리가 모른척해주면서 도움을 줘야해. 그게 배려이고, 그렇게 하는 게 멋진 사람인거야.
민찬아 제발 부탁해. 똑같은 말을 몇번이나 하는데도 계속 친구들을 괴롭히면 어떡해. 이게 도대체 몇번째니.
민찬이를 지도하는 일은 이쪽을 누르면 저쪽이 부푸는 풍선 누르기 같은 것이었고, 이쪽을 막아두면 아까 그쪽과 함께 저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오는 두더지 게임 같은 것이었다. 양 손바닥을 넓게 펴서 거세게 누르면 되지 않을까? 그렇게 하기에 풍선은 너무나도 쉽게 터져버리는 취급주의 물건이다. 두더지를 때리는 망치는 너무나도 작고 말랑거린다. 맞을만 하고, 그래서 구멍으로 머리를 내미는 것이 두렵지 않을테지. 레드카드에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도 정서적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하는 우리 교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야 임마. 군인이 총 없이 전쟁터에 나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야?"
학창시절, 교과서를 못 챙겨온 나에게 담임선생님이 하셨던 말이 떠오른다.
선생님, 저는 지금 벌거벗은 양 손과 흐물텅거리는 뿅망치를 들고 전쟁터에 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