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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Mar 08. 2020

길었던 시험인생

올해 약사가 됐다

약대를 졸업하고 첫 취업을 하니 스물아홉이었다.

대학을 가면 시험이 끝날 줄 알았는데 대학에 와서 더 많은 시험을 봤다. 전적대 3년, 피트 2년, 약대 4년.


“딸, 이정도면 시험에 익숙해질 때도 되지 않았어?”


엄마는 시험기간이면 예민하게 날서있는 날 걱정했다.

약대에 오니 공부해야할 과목수가 많았다. 외울 것들이 너무 많았다. 세상에 약은 왜 이렇게 많은지. 과연 내가 다 외울수 있는 약들인지. 배운 지식들을 꾸역꾸역 머리에 넣고 안들어가는 것들은 밤새 눈에 바르며 그렇게 4년을 버텼다.


내가 노력한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두려웠다. 결과가 내 모든 노력을 삼킬 때 느낄 좌절감들이 무서웠다. 그런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가 가진 것보다 갖지 못한걸 보고, 욕심 부리고,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못난 마음은 커졌다.


그동안 경쟁에 지쳤다. 경쟁없는 시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시험 없는 공부라면 얼마나 더 좋을까.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도 시험이 없다면 과연 공부를 했을까.  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못했고 결국 이런 삶에 순응되었나 싶었다.



길었던 시험인생이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무너지는 순간에도 너만 그런거 아니라고,

다른 친구들은 다 취업하고 일할 나이에 도서관에 박혀 공부하는 처지를 같이 가여워하고

힘겨웠던 과정과 노력을 알아봐주는 동지들이 있어서였다.


나는 동지들과 극한 시험기간을 버티며 빨리 졸업하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살았다.


그래도 학생때가 좋은거라며 라떼는 말야를 연발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졸업할때가 되면 아쉬울 줄 알았다. 미안하게도 졸업식에서 난 아쉬울 것 없이 행복했다.


인생은 시험의 연속이라는 어른들의 말처럼

졸업 후 인생에서 또 다른 시험이 시작되겠지만,


그래도

학사모를 던지는 순간에는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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