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노부부를 만났다.
첫번째 만난 노부부는 사이가 좋아보였다. 아내는 허리를 다쳐 움직이지 못했고, 움직이지 않다보니 체중이 증가해 점점 더 걸을 수 없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의 다리가 되어주었다. 남편은 폐렴 후유증 때문인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쉰소리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때마다 아내는 남편의 입이 되어주었다. 남편은 아내의 발이 되어 필요한 일을 척척 해냈다. 그리고 매번 아내의 발도 닦아준다고 했다. 우리는 아내에게 이런 다정한 남편이 있어서 부럽겠다고 말했다.
"그치, 난 영감없으면 안돼."
등에 욕창이 생기지 않게 양옆으로 번갈아 가면서 눕던 아내는 벽을 보면서 말했다. 벽을 쳐다보면서 말한 그녀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해졌다.
두번째 만난 노부부는 사이가 안좋아보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쌓인 화가 많아보였다. 남편은 술과 담배를 즐겼고, 술먹고 늦게 들어오는게 다반사라 했다. 아내는 남편 얘기를 할때마다 감정조절이 안되는지 계속 말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빴다.
남편은 공사현장에서 일한다. 최근에 공사현장에서 남편은 눈 밑을 심하게 다쳤다. 피가 철철 흘렀고, 응급실을 가야하는 상황이었지만 그 피를 혼자 부여잡고 참았다고 한다. 아내는 남편의 가방에서 피가 흥건히 묻는 수건들을 보고 놀라 남편을 데리고 병원을 갔다. 그리고 너무 화가나 공사현장 담당자를 찾아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사람이 이렇게 다쳤는데 가만히 있을수 있냐" 하며 창문을 깼다고 한다. 당황한 담당자는 당신은 누구냐고 물었다.
남편은 그동안 현장 사람들에게 아내가 없는 노숙자라고 하고 다녔기 때문에.
멀쩡히 살아있는 자신을 죽은 사람 취급한 남편이 서운했지만 마침 들고 있던 가족관계증명서를 보이며 "그럼 노숙자가 다치면 가만히 있어도 되냐"고 더 언성을 높였다. 덕분에 남편은 일터에서 병원비 치료금액을 받았지만 아내보고 드센 여자라 어찌 살겠냐며 혀를 찼다고 한다. 아내가 그 모든 서운함을 내게 말하는 동안 남편은 입을 굳게 닫고 창문 밖만 쳐다봤다. 창문을 바라보며 그는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