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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이 Mar 14. 2020

글쓰는 일을 계속 하세요

약국 실습기

5주 동안 약국실습을 하는동안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나를 가르쳐주신 국장님은 미소가 정말 아름다운 분이셨다. 나를 대할때, 동료 약사를 대할때, 직원을 대할때, 환자를 대할때, 항상 같은 미소를 지으셨다. 미소 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행동이 몸에 베인 분이셨다. 예를 들면, 바쁜 상황에서도 약을 건네거나 필요한 물품을 건낼 때 꼭 두손을 사용하셨다. 사소한 행동이지만 그 행동의 대상이 된 난 매번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매일 실습이 끝나면 국장님께 하루하루 후기를 카톡으로 보냈다. 오늘은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어떤 날은 길게 보내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한게 없어 짧게 보내기도 했다. 약사는 직업 특성상 계속 사람을 만나고 부딪힌다. 그렇게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런 저런 생각으로 가득찬다.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어떤 아픔을 지니고 있을까. 저들은 그냥 몸만 아플까. 약을 먹으면 다 나아지는 걸까.


어르신들 중 만성질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한달 이상의 약을 받는다. 한달치 약을 조제하는데 오랜시간이 걸려 그들은 자신의 약이 나올때까지 의자에 앉아 기다린다. ATC가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 약사님들의 분주한 움직임 속에 나는 의자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의 표정을 살핀다.

매일 다섯가지 이상의 약을 먹으며 살아야 하는 삶에 대해. 약 없이는 하루라도 버티기 힘든 삶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들의 표정에는 어떤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으나 밖에서 내리쬐는 햇살 덕분에 얼굴 빛이 조금 더 밝아보였다.


"연이씨는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요." 실습이 1주차 지나가던 즈음에 국장님은 내게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작성한 과제를 보시고 글을 잘쓴다고 칭찬을 해주셨다. 글쓰기는 항상 내게 동경의 대상이었기에, 한번도 내 스스로 글을 잘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그 칭찬을 받은 난 몸둘바를 모르게 서있었다.


"글을 잘쓴다는 건 읽기 쉽게 쓴다는 거에요."

국장님의 칭찬세례는 계속 되었다.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읽히기 쉬운 글을 쓰는 것이다.


한입 크기의 음식이 입에서 식도를 타고 자연스럽게 넘어가듯, 내가 쓰는 문장도 쉽게 읽혀 노력하지 않아도 머릿속에 오랜 여운이 남는다면 좋겠다 싶었다.

쉽게 읽히는 글은 쉽게 쓰여지지 않는다. 독자가 되어 수십번을 소리내어 읽어본다. 그렇게 읽어보고 쓴 글도 여전히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만족스러운 글을 쓰게 되는 날은 없을 것 같다. 매번 만족하지 못하면서 또 쓰는 용기를 낸다. 국장님의 칭찬을 받고 난 후, 욕심이 생겼는지 글이 또 써지지 않더라.


약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 국장님은 내게 계속해서 글쓰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타인의 이야기를 공감할 줄 알고, 글로 결과물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 세상을 좀더 밝게 바꿀수 있는 능력이 있을거라고.


"자신감을 갖고 씩씩하고, 지혜롭게 지내세요."

국장님의 마지막 말들이 두달이 지난 내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좋은 사람들 덕분에 따뜻한 3월을 보냈다.







*작년 3월에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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