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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감 Sep 27. 2023

난임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부러웠던 때도 있었다.

엄마가 될거예요 2


앞선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먼저 아이를 갖게 된 시동생 부부에 대한 질투심은 속상함으로 이어졌다. 동서가 임신한 이후로는 임신을 했으니까 그러했고, 조카가 태어나고 나서도 그랬다.


가장 단편적으로 가족 모임에 조금 늦는 동생 가족을 기다리는데, 시어머니와 남편이 나에게 -동생 부부는 임신했으니까 or 아이가 있으니까 준비할 게 많지 이해하렴-이라고 이야기하는 때 나도 모르게 속이 상했다. 나는 사실 크게 생각이 없었고, 늦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 생긴 속상한 마음은 어쩔 수가 없었다. 시어머니와 남편이 나에게 하는 말이 나를 신경 써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기에 뭐라 할 수도 없었고, 뭐라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나의 속상함은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었다. 결혼 전까지는 오히려 나보다 아이에 대한 생각이 더 많던 그였는데, 결혼하고 나니 그의 태도가 변했다.


급하지 않고 천천히 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한시가 급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에는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단톡방에 조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예쁘다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천불이 터졌다.


그의 논리도 맞긴 했다. 그는 항상 나에게 너랑 둘만 평온하게 보내는 이 시간이 좋다고 했다. 신혼 생활도 없이, 서로가 함께 살아가며 합을 맞춰가는 과정도 없이 아이를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우리는 꽤 오래 연애했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리고 너는 건강하니 금방 아이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나는 답답했다. 아니라고, 겉으로 건강한 거랑 여성의 가임 능력이랑은 다르다고, 내가 몇 살인지 알고 있냐고 여러 번 말했지만 내 말이 그에게는 잘 와닿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나에게 남편을 원망하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비록 내가 지금 언제 끝날지 모르는 시험관 트랙 위에 올라와 있기는 하지만, 그와 둘이 보내고 있는 결혼생활은 나름의 재미가 있고, 둘이 살면 또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우연히 난임병원에 다니는 여성들의 브런치 글과 유튜브 영상들이 내 폰에 뜨기 시작했고, 하나의 글과 영상을 보니 알고리즘의 선택인지 계속 비슷한 종류의 영상이 나에게 추천으로 떴다.


나도 저곳을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임병원을 혼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편의 협조가 없다면 어떠한 시술도 시작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소중한 시간은 내 속도 모른 채 흘러갔다.


몇 년이 지난 걸까. 내가 근무하던 과에 직원 A가 발령을 받아 왔다. 나보다 5-6살 정도 많은 기혼의 여성이었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도 많았다. 아이는 없다고 하길래 그냥 속으로만 낳지 않을 생각인가 보다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같이 근무하던 중 A는 난임 시술을 위하여 곧 휴직계를 내고 휴직을 들어간다고 했다.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A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 중이었던 것이다.


A가 휴직을 들어가기 전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잘 다녀오시라고, 꼭 시술 성공하시라고, 그런데 너무 부럽다고 휴직하시는 것도 부럽고, 부부가 함께 난임병원에 가시는 것도 부럽다"라고 한탄의 말을 그녀에게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A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든다. 좋은 일로 휴직하는 것도 아닌데 부럽다는 말을 그렇게나 했으니. 변명 같지만 그 당시에 내 감정은 딱 그러했다. 나는 남편과의 의견 불일치로 난임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한 달 한 달 아까운 시간만 보내는 중이었는데 한 단계의 허들을 넘은 그녀가 진심으로 부러웠다. 난임병원에 발을 들였다는 것은 적어도 부부가 이제는 아이가 갖고 싶다는 의사의 합치가 됐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 나는 남편에게 선언했다.


"나는 X 월까지 안되면 그 이후에는 무조건 병원에 갈 거야. 그러니까 협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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