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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보람 Mar 28. 2023

스드메 없이 제주에서 웨딩 스냅 촬영하기(준비 과정)

'우리'다운게 뭘까


9월 18일로 식장을 예약한 것이 3월이었다. 6개월이나 남아있었지만 그 사이에 별로 할 일은 없었다. 내가 혼자 살고 있던 집에 류(나의 애인)가 들어와 살기로 했기 때문에 함께 살 집을 알아보러 다닐 필요도, 혼수를 준비할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장 크게 해야 할 일이라면 바로 '사진 촬영'. 



첫 회사에서 만난 동료가 퇴사 후 필름 스냅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고, 그의 사진을 좋아했기 때문에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그 친구와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고민 없이 연락했고 친구의 5월 제주도 출장 일정에 맞춰 우리도 여행 계획을 세웠다. 



사실 사진 촬영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결혼을 핑계로 우리의 이 시절을 남기고 싶었다.




촬영을 위해서는 컨셉이나 장소(바닷가 또는 오름, 마을 등)를 기획하고 그에 맞는 의상, 소품 등을 준비해야 한다. 바다보다는 오름의 초록초록한 느낌을 담고 싶다고 친구에게 전하고는 제주에 있는 메이크업샵, 드레스샵을 알아보았다. 



인스타그램으로 한 두 곳을 찾아보니 그 후로는 알고리즘이 계속 새로운 샵을 보여줘서 힘들이지 않고 구경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드레스를 보면 볼수록 입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 공주 같은 옷을 입는다고? 나 공주이고 싶지 않은데?' 



그래도 결혼을 기념하여 촬영하는 것이니 입어볼까 싶었지만 행복하자고 하는 일인데 입고 싶지 않은 옷을 입을 수는 없었다. 고민 끝에 드레스를 입지 않기로 했고, 헤어/메이크업만 할까 하다가 그마저도 받지 않기로 했다. 필름 촬영이기 때문에 화장을 해도 큰 차이가 없는 데다가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은 더 나다운,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다.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인데 만약 헤어, 메이크업, 드레스 없이 촬영했다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후회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함은 어쩔 수 없었다. 작가 친구에게 물었더니 괜찮다고, 화장하지 않고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해주어서 조금 마음을 놓았지만. 



어쩌면 결혼하는 모두가 똑같이 헤어, 메이크업을 받고 드레스를 입고 스튜디오 촬영을 하는 이유는 이런 불안함을 소거하기 위함인지도 모르겠다. 




평소에도 중고 옷을 구입해 입기 때문에 촬영을 위한 옷도 중고나라, 번개장터, 당근마켓에서 골랐다. 제주에 어울리면서 내가 원하는 분위기를 담을 수 있는 원피스로. 총 세 벌 중 두 벌은 중고로 구입했고, 한 벌은 어느 빈티지샵의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한 하얀 원피스가 마음에 쏘옥- 들어서 고민 끝에 새 옷으로 구입했다. 신발은 집에 있던 운동화와 플랫 슈즈로 결정! (나의 애인은 평소에 입던 옷들 중 내가 고른 원피스와 어울리는 옷으로 선택했다.)



마지막으로 준비해야 할 것은 소품이었다. 우리처럼 사진 찍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손에 무얼 쥐어야 더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에 소품으로 조화 부케를 사용하기로 했다. 이것도 중고나라에 찾아보니 촬영할 때 한 번 사용한 부케, 부토니에를 세트로 판매하시는 분이 있어서 그분께 구입했다. '나도 한 번 쓰고 필요한 사람에게 판매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이 정도의 준비를 마치고 촬영 겸 여행을 위해 오랜만에 제주로 향했다. 



촬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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