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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jun Kim Sep 04. 2020

UFN 175: 라마스 vs 알지오 리뷰

UFC Fight Night 175에서는 라키치와 스미스의 라이트헤비급 매치가 메인 이벤트로 치뤄졌습니다. 결과는 관심있는 분들께선 아시다시피 라키치의 완봉승으로 끝났구요.

무튼, 이번 글에서는 지난 경기서 Fight of the Night으로 선정되었던 라마스와 알지오의 경기를 간략히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파이터 정보

경기 전 탑독으로 꼽혔던 라마스는 WEC커리어까지 합하면 무려 2009년부터 경량급 메이저 무대에서 활동해 온 베테랑 중 베테랑입니다. UFC 입성 후에는 스완슨, 히오키, 에릭 코크 같은 강자들을 꺾으면서 알도를 상대로 타이틀전을 치른 경력도 소유하고 있죠. 하지만 이후의 흐름은 썩 좋지 않았습니다. 타이틀전 이후 수많은 강자들을 상대하면서 6승 5패의 성적을 거뒀는데, 어느덧 페더급 랭커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진 상태로 알지오를 상대하게 됐습니다. 


승리: 하크란 디아스, 데니스 버뮤데스, 디에고 산체스, 찰스 올리베이라, 제이슨 나이트, 대런 엘킨스 

패배: 채드 멘데스, 맥스 할로웨이, 조쉬 에밋, 머사드 벡틱, 캘빈 케이터


위의 승패 리스트를 보면 상위 랭커 내지는 타이틀 컨텐더 그룹에게는 확실한 약세를 보였고, 그 아래 레벨 선수들에 대해서는 나름 착실히 승리를 쌓았단 걸 볼 수 있죠. 그러니까, 이젠 페더급의 베테랑 수문장 정도의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볼 수 있겠습니다.


반면, 알지오는 13승 4패의 전적을 가진 신예급 선수입니다. 19년 6월 컨텐더 시리즈에서 모습을 드러낸 바 있고, 이후 CFFC에서 팀 둘링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직후 16일 만에 UFC 데뷔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원래 라마스의 상대는 라이언 홀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대진에서 빠지게 됐습니다. 급하게 대체자를 마련해야 했던 UFC는 알지오에게 출전 요청을 보냈고, 결국 경기가 성사됐습니다. 알지오에게는 꽤나 큰 행운이었다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코로나로 인해 UFC 측에서는 비자 문제가 없는 선수를 찾아야 했습니다. 2주 전 3라운드 경기를 풀로 치른 알지오이지만,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경기

라마스는 기본적으로 웰라운드한 성향의 파이터인데, 수준급 레슬링과 킬 활용 능력을 가진 선수입니다. 최근에는 내구성에 좀 문제를 드러내는 경향도 있긴 했지만요. 알지오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선수인터라, 이번 경기를 통해 선수의 스타일을 처음으로 파악해나가야 했습니다.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알지오가 곧장 압박을 시도합니다. 가드를 내린 상태에서 거리를 길게 잡고 킥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가려는 타격가의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이내 라마스가 목을 잡고서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가지만, 곧장 풀어내는 모습을 보여줫습니다. 알지오는 계속해서 중장거리를 잡고 라마스를 압박하는데, 라마스도 마냥 몰리지 않습니다. 적절한 카운터 대응과 타격 타이밍으로 알지오의 접근을 효과적으로 차단해냅니다.

두 선수 모두 적절히 칼프킥을 활용해주는 모습이고, 알지오는 계속해서 전진하면서 원투에 이은 킥으로 이어지는 콤비네이션을 구사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지치는 인상인데, 흡사 좀비 복싱을 연상케하는 전진 능력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큰 동작들을 많이 활용해서인지 지친 기색도 언뜻 드러납니다.

라운드 후반부에 들어서며 알지오가 굉장히 지친 모습을 드러내는데, 여기에 칼프킥 대미지가 벌써 누적되어 어려움을 겪는 모습도 포착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진을 멈추지 않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라운드 막판에는 라마스를 완전히 몰아붙이는 모습도 잠깐 나오긴 했네요. 

라마스는 전반적으로 크게 무리하지 않으면서 알지오의 전진을 잘 막아낸 모습입니다. 꾸준히 칼프킥을 심어놓은 것도 후반부에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것처럼 보였습니다. 1라운드는 끊임없이 전진한 알지오의 손을 들어주고 싶지만, 라마스가 크게 밀린 라운드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2라운드 시작과 동시 알지오가 다시 압박을 시작합니다. 긴 거리를 잡고 하이킥 빈도를 늘려가면서 라마스에게 유효타도 날리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내 라마스가 펜스를 이용한 노련한 움직임으로 알지오를 그라운드로 끌고 내려갑니다.

하지만 알지오는 굉장히 깔끔한 이스케이핑을 보여주고 다시 스탠딩 공방을 이어갑니다. 라마스는 이후 다시금 테이크다운을 시도합니다. 2라운드는 슬슬 늪처럼 변해가는데, 펜스 근방에서 두 선수의 포지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집니다. 끈질기게 이어진 공방 속에서 알지오의 니킥이 라마스에게 대미지를 입히고 이내 싸움은 다시 그라운드로...

하지만 역시 라마스가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다리를 감고 리버설을 만들어내는 모습입니다.

두 선수 모두 상당히 지친 기색이 역력해보입니다. 치열한 포지션 싸움이 그라운드, 클린치 상황에서 벌어지는 와중에 2라운드가 종료됩니다.


누구에게 주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두 선수의 공방이 전 영역에 걸쳐서 벌어졌습니다.


3라운드가 시작되고, 이번엔 라마스가 슬슬 압박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알지오가 이내 압박 주도권을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라마스가 라운드 1분이 지난 이후 레벨 체인지를 시도하고, 결국 알지오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는데 성공합니다.

알지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데, 이번엔 라마스가 안정적으로 상위 포지션을 잡고 알지오를 압박합니다. 백사이드를 잡고 유의미한 타격들을 많이 심어놓았고, 이리저리 포지션을 뒤흔들면서 라운드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오는 모습입니다. 

알지오도 계속해서 리버설을 시도하는 모습인데, 라마스가 징글징글하게 주도권을 놔주지 않습니다. 알지오가 한 차례 일어서는 데 성공은 합니다만, 이번엔 라마스가 완전히 백을 잡습니다. 경기 후반부로 갈수록 라마스가 페이스를 더욱 끌어올리면서, 안정적으로 그라운드 파운드를 심어줍니다.

3라운드는 이견의 여지 없는 라마스의 라운드였습니다. 알지오는 전 2개 라운드에서 소모한 체력으로 라마스의 그라운드 공세를 막아내긴 버거워보였습니다. 다만, 그라운드에서 끊임없이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라마스의 압박의 저항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네요.


결과는 라마스의 만장일치 판정승(29-27)입니다. 3라운드에서 라마스에게 10-8을 준 저지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이고, 1, 2라운드는 조금 갈리긴 했겠습니다만, 무튼 라마스가 2개 라운드를 따냈다는 판정이 나왔습니다. 만장일치로 끝나긴 했지만, 아주 치열한 싸움이었고, 알지오 입장에선 큰 아쉬움이 남을 법한 경기였습니다. 1, 2라운드에선 꾸준히 압박을 넣으면서 더 많은 유효타를 적중시키기도 했지만, 라마스의 3라운드에 걸친 운영에 당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직후 라마스는 은퇴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글을 쓰는 현재까진 아직 확정된 내용은 아닌 듯 하군요. 타이틀전도 치뤄봤고 수많은 컨텐더들과 경쟁도 해봤으니... 사실 82년생이니만큼 은퇴를 한다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한편, 알지오는 비록 라마스를 상대로 패하긴 했지만, 나름의 웰라운드함을 보여준 게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체력적인 부분과 완급조절을 보완해서 나온다면, 추후 컨텐더 리스트에서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백사장도 경기 내용은 마음에 들었을테니 분명 알지오에게 몇번 더 기회를 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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