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에 3천원
집 근처에 좋아하는 꽃집이 있다. 경제 활동을 시작하면서 꽃을 사 방에 장식해 두곤 했는데 가는 꽃집마다 별로였다. 빨리 팔아치우려고만 하거나, 덤터기를 씌우거나, 어딘가 이상한 촉이 느껴지는(비록 할머니는 친절하셨지만) 꽃집들이었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과 전혀 다른 면모의 인간성에 말 그대로 어질어질했다. 그렇게 꽃집에 발길을 끊었다.
하지만 집 근처의 꽃집은, 꽃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외양도 외양이지만 한 인간의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깊이와 향기가 남달랐다. 그래서 놀랐다. 그리고 행복해졌다. 앞으로 자주 들를 꽃집이 생겨 기뻤다. 지하상가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집인데, 나이 든 여자분과 두 딸이 함께 운영을 하고 있다.
꽃값은 비싸다. 어차피 시들어 버릴 거, 라고 효율만 생각하면 살 수 없는 가격이다. 아껴 씀이 모태 습관인지라 꽃을 살 때면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곤 하지만, 그래도 꽃을 사는 일은 늘 행복하다. 작은 다발이라도 손에 쥐면 집으로 걸어오는 그 모든 골목골목이 꽃길이 된다. 오늘은 한 가지에 3천 원 한다는 소국의 일종을 사 왔다. 작은 가지를 서비스로 하나 더 받았다.
보랏빛 겹꽃이라 예뻤지만서도,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마음을 따라 튤립 말고 이 꽃으로 선택했다. 우리 집 환경에서 튤립의 꽃잎은 빨리 벌어지고 말 것이다. 사실 튤립은 벌어져도 예쁜 꽃이지만, 벌어지고 나면 촉촉한 꽃잎이 빨리 시들어 버린다. 그에 비해 소국은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아름다움을 비교적 오래 볼 수 있다. 화무십일홍이라지만 예쁜 건 오래 보면 좋으니까.
애월이에게 쥐여 주니 쑥스럽게 씩 웃으며 받아 들더니 잎을 뜯고 있다.
25. 0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