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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mini Feb 19. 2024

1월의 책

책이 고픈 한 해가 될지도


  1월 내리 책을 한 권밖에 못 읽었다. 시간을 마음껏 축내는 인간인지라 원래부터도 달에 두어 권 읽으면 많이 읽는 편이었는데 아기도 품에 있고 하니 이전보다 더 많이 못 읽고 있다. 읽고 싶은데 읽지 못하니 책 읽는 일이 더욱 재밌게 느껴진다. 






• 『풀잎』

- 월트 휘트먼, 허현숙 옮김, 열린책들, 2011



  결혼하기 전에 다양한 장르를 읽어 보자 하고 샀던 시집인데 통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중간에 읽기를 포기한 책이었다. 미국의 위대한 시인이라 칭송받는 월트 휘트먼인데 나는 이 작가의 서문부터 미로 속을 헤매는 기분이 들었다. 서문 다음의 시들도 이해가 되질 않고 머리만 아파올 뿐이라 읽다가 그만두었었는데 친정에 산후조리 차 머물면서 다시 도전해 보았다. 이해하겠다는 마음을 버리고 활자만 읽고 있으니, 편해서인지 조금씩 글이 눈에 들어오는 것이 역설적이다.



  지금은 당연하지만 당시에는 결코 당연하지 않았던 것, 이를테면 평등에 대해 그는 동시대 사람들보다 현대 사람에 가까운 인식을 하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더욱 미 문학사에서 칭송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어느 한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 그 시대의 당연한 가치를 뛰어넘어 생각하고, 그것에 더불어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지 않나. 월트 휘트먼이 어떤 생을 살았는지까지는 몰라서 그가 생각한 대로 행동했는지는 미지의 영역이지만 말이다.



  또한 그의 글에는 정제되고 윤리적인 (척하는) 모습이 없다. 그는 이 시집에서 아주 당당하게 육체를 노래한다. 건강한 남자와 건강한 여자의 육신, 그리고 그것을 탐하는 월트 휘트먼 자기 자신. 형이하학적인 것이 속물로 여겨지던 시대에 이렇게 당당하게 육체를 노래할 수 있다는 것은 담대하지 않은가 싶다.



  끝으로 왜 이 책의 제목을 풀잎으로 했는지 생각해 본다. "풀잎"과 관련된 시구가 나오기는 하는데 그 시와 이 시집의 제목이 맞닿아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맨 뒤에 해설에 왜 이 책의 제목을 풀잎으로 했는지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은 해설자의 시각이지 나의 견해는 아니므로 여기까지 가져다가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떤 비난이 몰아쳐도 자신은 누울지언정 꺾이지 않는 풀잎처럼 그 자신이 진정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노래하겠다, 이건가?






  이후로 푸코의  『성의 역사』 1권을 읽었고 이것도 『풀잎』과 마찬가지로 집에 사놓기만 한 책이었는데(철학과 교재 중 하나였다) 결국 다 읽지 못하고 덮었다. 산후도우미 선생님의 근무가 끝나고 본격적인 육아의 세계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원하는 책을 읽기는 한동안 사치려나 싶었는데 네이버 블로그 이웃 분이 전자책을 추천해 주어서 핸드폰으로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종이로 읽어야 한다는 똥고집을 부리곤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전자책이라도 감지덕지다. 2월에 읽고 있는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다. 2월에는 두 권은 읽을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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