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사항
참 말도 많은 수면 교육. 몇 문단을 써내려 가다가 내가 수면 교육에 대해 뭘 아나 싶어 전부 지우고 새로 적는다. 수면 교육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 생후 6주. 그때는 양육자에게 별의별 것이 다 스트레스 아니던가. 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임신 중이거나 이제 막 출산한 사람은 왠지 없을 것 같지만, 스트레스를 더하지 않기 위해 나는 이랬다, 라고만 적어 보기로 했다. 아주아주 예외의 케이스이므로 참고만 해야 할 것이다.
애월이에게 수면 교육을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일정한 수면 전 루틴을 시행하고, 퍼버법인가 뭐시기를 써본 적도 있지만 특히 퍼버법은 해서는 안 될 방식이라는 것만 깨달았다. 수면 전 루틴은 행동주의적인 방식인 것 같단 생각에 미치자 심리적 혐오감이 들어 그만두었다. 인간 역시 동물이라고는 하지만 내 자식을 파블로프의 개처럼 행동하도록 만들고 싶진 않았다. 배는 고프면 먹는 것이고 잠은 졸리면 자는 것이다. 자연의 흐름 속에 살기를 바랐다.
우리는 애월이를 안아서 재웠다. 힙시트를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제일 좋은 건 품이었다. 남편은 처음에 안아재우기를 불편해했지만 주양육자가 나였고, 내가 그렇게 했기에(그렇게 안 하면 애월이가 자지 않으므로) 결국 따라와 주었다. 애월이를 안으면 그 작은 몸이 얼마나 따뜻한지 모른다. 작은 콧구멍으로 들락날락하는 작고 따뜻한 숨결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생명이 화(化)했다면 그것은 바로 아기일 것이다. 힘이 닿는 데까지 안아서 재우고 싶었다.
요즘은 8kg에 육박하니 힘들어서 안아서 입면을 시킨 후 잠들면 바로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된다. 모로 반사도 끝났기 때문에 입면 후 바로 눕혀놓아도 잘 잔다. 혹시 깨기라도 하면 뒹굴려 엎어주면 되었다. 애월이는 사실 50일 즈음부터 엎어재웠다. 생후 5일 차부터 터미타임을 시작했고, 50일이 넘어간 즈음부터는 목을 들고 가누기 시작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영아 돌연사 증후군이 무서워서 밤마다 늘 애월이가 숨을 쉬는지 확인하곤 했었다. 남편이 새벽에 젤다 하면서 늦게까지 깨어 있었기에 다소간 마음이 편했던 것도 사실이다(웃음).
엎어 재우니 그때부터는 놀람 없이 잠을 아주 잘 잤다. 낮잠이건 밤잠이건 애월이 본인도 반사나 놀람에 방해받지 않아 편해 보였다. 90일 차가 되면서부터는 12시간씩 자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백일의 기적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5~7시간씩만 자줬던 90일 이전에도 기적이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별다른 수면 교육은 없었다. 유일하게 한 가지 했다면 낮과 밤만 구별해 주었을 뿐이다. 낮에는 조금 밝게(하지만 너무 밝아도 못 잔다) 밤에는 어둡게. 그리고 밤에는 낮보다도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 수면 교육은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나도 엄마에게서 수면 교육을 받아본 적 없고, 옛날 사람들은 특히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다들 잘 줄 알뿐더러 무던하게 잘들 산다. 나쁜 환경만 아니라면 육아는 방식의 선택인 것 같다. 수면 교육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고, 안아서 재워도 되고 눕혀서 재워도 된다. 더 빨리 발달시키는 법(발달과 비범성은 관계가 없는 것 같다. 무엇을 비범하다 할 것인가?), 더 천재가 되는 육아법 같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진리는 애바애. 아기는 자기만의 속도로 알아서 클 것이기 때문이다.
24. 06.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