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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미니 Jun 28. 2024

6월의 책

이틀 남았는데 한 권을 독파하지는 못하겠지


  6월에는 두 권의 책을 읽었다. 영화로 먼저 접했던 《채털리 부인의 연인 1, 2》. 영화와 책의 결말이 다른데 책은 책대로 그 결말에 충실하고 영화는 영화대로 결말을 잘 마무리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예상과 달리 성애 장면이 그리 적나라하지 않다. 당시 영국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는 아주 충격적인 묘사였을지도 모르지만, 성애와 관련해 자극적인 장면이 홍수가 되어 쏟아지는 요즘 세상에는 별로 시덥지 않다. 그리고 성애 장면은 결국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의 정수이기 때문에 점점 기능적으로 다가오게 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요지는 맨 마지막, 멜로즈가 코니에게 보내는 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그들에게 살아가는 것과 돈을 쓰는 것이 똑같은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소! 그렇지만 그래 봤자 아무 소용이 없소. 그들이 돈을 벌고 쓰는 대신, 인생을 살아가도록 교육을 받았더라면 25실링을 가지고도 매우 행복하게 잘 살아갈 수 있었을 거요. (중략)

다시 말해서 사람들로 하여금 돈을 쓸 필요 없이 살아가도록, 그것도 멋있게 살아가도록 훈련시키는 것이오. (하략)"




    작가는 이성을 광기와 병으로 보았다. 그리고 자본주의 속에서 자신의 노동을 돈으로 바꾸는, 즐겁고 활기찬 삶을 살기 위한 일이 아닌 생존하기 위한 노동을 하는 광부들을 죽었다고 표현한다. 살아 있는 신선한(나는 이 단어를 요즘의 "신선한 시체"라는 어구에서 발견했다) 섹스는 진정한 삶을 사는 방법 중 하나이다.



  나는 이 책에서 활기에 넘쳐 살아 있는 상태가 무엇인지 조금 느낄 수 있었다. 그건 정토회 깨달음의 장을 마치고 나서의 마음가짐과 비슷했다. 그때 법사님은 우리에게 "그 느낌을 잊지 말라"고 조언해 주었었다. 딱 그 느낌이었다. 그래서 의외로 올해 읽은 다른 책들보다 이 책을 읽어보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고 이 책 한 권이(정확히는 두 권이) 오래된 나의 습(習)을 깨부수기는 어려웠을지라도 나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가능하다는 걸 믿는다. (애월이가 나에게 그걸 알려주었다.) 계속 을 찾는다면 끝내는 찾으리라.



24. 06.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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