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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당 심한기 Feb 22. 2022

문화기획의 태도


“태도가 조건을 만든다.”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사람들은 보통 HOW에 집중하게 된다. 어떻게 기획을 잘할 것인가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 또는 이를 연결하는 IDEA에 관심을 둔다. 당연히 HOW는 중요하지만 자신의 성장 그리고 행복을 연결할 수 있는 기획자가 되기 위해서는 기획자가 가져야 할 본질적 태도를 고민해야 한다.    

  

나의 태도에 따라 다른 조건들이 만들어진다. 


강의 시 청중의 눈빛과 태도에 따라 강사의 태도가 달라진다. '내가 어떤 태도를 가지는가?'에 따라 이에 연결되는 조건들이 반응하는 것이다.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연기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 기획자의 방법론이 열매라면 태도는 그 열매를 담아내는 그릇과도 같다. 그릇에 따라 열매가 달라 보일 수도 있고 그릇이 넉넉하면 더 많은 열매를 담을 수 있듯이 문화기획자의 태도는 다양한 열매를 담는 그릇이다. 




행복한 기획자가 고민해야 할 5가지 태도


① 오감 관찰 

자신의 경험과 정보만으로는 좋은 기획을 만들기 부족하다. 평소 자신이 사는 동네는 물론 다양한 장소와 사람과 사물에 대한 관찰은 좋은 기획의 단서가 된다. 여기에서의 관찰은 눈으로만 담아내는 관찰이 아닌 오감을 통한 관찰을 포함한다. Zoom-in, Zoon-out이 가능한 통찰력 있는 시각, 경청하고 열려있는 청각, 몸과 마음으로 만질 수 있는 촉각, 향기의 근원을 찾아갈 수 있는 후각, 단순히 맛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맛의 풍미와 맛이 생겨난 본질을 알아낼 수 있는 미각으로서의 오감 관찰이 중요하다. 이는 의도적이며 분절적으로 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스며들 수 있는 것이 좋다. 그런 노력들이 반복된다면 사람과 사물에 대한 일상적인 통찰이 가능할 수 있다. 이는 문화기획의 중요한 단서로 연결되며 개인의 성장이나 풍요로운 일상을 만들어내는 것에 도움을 준다. 보통 사람보다 문화기획자의 감각이 더욱 세심하고 민감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세심함과 민감함으로 일상적인 관찰의 습관은 문화기획자의 기본적인 태도이다.       


② 질문(의심)

보는 것을 믿는다 재현 (시각

보는 것을 의심(질문)한다. = 생각의 탄생 

“그건 그런 것이야”라고 알고 있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나 질문은 기존의 생각을 넘어서 새로운 생각의 탄생을 만들어낸다. “그 동네는 너무 외졌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 동네는 특별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오감의 관찰을 이어갈 수 있다면 분명 새로운 것들이 발견될 것이다. 결국 오감의 관찰과 질문과 의심은 새로운 생각과 기획을 만들어내는 단서가 된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내가 더 많이 알아야 할 것이 많다. 문화기획자는 규정하거나 판단하기 전에 질문과 의심을 해봐야 한다. 질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을 알아차리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한 그 이면을 알아차리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이다. 위에 오감 관찰은 질문은 만들어내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공부로 이어진다. 관찰 → 질문 → 학습(공부)은 문화기획자의 필연적 순환의 과정이다.     

       

③ 공부(사유) 

백번 강조해도 아깝지 않은 기획자의 태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늘 공부하는 태도이다. 5백 년이 넘은 유적지에서 축제 기획을 한다고 했을 때 기획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5백 년 유적지에 대한 공부이다. 과거의 흐름을 충분하게 이해함은 물론 현재의 시간과 현상들을 관통할 수 있는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 즉 인터넷에서 찾은 몇 개의 자료와 몇 번의 브레인스토밍으로는 부족하다. 물론 이런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 하여도 기획자 스스로 이것을 이해하고 연결할 수 있는 스스로의 공부가 매우 중요하다. 공부는 깊은 사유(思惟)를 가능하게 한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기획자 스스로의 공부와 사유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기획자의 지식과 사유가 축적되며 이 또한 기획자의 성장이며 행복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생각과 행동이 느리지만 늘 공부하는 기획자를 당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공부가 답이다. 그리고 공부는 가능하면 혼자가 아닌 함께 하는 공부가 더 아름답다.      


④ 개별화 

우리는 보통 집단적 행위와 반응에 더 민감하다. 50명의 참가자 중에 49명이 즐거워하고 1명이 재미없어한다면 전체적으로 즐거웠다고 판단해버린다. 또한 즐거워 보이는 49명이 가지는 매우 다른 느낌이나 반응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다. 개별화는 한 존재에 대한 관심과 존중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는 생존과 실존에 대한 판단이기도 하다. 보통 생존의 공간은 이익과 집단이 강조되기에 개인이 존재하기 힘들다. 하지만 실존의 공간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오직 나만의 언어와 판타지가 가능한 공간이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생존과 실존이 공존해야 하며 실존은 나의 존재성을 의미한다. 문화기획자는 스스로에 대한 존재성은 물론 다른 존재에 대한 관심, 존중, 배려가 몸의 습관처럼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개별화는 민주적인 태도와도 연결된다. 개별화는 대상만이 아닌 기획자 스스로에게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5명의 기획자가 공동기획을 하는 과정에 경험이 많고 아이디어가 좋은 1,2명의 기획자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거나 어떤 결정을 했다면 효율적인 과정일 수는 있지만 나머지 기획자들의 참여와 성장은 후퇴할 것이며 전체적인 협력구조도 약해질 수 있다. 느리더라도 각자의 의견, 각자의 장점, 각자의 성장들을 살펴갈 수 있다면 개별화의 과정이 곧 집단 전체의 성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  

    

     

⑤ 낭만 

문화기획자는 늘 바쁘다. 문화기획자는 늘 시간이 쫓긴다. 문화기획자는 늘 여백이 없다. 문화기획자는 늘 채우는 것에 집중한다. “무언가를 채우기만 하려는 기획자는 벽을 쌓지만 여백을 만들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기획자는 세상의 모든 것들 연결할 수 있는 다리를 놓는다.” 낭만의 시작은 여백이다. 단 1시간의 순간 속에서도 여백을 만들어낼 수 있다. 늘 지니고 다니는 가방 안에는 시집 한 권이 들어있어야 한다. 모든 것들을 긍정적이고 낭만적으로 여길 수는 없겠지만 생활 속의 낭만, 일 속에 낭만을 만들어낼 수 있는 스스로의 힘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문화기획자는 일에 파묻힌 사람이 아니라 즐거움, 행복, 새로움을 만들어가는 ‘MAKER"이기 때문이다. 공부도 채우는 공부가 아니라 비우는 공부가 필요하듯이 문화기획도 역시 채우는 기획이 아닌 비우는 기획이 필요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낭만을 상상할지어다.       


⑥ 환대

문화기획자의 진정성은 환대로부터 시작한다.  

환대는 문화기획자가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이며 진정성의 토대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환대란 의도되거나 기획된 태도나 기술을 넘어서 사람은 물론 동물, 식물 등 타자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문화기획자는 기획을 한다. 환대도 세련되고 멋지게 기획될 수 있다. 하지만 기획으로서의 환대 이전에 생명으로서의 존중, 평등하고 대등한 관계와 상호작용 등 스스로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환대란 한 사람의 온전한 자리를 내어주는 것‘이라 했다. 또한 성과나 결과에 대한 보상과 같은 조건부 환대‘가 아닌 무조건적인 환대를 강조한다. 결국 기획력이란 멋진 기획을 만들어내는 기술의 힘이 아닌 환대의 토대를 만들어가는 스스로의 힘과도 같은 것이다. 문화기획자에게 환대는 타자만이 아닌 나 스스로에 대한 환대도 중요하다. 자신에 대한 존중, 자신만의 온전한 자리를 만들어가려는 노력, 실패에 대한 너그러움과 응원 등은 스스로를 위한 환대의 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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