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e Park Oct 06. 2018

같이 작업하자 우리,  

작업을 꾸준히 쌓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난 분위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다. 내 곁에 누가 있느냐에 따라 내 사고방식과 행동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첫 회사에 있을 때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 많다 보니 나도 나만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머뭇거리기만 하던 블로그를 시작했고, 관심있는 세미나와 강의를 들으러 다녔던 기억이 난다. 어린이 작업실에서 일할 때는 아이들에게 영감을 많이 받았다. 아이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작업에 임하지 않았다. 그냥 무언가를 꼬물꼬물 만들고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아이들에게는 작업이 그저 임무가 아닌, '재미'였다. 혼자도 마음대로 만들었다가 친구와 함께하기도 하는 과정 모두가 작업이었다.       


특정한 틀에 제한없이 자유로운 작업을 아이들이 이어나가는 걸 보고 자극을 받아 나도 그즈음 패턴북을 만들었다. 패턴북의 첫페이지는 뉴질랜드 여행에서 그린 그림으로 시작한다. 작년, 뉴질랜드에서 경이로운 자연을 보며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어찌 할 수 없어 그린 그림을 고이 소장해두고 있었다. 파란색 펜으로 해변 앞 카페에 앉아 공들이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노트 속 잠들어있던 그림이 책으로 나올 수 있었던 건 아이들 덕분이었다. 나도 작업실의 한 일원이니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업거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뒤늦게 그림같은 패턴을 하나씩 그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인 패턴은 11점. 내가 생각없이 그리고 아이들이 생각나는 대로 제목을 붙였다. 아기자기한 패턴북 완성. 그때부터 작업하는 즐거움을 맛본 것 같다. 내 손으로 만드는 기쁨도 있었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영감을 얻기도 하고 그 자체가 신남의 연속이었다.

작년, 12월 25일의 낙서가 작업노트로 탄생

요즘은 일을 쉬면서 홀로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영감을 얻는 범위가 좁아진다. 작업을 재밌게 이어나가기 어려울 때도 있고 괜히 잘하고 있는 건지 움츠러들기도 한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들은 다 척척 해내는 것만 같아 나는 뭐하는 사람인가 라고 멍만 때린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생각만 요리조리 해봤다가 미동도 않는다. 자꾸만 고인 물이 되는 것만 같다.


이제는 내가 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는 타이밍이다.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며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곳. 느슨하지만 언제든 반겨주는 곳. 어떤 작업을 해도 좋으니 오래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느슨한 커뮤니티를 만드는 시동을 걸어야겠다. 이렇게 손을 놓을수만은 없지!


소개글처럼, 다시 요-이, 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