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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Park Oct 14. 2018

낯선 세계를 마주할 때

새로운 영감을 얻으려면

요즘 낯선 세계를 순간순간 마주하게 된다. 의도적이든 우연히든 새로운 상황과 사람을 만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그때마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볼 때 놀란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그 사람은 경험하고 서로 만나는 것이니, 그 스파크는 어마어마하다. 낯선 상황을 접할수록 생각의 틀이 점점 더 커진다. 커진다라는 말보다, 내가 고수했던 틀이 바사삭 부스러진다.


01.

얼마 전에는 고생레터 구독자들과 함께하는 조촐한 모임에 다녀왔다. 고생레터는 우창님이 퍼블리(PUBLY)에서 근무하는 동안 모아뒀던 소스를 편집해 만든 개인 뉴스레터였다. 퍼블리 이름으로 내는 뉴스레터보다 그 사람의 색깔이 더 잘 담겨있을 거라는 생각에 구독 버튼을 눌렀고 운 좋게도 33명 안에 들어 구독자가 되었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콘텐츠를 읽는 매력에 아이돌 인터뷰를 통해 본 마케팅, 고생레터의 비밀까지 매번 레터를 읽을 때마다 질에 놀라고, 길이에 놀랐더랬다. 이 레터를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궁금해졌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의 진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4시간 넘게 에디터, 기획자, 창업자 등 직업도 연차도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눴다. 누가 누구를 조언하기보다는 각자 가진 고민을 꺼냈고, 자신의 경험담을 쓱쓱 풀어냈다. 나보다 앞선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 겪었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귀했다. 사람들의 대화를 통해 내 미래를 차분히 내다볼 수 있어 얼마나 신기한 경험인지 모른다.

미로같은 길에 숨어있는 연남동 작업실에서.


02.

오래 다니던 교회에서도 낯선 바람이 분다. 그간 익숙하게 들은 목사님이 아닌 외부 강사를 통해 설교를 듣기 시작했다. 대화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도 벽을 허물고 부딪혀보기 시작한다. 갓 스무 살이 된 아이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어르신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누구에게 어떤 새로운 영감을 받을지 모르니 말이다. 또 내가 그들을 대할 때 이전에 본 적 없던 내 모습을 다시 보게 돼서 이상 짜릿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한다. (내 안에 이런 모습이 있단 말이야? 요렇게)


03.

지금 내게 주어진 상황도 낯설다. 갑자기 일을 쉬게 됐고 덕분에 망망대해에 둥둥 표류하는 배가 됐다. 되게 치열하게 살아왔는데, 구슬을 꿰어 보니 '겨우 이것뿐이야?'라고 실망하기도 한다. 어떤 낯선 세계에 도착할지 모르겠지만 그 날까지 낯선 상황을 즐겨봐야겠다. 꾸준히 내 흔적을 남기면서.


익숙한 것을 내려놓고 낯선 환경으로 발을 떼야 머리가 굳지 않는다. 내 세계에만 갇히면 우물 안 개구리일 뿐이다. 이제껏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봐야 할 때. 편안한 감정 말고, 새로운 에너지와 자극을 들일 때다. 이제 나가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방문객>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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