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채우는 물건들
평일 밤의 일상은 단조롭고 밋밋하다. 마치 가루를 덜 넣어 밍밍한 맛이 나는 복숭아 아이스티같이 어딘가 찜찜한 마음으로 잠들고 만다. 퇴근해 늦은 저녁을 먹으면서 가족들과 수다를 떨다가 씻으면 열 한시. 미처 마치지 못한 업무를 끝내거나 잠시 멍 때리다 보면 열 두시나 한 시. 하루가 저무는 게 못내 아쉬워 저장해뒀던 영상을 재생하고 나면 어느새 어스름한 새벽이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공허하고 피로한 상태로 눈을 감는다.
이렇게 잠드는 데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불을 끄는 동시에 꿈나라로 빨려 들어가면 좋으련만 잠들락 말락 하는 순간에 깜빡 잊고 있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퐁퐁 튀어 오른다. 오늘 실수한 행동이 생각나 이불 발차기를 하거나, 아까 작성한 원고보다 더 매끄러운 문장이 불현듯 떠올라 갑자기 메모장을 펼치거나. 혹은 낮에 흘겨본 메세지를 이제야 확인한다고 폰을 붙들다가 어느새 유튜브에 업로드된 귀염뽀짝한 영상에 당도해 있다. 그날도 스마트폰의 소용돌이에 꼼짝없이 당한 거다.
반복되는 밤의 일상이 지겨워질 때 즈음 무드등을 데려왔다. 적당한 조도의 무드등이 밤을 맞이하는 새로운 기쁨을 만들어줬으면 했다. 그리하여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가성비와 심미성을 모두 통과한 조명이 바로 이 양송이다. 정확한 제품명은 미니 렉슨 조명. 둥근 곡선과 원뿔 모양의 헤드가 오동통한 양송이버섯과 똑 닮아서 이름을 붙였는데, 누군가는 스머프가 살던 집을 복원한 제품이라고 우스운 농담을 던졌다. 손바닥보다 작은 이 제품은 터치 한 번으로 밝기와 색도 조절할 수 있다. 버튼을 오래 누르면 밝기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고 분위기에 따라 주광색, 주백색으로도 바꿀 수 있다. 책을 읽을 정도로 환하지는 않지만 가만히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적당한 조도고, 특히나 어스름하고 은은한 밝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제격이다. 마음에 드는 점을 하나만 더 꼽자면 휴대성. 대부분의 무드등은 미감이 좋다 하더라도 전선을 연결할 콘센트의 위치뿐 아니라 전선도 깔끔하게 정리해야 했다. 이와 다르게 충전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양송이는 실내와 야외 상관없이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밤 열 한시. 불을 끄고 침대에 앉아 양송이를 툭 건드린다. 밤마다 스마트폰을 붙드는 대신 하루를 단정하게 마무리 짓는 작은 루틴이 생겼다. 어스름한 불빛에서 긴장했던 몸을 풀어주고 침대에 가지런히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기분 좋은 일을 손꼽는다. 분명 평일 밤은 밍밍한 맛이었는데, 양송이를 데려온 뒤로는 달짝지근한 맛이 맴도는 밤도 늘어간다. 오늘의 기억을 따스하게 갈무리하게 도와주는 물건이자 밤을 맞는 기쁨을 알게 해 준 기특한 물건이다.
더 나은 일상을 살게 만드는 물건들에 대해 기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