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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e Park Aug 10. 2018

그녀를 기분좋게 하는 것들, 인주의 취향

나다운 사람, 용인주님 이야기


취향의 시대


취향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취향이라는 단어를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는 오프라인 모임, 취향을 소재로 다룬 에세이, SNS에서도 자신만의 취향을 포스팅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입니다. ‘취향’을 검색해보니,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이라고 합니다. 단순하게 말하면 끌리는 것, 원하는 게 취향이라던데 아직 모호하게만 느껴집니다. 저 또한 제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쉽게 답할 수 없었거든요. 하루하루 바쁘게 산듯한데, 정작 이 질문엔 긴 침묵만 자리했습니다. 그래서 끌리는 것들을 살펴보니, 요즘 저라는 사람은 읽을거리에 엄청난 취향이 있다는 걸 알아가고 있습니다. 

취향에 눈을 뜬지 얼마 되지 않아 문득, 인큐의 용인주 선생님이 떠올랐습니다. 취향 하면 바로 떠오르는 사람, 인큐의 디자인 프로젝트 선생님인데요. 취향을 하나씩 쌓아가며 자신만의 색을 짙게 칠해가는 모습은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SNS에는 그녀를 기분 좋게 만드는 취향 이야기가 한가득입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나를 보기 시작하면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고.

@yonginjoo



사람들이 취향 하면 용인주 선생님을 떠올려요. 자주 쓰는 해시태그 #인주의취향 덕분일까요?

취향은 그 사람의 이유 있는 기호라고 생각해요. <라테보다는 아메리카노. 에일보다는 라거>처럼 단순한 선택도 될 수 있지만,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확실해야 그 사람만의 취향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그냥 좋아하는 것들은 흩어지기 마련이에요. 이유를 모아야 본질을 보게 되고, 본질 안에는 저라는 사람이 있어요. 

그래서 취향은 한 번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이 쌓여야 해요. 아무리 맛있는 블루베리 주스도, 한두 번 행복하게 먹었다고 해서 취향이 되는 게 아닌 거죠. 자주 찾게 되고 누군가에게 세세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면, 그때 제 취향이 아닐까요? 

그 시작으로, 처음에 가볍게 이유를 말할 수 있는 걸 SNS에 하나씩 올렸어요. #인주의취향이라는 해시태그를 붙여서, 다양하게 올렸어요. 입맛에 맞는 레스토랑, 어울리는 옷, 좋아하는 분위기의 가게들, 즐겨 찾는 플레이리스트까지요. 이제는 게시물이 300개가 넘게 쌓이다 보니, 제 취향이 그대로 전달돼요. 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는 #인주의취향 해시태그가 익숙해졌는지, 취향 하면 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것 같아요. 인큐 가족들도 취향을 수집하고 싶은 친구들은 저 해시태그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서 올리는 게시물을 발견하기도 해요. 같이 취향을 만들어가는 친구가 되는 것 같아 좋아요. 



이유 있는 취향이라.. 선생님만의 취향이 궁금해요.

오랜 시간이 들여진 게 좋아요.

오랜 시간이 들여진 게 좋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맺는 방식, 끌리는 여행지나 물건은 이런 이유가 숨어있어요.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는 편이지만, 마음을 열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려요. 시간을 들여 깊이 교감하고 신뢰를 쌓는 게 좋아요. 그래서 제가 의리 있다는 소리를 듣죠. (웃음) 그래서 즐겨 찾는 가게에 어쩌다 가지 않으면 미안해져요. 제주도에 ‘하바나 블루스’라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데, 음악과 맛을 아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라 제 취향에 딱 들어맞죠. 제주에 묵을 때 이곳을 들리지 않으면 뭔가를 빼먹은 느낌도 들도 미안한 마음이에요. 어떤 곳이든 그렇게 마음을 두고 오는 것 같아요. 짝사랑투성이죠. (웃음)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드러나는데, 오래된 역사가 있는 유럽에 끌려요. 트렌드에 민감한 미국도 좋지만, 오래된 시간 속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나 느낌, 역사를 알아가는 게 좋아요. 도시별로 열리는 빈티지 마켓이 있다면 꼭 가보는데 1900년대부터 간직한 물건들이 나와요. 주로 사는 건 앤티크 한 주얼리들이에요.

@yonginjoo


오랜 시간이 깃들여지면 고유성이 생겨나요. 다른 말로는, 아이덴티티가 뚜렷하다는 건데 그 사람만의 철학이 묻어난다는 거죠. 그런 매력적인 사람들의 생각이 보이는 발자취를 눈으로 보고 느끼려고 해요. 조수용 대표를 알고 푹 빠져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 그분이 기획한 매거진 B부터 세컨드 키친, 네스트 호텔, 디 타워, 글래드 호텔 등 직접 탐닉해보면서 그 생각을 느껴보려고 했어요. 자주 가는 목련 다방도 마찬가지예요. 커피를 좋아하고,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게 곳곳에서 느껴져는 곳이라 아이덴티티가 뚜렷한 장소죠. 

그게 음악에서도 나타나는 듯해요. 몽롱한 노래를 좋아하는데, 이런 노래를 부르는 아티스트들도 색깔이 뚜렷하거든요. 다들 목소리가 특이하기도 하고 프로듀싱도 하는 아티스트들이라 하고 싶은 노래가 분명해요. 지코(ZICO), 딘( DEAN), 백예린 같은 국내 뮤지션부터 the internet, cigarette after sex, fkj 같은 외국 뮤지션까지 다양한데, 다들 자기 색깔이 있어요. 이들의 음악을 듣는 과정은 너무 행복한 일이에요.



그중에서도, 특별한 애정이 담겨있는 물건이 하나쯤은 있을 것 같아요.

알이 굵은 진주 목걸이가 그래요. 그날도 좋아하는 치마를 입고, 베를린 빈티지 마켓을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갑자기 마켓 셀러와 갑자기 눈이 마주쳤는데, 자꾸만 와보라고 하시는 거예요. 의심스럽긴 했는데 가보니, 알이 커-다란 로즈 빛 진주 목걸이를 걸어주시는 거예요. 거울을 보여주면서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더니,  ‘It’s yours!’ 참 예쁘다고 선물해주셨어요. 해맑은 표정으로, 이 목걸이가 언제 만들어졌고, 참 예쁘다고 다정하게 말해주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죠. 그래서 그 셀러와 함께 기념으로 찍은 사진도 있어요. 사진을 찍는다는 말에 모자도 바로 벗고. (웃음) 정말 왕방울 목걸이라, 자주 하지는 못하지만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는 물건이에요. 여행 속에서 받은 소중한 선물이자 기억이죠.

소중한 것들이 더 있어요. 공통점이 있다면 그 안에 이런 이야기를 담아 기억한다는 점이에요. 물건을 구입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만들고 고르고 판매하는 건 또 누군가의 취향이 반영되어 저에게 들어온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물건 속에 간직되어 있는 이야기가 있을 때 특별하게 더 기억하게 돼요.

@yonginjoo




그런 취향을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 간 안에는 많은 경험이 담겨있어요. 처음부터 뚜렷한 취향은 없잖아요. 일단, '아 이런 세계도 있구나.'라는 걸 아는 게 필요해요. 음악 취향을 돌이켜보면 우선 경험이 밑바탕이었어요. 고등학생 때부터 음악을 달고 살았거든요. 소리바다(음원사이트)를 애용하는 사람 중 하나였죠. 한 가수가 유행하면 그 앨범 전곡을 모두 다운로드했어요. 지인들에게 노래를 추천해달라고 자주 물어보기도 하고요. 대학생 때는 빌보드차트를 1위부터 10위 곡들을 모두 꿰고 있기도 했어요. 그렇게 경험이 쌓이니 좋아하는 노래가 정리되고, 뮤지션들의 보이스나 스타일이 느껴졌어요. 그러다 보니 제 취향의 노래도 알게 되고, 어떤 분위기에 어떤 음악이 어울리는지도 알게 됐어요. 덕분에 인큐에서 상황별 선곡도 제가 도맡아서 하죠.


당연히 옷이랑 귀걸이도 많이 사고 입어본 결과에요. 저한테 어울릴 수 있는 종류로 골라보면서요. 학창시절 때부터 가본 동대문, 고속 터미널 지하상가가 경험의 시작이었죠. 백화점은 물론이고, 시장도 여전히 다니고 있어요. 얼마 전 뷰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을 고르기 위해 동대문을 수십 바퀴 돌았죠. 그러다 보면, 아이템을 고르는 시각, 퀄리티를 알아보는 시각이 생겨요. 우리는 세상을 너무 몰라요. 이 세상에는 어떤 많은 게 있는지 경험할수록 취향을 말할 수 있는 시야가 넓어져요. 서로의 생각을 묻는 대화, 트렌드를 볼 수 있는 쇼핑,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게 되는 여행이 제게는 많은 도움이 됐어요.




충분한 경험을 한다고 누구나 취향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진 않아요.

경험의 토대가 넓어지면서 좋아지는 것들이 나오잖아요. 그때부터 나에 대한 엄청난 관심이 필요해요. 이게 왜 좋은지 계속 질문해보는 거죠. 오늘 내 기분을 좋아지게 만든 곳이 어디인지, 갖고 싶다고 느낀 게 무엇인지 세세한 질문을 해보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공통점이 하나씩 보여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파고들다 보면 어떤 취향인지 알아가게 돼요. 그때 나라는 사람이 보여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나만의 색깔을 알 수도 있어요. 인큐 I project에서 그런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죠. 대화를 오래 나누다 보면, 그 사람과 나와의 다름을 느끼게 돼요. 책을 읽어도 와닿는 문장이 다르듯이, 이런 상황에서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게도 되고 나에게도 특별한 시선이 있다는 걸 알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은 모르는데, 나만 그 미세한 변화를 알아차리는 그 짜릿한 느낌처럼요. 이런 걸 억지로 하면 재미가 없어요.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나한테 주는 충분한 관심이에요. 누가 해주는 게 아니니까요.     

@yonginjoo




직장인들에게는 취향을 찾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게 어쩌면 욕심 같아요.

시간 빼야 해요. 어찌 보면, 좋아하는 걸 알기 위해 투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쉬는 날에 많이 돌아다녀요.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 궁금하니, 자꾸 찾아보게 돼요. 일상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점심시간을 활용하는 거예요. 점심도 뭐 먹을지 생각해보고, 카페도 새로운 곳으로 찾아보는 거죠. 거기서 '갔다!'하고 '인증샷 하고 끝!'이 아니에요. '왜 맛있지? 왜 좋지?' 물으면서 많이 느껴야 해요. 이렇게 사소하게 시작해보세요. 보통 사진 찍을 때 공을 많이 들이잖아요. 공을 들이는 것들만 모아, 앨범을 한번 살펴보는 일도 좋아요. 그 속에 자기가 담겨있거든요. 공들여야 취향을 만들 수 있어요. 저는 퇴근하고 한 시간이라도 가고 싶은 서점, 카페, 레스토랑에 가봐요.  저한테 시간을 투자하는 게 생활화되어 있어요. 제 취향을 잃고 싶지 않고 계속 수집하고 싶은 마음에 SNS에 기록하고 있어요.

@yonginjoo




선생님만의 취향을 찾는 노하우가 있어요?

새로운 경험을 시도해보고,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추천도 미리미리 수집해둬요. 사람을 통해서 배우는 것이 빠르고 쉬운 세계의 확장이니까요. 시도를 할 때 실패하지 않으려고, 오랜 탐색을 하기도 해요. ‘어디 가지?’라는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끈질기게 검색하죠. 

저는 주로 사람들을 만나는 걸 좋아하기에 장소 선택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사람들이 제 취향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제안을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해요. 메모장에는 검증 리스트와, 가보고 싶은 리스트들이 한가득 있거든요. 지난번에는 취향에 맞는 가게를 찾기 위해 진경 선생님(인큐) 과 송리단길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들어갔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저는 그런 시간이 아깝지 않아요. 한 시간이라도 컨디션이 좋은 곳에서 머물고 싶어요. 시간과 경험이 곧 우리가 될 테니까요.




취향이 있는 사람은 멋있게 느껴져요.  

물건 하나를 그냥 고르지 않으니까요. 가격이나 가성비의 기준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선택 기준이 있는 거라서 멋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저도 제 취향을 오래 간직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취향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취향을 가진 사람, 그걸로 충분해요. 나이가 들수록 무언의 가면을 쓰며 색깔이 빠지잖아요. 그런데, 좋아하는 것 앞에서는 한없이 순수해지는 게 사람 마음이에요. 구름처럼, 몽글몽글해지는 기분, 그 감정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요. 취향을 가진 사람은 나에게 관심 있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니까 나답게 잘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살고 싶어?'라는 질문을 품으며, 사람들에게 자주 물어봤는데 다들 다양한 답을 해요. 대부분 행복이란 단어로 귀결되죠. 가족이랑 행복하게, 남한테 폐 끼치지 않게, 꿈을 이뤄가면서요. 저는 하루에 하나라도, 하고 싶은 것이 있는 하루를 살고 싶어요. 그런 삶을 살아간다면, 행복하겠어요. 작더라도 제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삶, 그리고 꼭 그 하고 싶은 것을 해나가는 삶이요. 제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니 그게 취향과도 연결될 것 같아요. 좋아하는 무엇을 품고 살아가야 삶이 오래도록 재밌지 않을까요?


@yonginjoo




‘취향’이라는 말이 예전보다는 가벼워졌고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모두가 취향을 가져야 하나요?

음, 모든 사람에게 취향은 있지 않을까요? 내가 알아차려주거나 알아차리지 못하는 차이죠. 지은 님도 읽을거리에 대한 취향이 확실하잖아요. 다만, 모두의 취향을 똑같이 만드는 행동들은 경계해요. SNS에 '여기가 핫하다!' '누가 갔대' 하면 무조건 가는 행동, '인스타그램에서 이렇게 사진 찍는대!' 그럼 그렇게 따라가는 것들이요. 그게 취향을 취향 답지 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요. 마치, 노래 TOP100을 똑같이 듣는 것처럼요. 틀을 깨보고,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보는 시도를 해봤으면 해요.




TIP. 내 취향 찾기, 어디서부터 시작하죠?


하나. 한 가지의 분야를 선택한 후 다양하게 경험하기.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있다면, 추천을 받으면서 배우기.

둘. 경험하면서 내가 정말 좋았던 것들을 이유와 함께 기록해두기.

셋. 충분한 리스트가 모이면 싶으면 기록을 되돌아보며 공통점 찾기. 나라는 사람이 진짜 좋아하는 이유를 발견하기.


이즈음 되면 누군가에게 나의 취향을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나에 대한 기준과 설명할 수 있는 것들이 생겼으니까요. 이다음은 ‘안목’의 문제에요.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취향들을 쌓아가며. 성숙해지는 거죠. 지금 우리는 취향을 찾는 단계니까, 느낌에 오롯이 집중해봐요. 내가 좋아하고 끌리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출처] 그녀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 [인주의 취향]|작성자 인큐

18. 08. 08 by 에디터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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