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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Nov 04. 2023

따뜻하고 미안하고, 시린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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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놀고 싶은데, 일이 많아서 같이 못 놀아.

우리 12월에는 꼭 많이 놀자."


쌓여 있는 원고 수정에, 강의 준비에, 일복이 파도처럼 밀려드는 요즘이다.


집에서 마음 편히 일하라고, 별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일요일 독박육아를 자처하며 나들이를 계획했다.


아이들은 놀지 못하는 엄마가 안타까운가 보다.

아들이 건조기에 있는 수건들을 개키겠다고 나섰다.

거실 바닥에 수건을 후두두 쏟아부었다.

자기 키보다 큰 수건을 거실 바닥에 놓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수건을 착착 접어둔다.


오빠가 나서자 '나도 잘해!' 하며 둘찌도 덩달아 수건을 개킨다.


"엄마는 내일 못 노니깐, 일하는데 힘들까 봐 내가 하는 거야."


키가 겨우 100센티 넘는 여섯 살이 서른여섯 살을 걱정한다. 자기들만 놀아서 드는 미안함일까.

일하는 나에 대한 안쓰러움일까.


어떤 마음인지 짐작도 못 하겠다. 그냥 마음이 예뻐서 화장지로  눈을 한참 꾹 누른 채 떼질 못했다. 눈에는 하얀 화장지 가루가 덕지덕지 붙었다.


주는 사랑보다 받는 사랑이 더 크다.

내가 뭐라고 끝없이 사랑을 퍼주는 걸까.


따뜻하고 미안하고 시린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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