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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린 Oct 04. 2023

인터뷰 후_김창원 조각가

인터뷰하다 보면 ‘이야기가 된다’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인터뷰이와 나이 차이가 20년 이상 날 때가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기에, 지금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 곳을 향한다. 통하는 찰나, ‘결국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인터뷰이와 친구가 된다.

인터뷰 전 녹색 창에 ‘김창원 조각가’를 검색했다. 그가 작품을 설명하는 영상을 봤다. 카메라 앞에 자연스러운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한 그를 무뚝뚝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긴장하면 상대도 굳는다. 인터뷰를 잘하려면 상대방을 편하게 해줘야 한다. 다행히 인터뷰 분위기는 느슨했고 나도 김 작가도 웃음이 많아졌다.


“옛날에는 10년 만에 바뀌었던 세월의 풍경들이 1년 만에 급변하죠. 세상이 빠르게 바뀌다 보니 현대인도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겨를도 없이 빠른 문명에 발맞춰야 하죠. 정체성을 찾으면 문명에 도태 돼 버리니, 세상이 흐르는 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시대의 흐름에, 세상의 시간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20대 때는 한참 주위 사람들에게 ‘사는 이유’를 캐묻고 다녔다. 대부분 ‘태어났으니 살지’라고  대답했고, 어떠한 답도 찾지 못한 채 나의 질문은 그곳에서 멈췄었다.


김창원 작가가 애정하는 ‘1992 자아찾기’는 현대문명 속에 잃어가는 자아를 표현한 작품이다. 네모난 건물이 세워진 도시를 품은 한 사람. 나는 그 작품을 한참  쳐다봤다.


김 작가는 앞으로 작품을 통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했다. 그가 주목한 건 ‘국가 폭력.’ 어떤 문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제주 4.3 사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사건들을 바라보며 떠오른 생각을 작품에 녹였다.


김 작가는 스테인리스, 자연석 등 무겁고 거친 재료를 다룬다. 유행을 따르기보다 자신의 철학을 따랐다. 그는 노동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


“지금 쓰는 소재들은 다루기가 쉽지 않지만 제 시간과 노동이 100% 들어간 작품이에요. 작가 스스로 노동한 만큼 관객도 인정한다고 생각해요.”


묵직한 대답을 내놓은 그를 보며, 김 작가는 세상의 물결 위를 부유하지 않고 뿌리를 내린 사람이라 생각했다.


✔️웹진 울주live '차가움 속에 숨겨둔 깊은 울림을 마주하다-조각가 김창원 인터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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