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위를 둘러싸고, 깜깜한 밤을 건네어준 존재.
눈을 감았다 떴다
손을 쥐었다 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지금까지 견디어 내고는 있다. 어쩌다 이지경이 된 걸까. 아무런 생각도 방도도 없이 멍하니, 어디인지도 모를 그곳을 그저 멍하니 바라본다.
아- 저기 작은 구멍에서 빛이 새어 들어온다.
언제 생긴 건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헤아릴 수 없는 시간들이 흐른 것 같은데.
먼지 한 톨만큼의 작은 빛. 가만히 검지를 가져다 대어 본다. 손이 투명하게 비친다. 손톱으로 톡톡하고 건드리자, 파삭- 힘없이 부서져 내리는 어둠의 조각들.
이렇게나 허술하다고? 뭐지? 뭘까?
부서진 공간의 틈으로 하염없이 빛이 새어 들어온다. 어둠을 관통한 한 줄기의 빛이 마치 칼날 같다.
미지의 것은 이번에도 날 나약하면서 용감하게 만든다. 가까이 다가가 서자, 이게 내 발이었구나 하는 반가움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 그리고는 두려움. 불안함. 긴장감.
툭툭하고 조심스레 차 본다. 어라, 아까는 우연이었던 건가? 아무런 변화가 없다.
좀 더 세게
좀 더 세게
파삭-
파사삭-
한순간에 마법처럼 무너져 내린 어둠과 동시에 갑작스레 찾아온 빛의 공간.
눈을 감았다 떴다
손을 쥐었다 폈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의심이 들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눈을 질끈 감고 다섯 번의 심호흡을 하자. 그리고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아, 너무나도 밝았던 아팠던 나의 공간.
그리웠던 우리의 시간.
다시, 돌아왔다.
당신이 돌아본다.
내 주위를 둘러싸고, 깜깜한 밤을 건네어 준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