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점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
“보유한 자산을 어떻게 다르게 쓸 거니?” 라는 질문에서 대기업형 서비스가 시작한다면, 제품 중심형(스타트업 중심으로 대변되는) 서비스는 “제품을 잘 만들어야지” 로 시작한다.
티맵이 기술을 사업화하려는 시도가 내가 아는 것만 10년이 되어간다. 2014년, 플래닛에는 지도사업부가 있었다. 여러 번 이합집산을 거듭하다가 이제는 티모빌리티로 (우티) 이동했지만, 네비게이션 음성팩을 판다던지 하는 (별로 돈이 되어보이지 않는) 장사를 한다.
네이버 지도의 네비게이션 기능을 써 보면, 놀랄 때가 많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도, 지도에 저장해 두었던 장소(핀)가 보인다. 퍼소나로 보면 아래와 같은 차이가 있다. 둘 다 경로 탐색을 가정한다. (가려는 곳이 있음)
(네이버 지도) “저번에 저장해 둔 장소가 목적지 근처에 있군, 한번 가 볼까?” - 후기 등 정보를 검색 - 첫번째 목적지를 (간혹) 변경
(티맵) “목적지에 가야지” - 다른 정보(저장해둔 장소, 장소에 대한 리뷰) 등이 없음 - 주차장이나 있나 볼까?
사업기획이나 제품화를 고민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큰 차이다. 사업화 범위의 스케일이 다르다. “리뷰 수집”, “별점”, “주변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지만, 목적지 중심(그것도 차로 가는) 과 지도 중심 (Location Based Service 그 자체) 는 수집되는 데이터의 범위부터 다르다.
티맵을 너무 까니까, 미안하긴 한데,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범위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애초에 “지도를 만들자” 한 사람과, “야 집에 네비게이션이 있는데, 이거 사업화좀 해 봐라” 하면 문제를 정의하는 시각이 다르다. 어디까지나 네비게이션이라는 건 지도라는 큰 서비스의 하위 카테고리다. 고민을 안 하셨다는 게 아니라, ‘지도’랑 ‘네비게이션’이 싸우면 네비게이션이 이길 수 있냐는 생각을 하셨어야 했다고 본다.
우리네 일하는 장면에서도 이런 게 많다. “뭘 하자” 가 아니라 “있는걸 어떻게 잘 살려 볼까?” 에서는 후자가 많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의 느낌이랄까. 물려받아서 일하는 사람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안전한 선택을 한다면, 천천히 망할 수 있고, 망하는 게 당대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직장인 특 : 부서 이동하면 되는데? 퇴사하면 되는데?)
대기업형 서비스가 왜 망하느냐는 원론으로 돌아오면, 요약하면 세 가지. 1) 있는 걸로 뭔가의 승부를 보려 했다. 2) 그러다 보니 문제나 시장의 범위를 잘못 정의하거나 좁게 정의함 3) 월급쟁이 사업가의 일이기에, 대리인 비용을 거하게 치름.
부자는 망해도 3대를 간다.아직 티맵은 서비스 중이지만, 파생상품 (티모빌리티 등)의 성과나, 서비스의 점유율은 기대할 만 못하다. 운전자의 70%는 티맵을 쓴다지만, 운전자가 아닌 사람은 티맵을 안 쓰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