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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필 Jun 11. 2022

사라져버린 팀 개념

함께있지만 외로운 사람들

최근의 프로젝트는 전형적으로 "일이 사람을 따라 온 케이스"다. 오프라인으로 사람을 불러서 무언가를 하는 일인데, 이전에 몸담던 조직의 일과 아주 유사하다. 박수필의 이전 조직 경력이 꽤 되는 만큼 그 일을 할 수 있는데, 새 조직에서 그 일을 할 만한 사람은 마땅하지 않다. 그럼에도 누군간 해야 한다.


박수필이 담당자로 낙점됐다. 마침 박수필의 일 Scope에는 모객과 홍보 기능이 들어있기도 하다. 담당자로는 아주 제격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그걸 혼자 해야 한다는 점이 오늘의 소재를 만들어 줬다.


간혹 조직에는 팀의 일을 개인사업자로 처리하게 하는 경우들이 있다. 한 사람이 하기엔 큰 덩어리의 일을 (모종의 이유로) 한 사람이 낑낑대는 형국인데, 작금에 처한 상황이 그렇다. 이 때 생기는 궁금증은 두가지다.


1) 이걸 해 내는게 맞나?(하면 나한테 뭐가 남지)
2) 다음엔 누가 하나? (또 나 시키는 거 아녀?)


1) 회사 일이라는게, 누가 그걸 할 줄 알면 계속 시킨다. 개인의 선호는 상관이 없다. 계약 관계인 이상,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해 주어야 하고 회사는 급여를 준다. 차곡차곡 쌓인 박수필의 다양한 경험의 훈장 상자에는 이런 성격의 일이 많다. 멋진 말로 하자면, "얘는 뭘 처음 하거나, 스케일을 키우거나, 초기 기획을 실행으로 옮기는 걸 잘 해요"인데 행간에는 "시키는 걸 잘 하던데?" 라는 메시지가 있다. 


2) 두번째가 최근 박수필의 깨달음인데, 박수필이 일을 손에서 놓은 이후, 2년 이상 그 일이 지속되지는 않더라. 담당자가 변경되는 그 시점부터, 박수필이 구현해낸 (남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기획은 바뀌거나 더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조직이 바뀌고 리더십이 바뀌고 과제의 성격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다는 여러가지 해석은 가능하지만, 본질은 "회사의 일을 개인기로 처리해 왔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반복하면, 회사에서의 인정은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다. 일단 시작한 일은 결론을 내야 하는 박수필의 성격과 시간투입으로 스스로를 몰아붙인다. 


그러다 외로움이 찾아온다. 혼자 하는 프로젝트라서 딱히 도와줄 수 있는 동료도 없고, 회사는 자원을 붙여 줄 생각은 딱히 없고, Business Partner들은 일을 해 주는 태도가 훌륭한 사람들이지만 클라이언트의 설움(?)을 들어줄 의무도 없다. 더 놀라운 점은, 동료들이 다 박수필처럼 일을 하고 있기에 그들도 역시 외로울 것이다. 



별안간에 이메일이 왔는데 제목이 울림을 주었다. 


회사일을 회사로 하는 이유는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사람이 모여서 해내기 위함이다. 초기의 의도는 1인의 성과보다는 여럿이 했을 때의 시너지에 중점을 뒀단 것이고, 그래서 팀이네, 리더네, 리더십 등의 주제가 중요해 졌던 것이다. 그런데 회사의 일하는 사람들은 왜 외로워졌을까? 


사춘기부터 즐겨 들었던 넥스트의 도시인이 생각난다. "함께 있지만 외로운 사람들"이 되어버렸다. 이건 리더십의 문제야 조직의 문제야 개인의 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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